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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일본 영화의 현재 본문

영화일기

일본 영화의 현재

Hulot 2021. 3. 2. 11:00

후카다 고지 深田晃司 감독과 온라인 사전 인터뷰를 했다. '일본 영화의 현재 Japanese Cinema Now’ 기획전에서 <옆얼굴 よこがお >(2019)의 상영 후에 소개할 영상으로, 감독이 신작 촬영중이라 온라인 토크 시간을 미리 정하기 어려워 바쁜 일정을 피해 미리 사전 촬영을 줌으로 하기로 했던 것이다. 다음 날, 감독은 트위터에 사전 인터뷰와 서울에서의 상영 소식을 전하는 글을 올렸다. 해외에서는 이 영화가 온라인 상영을 대체로 했기에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봐달라는 부탁도 있었다. 

 

그는 지난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코로나 감염확산으로 경영난에 처한 일본 미니시어터를 돕는 ‘Save the Cinema’ 운동을 주도했고, 지금은 여러 영화인들과 일본판 ‘영화진흥위원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그는 일본에는 한국과 같은 영진위의 제작 지원시스템이 없기에 작가성에 치우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제작에 어려움이 있다며(<옆얼굴>은 프랑스와 합작으로 제작됐다), 자신의 작업이 대체로 3주에서 4주의 짧은 촬영 일수로 작업이 진행된다 말한다. 

 

후카다 고지의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5년작 <사요나라 さようなら>부터인데, 참고로 이 작품은 2016년에 대전아트시네마에서 열린 ‘2016 아티언스 대전16’에서 국내 프리미어로 소개 됐고, 상영 후에 ‘안드로이드, 파국의 소리’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었다. 이 영화는 2010년 히라타 오리자의 동명의 안드로이드 연극이 원작으로, 원래 15분 정도의 짧은 연극이다. 아무것도 없이 캄캄한 무대에, 의자를 놓고 거기에서 안드로이드와 여자가 둘이서 대화한다. 관객들은 그 여성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고, 그 장소가 어디인지도 잘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관객의 상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파멸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접근하는 연극이다. 꽤 흥미로운 작품으로, 2016년 '사사로운 리스트'에서 나는 이 작품에 대해 간략하게 말한 바 있다.( www.kmdb.or.kr/story/9/1088 ). 그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하모니움 淵に立つ>이 소개되기도 했다. 

 

1980년생인 후카다 고지는 2015년 이래로 매년 정말 부지런히 영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국내에도 소개된 <진심의 증거 本気のしるし>라는 10부작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 영화의 ‘극장판’도 개봉해, <옆얼굴>과 함께 이번 기획전에서 상영을 시도했는데, <진심의 증거>는 나중에 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될 예정이라 한다. 십부작 <진심의 증거>를 워낙 흥미롭게 봤기에, 주변 사람에게도 추천하곤 했는데, 대부분 돌아오는 반응은 등장 인물 그 누구의 행동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후카다 고지 감독의 말을 빌자면 일본에서 드라마 방영시에 ‘공감도 0.1%의 남녀 전락극 共感度0.1%の男女の転落劇’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세웠다고 하는데, 그 만큼 일본 관객들도 대부분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 인물들이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감독 스스로 ‘영화나 작품에서 공감을 구하는 작풍을 추구하는 타입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꽤 흥미롭다 여겼다 .

 

 

후카다 고지 감독은 이 영화의 빛과 관련한 질문에 어둠에 관해 더 중요성을 부여했지만, 나로서는 여전히 이 영화의 백색의 빛을 정신적 선택과 관련해서 흥미롭게 생각한다. 사전 인터뷰에는 영화와 소설의 차이에 대해서(영화화 이후 이 영화의 소설을 출간하기도 했다), 얼굴의 묘사, 변신의 주제, 빛과 어둠, 컬러, 프레임, 소리 등, 짧은 시간이지만 영화와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3월 13일(토) 상영 후에 인터뷰 영상을 소개할 예정이다.

 

시네마테크에서는 주로 고전영화나 과거의 작품을 상영해왔지만, 이번 ‘일본 영화의 현재 Japanese Cinema Now’ 특별전에서는 국내에 공개될 기회가 없었던 신작을 관객에게 온라인이 아니라 극장에서 먼저 만날 기회를 마련했다.영화의 즐거움은 극장을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일본 영화의 현재 

03.03-03.21. 2021.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14편의 영화 상영. 

