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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영화의 평범한 관객 본문

영화일기

영화의 평범한 관객

Hulot 2021. 4. 30. 23:00



영화를 보러 갈때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모르는, 짐작할 수 없는 나라와 들어보지 못한 작가의 영화와 만나는 것은 실은 기쁜 일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그 반대로 기대할만한 영화를 보러 가면서 적당한 만족을 얻는 것에 즐거워할 수 있겠지만, 그 또한 영화 관람의 당연한 쾌락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한 영화의 즐거움은 대체로 기대하지 못한 여행지와 관람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영화의 관객은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합리적 선택의 소비자와는 달리 우연과 내기를 즐기는 모험가다.

비록 특정 지리에 관한 관심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들이 있더라도 영화의 나라에서 주목 받지 못할 나라나 개인은 없다. 게다가 특정 나라의 영화가 젊음의 기운을 갱신하는, 바로 그 피어오르는 순간에 우연히 작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란 많지 않다.

이번 주말에 소개하는 벨라루스의 세 젊은 작가-모두 여성감독들입니다-의 영화와의 첫 만남이 그러하다. 모두 국내 첫 상영하는 작품들이다.


율리아 샤툰의 <내일>은 즉흥적으로, 예산 없이, 감독이 되기 위해 학교에서 공부할 필요도 없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기용해, 별다른 리허설도 없이, 독창적인 방식으로, 독립적으로 제작한 영화다. 그럼에도, 그녀가 좋아하는 샹탈 아커만의 영화처럼 매일 마주하는 지리적 풍경의 물성, 시간의 지속에 관한 육체적 감각, 어떤 기다림과 기대에 관한 느낌이 이 아마추어 같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꽤 놀랄 만한, 신선한 작품이다. 블라다 센코바는 <둘>에서 복잡하고 민감한 현실적 문제들, 가령 HIV와 같은 문제에 대한 인식과 청소년 사이의 편견과 괴롭힘과 폭력, 세대 간의 차이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고 있다. 사회적 고립의 현실을 <내일>과는 다른 방식으로, 다른 세대를, 다른 창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는 작품이다.


그동안 극장을 운영 하면서 특별히 기억나는 관객이 있냐는 질문에, 무슨 영화를 상영하는지 모르면서 8시 영화표 한 장을 달라던 관객이 생각난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물었던 이는 농담이라 여겼지만, 실은 진담이다. 극장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 때나, 무슨 영화든, 상영하는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을 상상하곤 한다. 그들은 목적지와 상관 없이 가장 빠른 시간대의 원에이 티켓을 사는 여행자와도 같다. 우연히 시간이 맞아 극장에서 뭔지 모르고 보았던 영화들이 실은 우리를 이런 세계로 이끌었던 것이 아니었던가.

주말의 시네토크 Cine Talk


5월 1일(토)
일시│ 오후 4시 <내일> 상영 후
내일 Зaвтра Tomorrow(2017) 율리야 샤툰 Yuliya Shatun
참석│율리야 샤툰(영화감독)



둘 Ⅱ / Two(2019) 블라다 센코바 Vlada Senkova
일시│5월 1일(토) 오후 7시 <둘> 상영 후
참석│블라다 센코바(영화감독)

*시네토크는 온라인으로 실시간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