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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만약 메시지가 문제라면 유니언퍼시픽으로 가라 본문

영화일기

만약 메시지가 문제라면 유니언퍼시픽으로 가라

Hulot 2021. 3. 18. 01:05

 

지난해 부터 상영을 생각했던 프레드릭 와이즈만의 신작 <시티 홀>의 상영과 함께 연속기획으로 준비한 첫번째 ‘프레드릭 와이즈먼 회고전’을 3월 23일부터 개최한다. 이번의 테마는 ‘공공’이다. 공공 기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즐겨 만들었던 와이즈먼의 작품에서는 보이스오버를 통한 해설이 전혀 없고, 촬영되는 인물이 카메라를 의식하는 일도 거의 없다. 이를 통해 영화는 필요 이상으로 그 환경에 개입하지 않고 관객을 공공 기관의 내부로 다가가게 이끈다. 와이즈먼의 카메라에 포착된 공공 기관은 뉴욕 도서관에 관한 다큐에서 말해지듯, 민주주의 사회의 기둥으로 만인에게 개방되어 있고, 온 세상에 만연한 불관용에 반대하는 정신을 구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와이즈먼의 다큐가 담아내는 공공성의 본질은 실은 코로나 이후 다시 한 번 가장 중요한 이슈로 우리 사회에 부각되고 있다.

 

현자, 와이즈만 Wiseman은 관객에게 "이렇게 생각한다"고 지시하는 메시지 영화를 싫어한다고 말한다. 다들 그런 메시지 영화를 경계할거 같은데, 실은 대다수 다큐가 그렇지는 않다. 많은 이들이 많은 메시지를 발신하고 싶어한다. 자발적으로 프로파간다가 되고, 그런 경향을 참여적으로 스스로 더 중요시여긴다. 와이즈만은 다른 길을 간다. 그는 인터뷰에서 “첫머리에 저자가 나는 이러이러한 메시지를 주장하기 위해 이 소설을 쓰는 겁니다라고 밝히는 소설은 없다. 이야기상 일어나는 일이나 인물의 언행으로 독자가 짐작할 수밖에 없다.... 촬영하는 현실은 늘 복잡하기 짝이 없다. 중층성 자체를 영화에서 시사하는 책임이 내게는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에게 감독의 소명은 ‘단지’-고다르적 의미-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고다르와 이스트우드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 1930년생이다. 그는 시설(정신기관, 학교, 병원, 도서관, 미술관 등)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메시지를 중시해 이 기관을 변혁하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제대로 일하라고 메시지를 전하려고 의도하지 않습니다. 나의 일은 내가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가능한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와이즈만은 촬영에 있어서 수 많은 사람이 화면에 등장해도 우선적으로 사람의 동의를 얻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사전에 모든 사람들에게 촬영해도 되는지 여부를 묻고 허가를 받았고, 촬영 중에도 대상이 싫어하면 언제든 NG를 허용했고, 사후적으로도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다큐 작가는 드물다. 다큐멘터리는 언론과 다르다. 다큐 작가는 언론인이 아니다. 물론 심판관도 아니다.

 

그리하여, 와이즈만은 자신의 다큐에 대한 메시지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런 식으로 말한다. 

 

“만약 메시지가 문제라면 유니언퍼시픽으로 가라.”

 

그는 만약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면 영화를 찍지 않았을 거라 말한다. 그럼에도 사회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그는 자신을 막스주의자라 말한다. 그는 고다르처럼 Groucho Marx주의자이다.

 

3월 23일부터 개최하는 '프레드릭 와이즈만 회고전'에서 이번에 상영하는 작품은 모두 6편이다. 

 

 

병원 Hospital

1970│84min│미국│B&W│35mm│15세 관람가

연출│프레드릭 와이즈먼 Frederick Wiseman

할렘가에 위치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병원(Metropolitan Hospital Center)은 1875년에 처음 세워진 이래 지금까지 지역 시민들의 의료 복지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감독은 병원을 찾은 다양한 환자들의 모습과 사연을 카메라에 숨김없이 담는다. 영화가 특히 방점을 찍는 부분은 부랑자, 노인, 여성, 흑인 등 저소득층 환자의 모습들로, 이때 병원은 계급의 문제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장소가 된다.

 

 

공공 주택 Public Housing

1997│200min│미국│Color│Digital│15세 관람가

연출│프레드릭 와이즈먼 Frederick Wiseman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위치한 ‘아이다 벨 웰스 주택 단지’는 흑인 여성 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아이다 벨 웰스(Ida B. Wells)의 이름을 따서 1939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이후 주로 흑인 저소득층이 입주하는 가운데 그 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졌지만 영화가 제작된 90년대에는 갖가지 사회의 불평등 문제가 집중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결국 1995년, 정부는 주택 단지의 철거 및 재개발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긴다. 감독은 이 지역의 흑인 공동체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한편,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 활동가들의 노력을 포착한다.''

 

 

버클리에서 At Berkeley

2013│244min│미국│Color│DCP│15세 관람가

연출│프레드릭 와이즈먼 Frederick Wiseman

<버클리에서>는 캘리포니아의 재정난과 지원금 감축이 야기한 위기 상황 아래서 버클리 대학의 사람들뿐 아니라 정부 지원을 받아 운용되는 공공 교육의 시스템, 민주적인 의사참여 방식, 대학 구성원들의 헌신을 기록한다. 한편으로 풋볼 게임이나 마라톤, 온화하게 유지되고 있는 좌파운동의 전통 등을 두루두루 훑는다.

 

내셔널 갤러리 National Gallery

2014│180min│프랑스, 미국, 영국│Color│DCP│전체 관람가

연출│프레드릭 와이즈먼 Frederick Wiseman

1824년에 설립된 영국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는 13세기 중엽부터 19세기까지, 피카소와 모네 등 서양 미술의 걸작 약 2,300점을 소장하고 있다. 영화는 차분한 관찰자의 태도로 갤러리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과를 자세히 기록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술품의 아름다움과 이곳을 방문한 시민들의 면면을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Ex Libris - The New York Public Library

2017│206min│미국│Color│DCP│전체 관람가

연출│프레드릭 와이즈먼 Frederick Wiseman

1911년에 개관한 뉴욕공립도서관은 책을 보관하는 것은 물론 사회와 도시, 그리고 사람들의 변화를 기록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와이즈먼의 카메라는 홀, 복도, 열람실, 야외 테라스 등 각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도서관의 기능과 공공성의 성격을 다시 고민하게 한다. 2017년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

 

시티홀 City Hall

2020│275min│미국│Color│DCP│15세 관람가

연출│프레드릭 와이즈먼 Frederick Wiseman

프레드릭 와이즈먼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시청을 찾아간다. 시에 산적한 안건을 해결하는 공무원들은 바쁘게 일하고, 다양한 문제를 가진 시민들은 시청으로 모인다. 시청을 떠나지 않는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저소득층 복지, 주택 문제, 이민자 문제, 동성 결혼, 기후 변화 대응 등 현대 사회의 첨예한 문제들을 한꺼번에 보여주게 되고, 동시에 트럼프 시대의 단면을 숨김없이 포착한다. 영화는 현실을 근심하는 동시에 희망을 꿈꾸는 시민들의 건강한 활력을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