광산 鉱 / Aragane (2015) 오다 가오리 小田 香 / Oda Kaori

보스니아의 사라예보, 이곳에는 1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탄광이 있다.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지하 300m 아래에 있는 탄광을 찾아 광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가까운 곳에서 기록한다. 거대한 바위와 기계, 그리고 노동자들의 이미지는 어둠 속에서도 뚜렷한 운동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주로 자전적 소재로 작업을 해온 감독이 세계와의 관계 맺음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며 연출한 다큐멘터리.

다정함을 향해 あの優しさへ / Toward A Common Tenderness (2017) 오다 가오리 小田 香 / Oda Kaori

출연│오다 가오리
일본과 보스니아의 영화학교를 오가며 <소음이 말한다(ノイズが言うには)>(2010), <호응(呼応)>(2014) 등 다큐멘터리와 실험 영화를 여러 편 연출한 오다 가오리는 각 작품을 만들던 시기의 내밀한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에게 카메라와 영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질문한다. 일상의 풍경과 전작들의 이미지가 느리게 이어지는 동안 감독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자신만의 답을 찾으려 한다.

하늘에 귀 기울여  空に聞く / Listening to the Air (2019) 고모리 하루카 小森 はるか / Komori Haruka

출연│아베 히로미, 무라카미 토라지, 무라카미 히데코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에 살고 있는 아베 씨는 2011년부터 작은 규모의 동네 라디오 방송을 진행 중이다. 그녀는 마을의 크고 작은 소식을 전하는 한편 노인들을 찾아가 그들의 옛 기억을 기록하기도 하고, 마을 현안에 관한 토론 방송을 기획하기도 한다. 아베 씨가 이렇게 라디오 방송에 진지한 마음으로 임하는 건 쓰나미 이후 마을에 닥친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

옆얼굴 よこがお / A Girl Missing (2019) 후카다 고지 深田晃司 / Fukada Kôji

출연│쓰쓰이 마리코, 이치카와 미카코, 이케마쓰 소스케
중년의 여성 이치코는 노인을 간병하는 방문 간호사다. 현재 혼자 살고 있는 그녀는 이웃들과 친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는 외로움을 느끼며 이웃집에 사는 헤어 디자이너 요네다를 몰래 훔쳐본다. 그러던 어느 날, 이치코와 가깝게 지내던 한 소녀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2019년 로카르노영화제 경쟁부문 상영.

와일드 투어 ワイルドツアー / Wild Tour (2019) 미야케 쇼 三宅 唱 / Miyake Sho

출연│이토 호노카, 야스미츠 류타로, 구리바야시 오스케
야마가타의 한 연구실, 이곳에서는 야마가타 지역의 생태를 연구하는 워크샵이 진행 중이다. 워크샵에 참석 중인 열아홉 살 우메는 식물 샘플을 수집하기 위해 친구인 다케, 슌을 데리고 ‘와일드 투어’를 떠난다. 짧은 여행이 이어지는 동안 세 사람은 동네를 더 잘 알게 되고, 서로 더 가까워진다. 저예산의 프로덕션과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맞물려 독특한 생동감을 만들어내는 작품. 

무언일기 2018 無言日記2018 / Diary Without Words 2018 (2018) 미야케 쇼 三宅 唱 / Miyake Sho

미야케 쇼 감독은 <와일드 투어>의 주인공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핸드폰 카메라 등으로 기록한다. 사람으로 가득한 도시의 일상과 자연의 탁 트인 풍경이 번갈아 등장하는 가운데 관객은 감독의 사적인 기억과 시선을 공유하게 된다. 2014년부터 시작된 미야케 쇼의 ‘무언일기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매년 이어지고 있으며, <무언일기 2018>에는 <와일드 투어>의 제작 모습이 일부 담겨 있다. 
* <무언일기 2018>은 <누군가 노래한다>와 함께 상영합니다.

누군가 노래한다 だれかが歌ってる / Someone to Sing over Me (2019) 이구치 나미 井口奈己 / Iguchi Nami

출연│모리오카 미호, 가와이 유사쿠, 아키야 유타
성탄절 즈음의 어느 작은 마을, 이곳에 살고 있는 여러 인물들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기차를 기다리는 등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동안 누군가 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누가 노래를 부르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느슨한 일상의 분위기와 그 안에 깃든 여러 감정들이 작은 노래 소리처럼 조용히 흐르는 작품. 
* <누군가 노래한다>는 <무언일기 2018>과 함께 상영합니다.

란덴 嵐電 / Randen: The Comings and Goings on a Kyoto Tram (2019) 스즈키 다쿠지 鈴木卓爾 / Suzuki Takuji

출연│이우라 아라타, 아베 사토코, 오니시 아야카
‘란덴’이라 불리는 작은 전차가 운행 중인 교토의 작은 동네. 기차에 관한 글을 쓰는 에이세이는 직접 마을을 찾아 란덴에 관한 이야기들을 취재한다. 한편 식당 점원 가코는 영화 촬영장에 도시락 배달을 갔다가 우연히 주연 배우 요시다의 사투리 지도를 맡기로 한다. 그리고 교토로 여행을 온 여고생 난텐은 매일 란덴을 카메라로 찍는 한 소년에게 관심을 갖는다. 란덴과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마을의 생생한 풍경이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주인공인 영화. 

지구의 끝까지 旅のおわり世界のはじまり / To the Ends of the Earth (2019) 구로사와 기요시 黒沢 清 / Kurosawa Kiyoshi

출연│마에다 아쓰코, 소메타니 쇼타, 가세 료
리포터인 요코는 현재 촬영팀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에서 방송용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중이다. 호수에서 생선 잡기, 전통 음식 먹기 등 카메라 앞에서 억지 웃음을 지으며 정해진 일정을 기계적으로 소화하던 요코는 점차 지쳐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결국 요코는 계획에 없던 행동을 조금씩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마주하며 이상한 시간을 통과한다. 

스파이의 아내 スパイの妻 / Wife of a Spy (2020) 구로사와 기요시 黒沢 清 / Kurosawa Kiyoshi

출연│아오이 유우, 다카하시 잇세이, 히가시데 마사히로
아시아에 전운이 감돌던 1940년, 무역상 유사쿠는 사업차 만주국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참상을 목격한 유사쿠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직접 나서고, 유사쿠의 이러한 위험한 행동은 일본에 살고 있는 아내 사토코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NHK TV 드라마를 영화로 다시 만든 작품으로 2020년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구름 위에 살다 空に住む / Living in the Sky (2020) 아오야마 신지 青山真治 / Aoyama Shinji

출연│다베 미카코, 이와타 다카노리, 미무라 리에
작은 마을에서 출판사에 근무하며 평범하게 살던 나오미는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삼촌의 고급 고층 아파트로 거처를 옮긴다. 땅보다 하늘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39층의 고립된 장소에서 더욱 큰 외로움을 느끼던 나오미는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유명 배우 모리노리와 만나 가까워진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바람의 목소리 風の電話 / Voices in the Wind (2020) 스와 노부히로 諏訪敦彦 / Suwa Nobuhiro

출연│이케즈 쇼코, 미우라 도모카즈, 니시지마 히데토시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족과 삶의 터전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고등학생 하루는 히로시마에 새로운 거처를 찾는다. 그 후로도 상실감으로 힘들어하던 하루는 죽은 사람과 통화할 수 있는 공중전화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을 찾아 떠난다. 이 여행길에서 하루는 또 다른 상처를 지닌 다양한 사람들과 만난다. 

정신: 제로 精神 0 / Zero (2020) 소다 가즈히로 想田和弘 / Soda Kazuhiro

출연│야마모토 마사토모, 야마모토 요시코
2008년, 소다 가즈히로 감독은 정신질환과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정신>을 연출했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뒤 <정신: 제로>를 통해 같은 테마를 다시 한 번 고민한다. 평생을 정신질환 치료와 연구에 바친 의사 마사토모는 80살이 넘어 자신의 은퇴와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기 곁의 환자들과 아내 요시코를 돌본다.

인원 수의 마을 人数の町 / The Town of Headcounts (2020) 아라키 신지 荒木伸二 / Araki Shinji 

출연│나카무라 도모야, 이시바시 시즈카, 다치바나 에리
심각한 빚 독촉에 쫓기던 아오야마는 어떤 남자의 우연한 제안을 받고 낯선 장소로 향한다. ‘시설’ 같기도 하고 ‘마을’ 같기도 한 이 장소에 들어온 사람은 어떤 임무를 수행하며 편하고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어리둥절한 아오야마는 이곳의 질서에 적응하려 하는 동시에 공동체의 비밀을 밝혀내려 한다. 독특한 상상력과 장르적 전개가 흥미로운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