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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마르셀린 Marceline 본문

영화일기

마르셀린 Marceline

Hulot 2021. 6. 17. 17:43


초기 이벤스 영화의 미학적 혁신에 여성 편집자 헬렌 판 동언의 중요한 역할이 있었음을 간략하게 소개한 바 있지만, 이벤스의 후기 작업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이가 마르셀린 로리단(1928-2018)이다. 그녀와의 협업은 오늘 상영하는 <위도 17>부터 시작해 근 30년의 협력작업으로 이어졌다. 특별히 시네마 베리테나 다이렉트 시네마에 미온적 입장을 갖고 있던 이벤스가 이 작품에서 동시녹음이 가능한 16미리 카메라를 사용하게 된 것에 그녀의 경험이 있었다. 마르셀린은 이미 다큐멘터리 작업에서 동시 녹음카메라를 사용한 경력을 갖고 있었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였던 마르셀 로리단은 장 루쉬와 에드가 모랭의 <어느 여름의 연대기>에서 중요한 역할로 출연했는데, 이 작품에서 그녀는 어린 나이에 나치의 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온 것에 대해 술회한다. 1944년, 열 다섯의 나이에 마르셀린은 아버지와 함께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로 추방되었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그녀가 파리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수용소에서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때를 회상하는 영화의 한 장면을 기억한다. 2015년에, 그녀는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하지만, 그는 돌아오지 못했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수용소에서 돌아온 후, 마르셀린은 좌파 지하집단에 참여했고, 역사적 상흔과 가슴아픈 기억에 반응하는 것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활동에 헌신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다큐멘터리 작업에 몰두하는 것이었다. 요리스 이벤스는 <어느 여름의 연대기>가 상영되는 극장의 스크린에서 동시녹음 카메라(이 작업에 캐나다에서 건너간 탁월한 촬영감독 미셀 브로가 참여했다)에 담긴 마르셀린 로리단을 처음 보았다고 한다. 이 결정적 만남이 그의 삶과 영화 촬영방식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1963년 이벤스와 마르셀린은 결혼했고, <위도 17>는 이들의 기념비적인 출발점의 작품이 됐다. 이 영화에서 다이렉트 사운드를 사용하기로한 결정에 대해 마르셀린은 서구인들에게 전형적인 베트남인들을 보여주는게 아니라, 직접 그들 스스로 말하게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겼기 때문이라며 “나는 시네마-베리테의 소녀였습니다. 전에 텔레비전용 다큐멘터리를 몇 편 만들었는데, 거기서 나는 현장 노동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직접 말하게 했습니다. 이것이 이 영화에서 우리가 다이렉트 사운드 기술을 사용하기로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을 소재로 한 12편의 영화, <우공이산>(1976), 그리고 이번주 토요일에 마지막으로 상영하는 유작 <바람의 이야기>(1988)는 이들의 협력 작업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남았다. 마르셀린 로리단이 세상을 떠난 2018년, 그녀의 생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그 제목은 ‘마르셀린, 여성, 세기 Marceline, une femme, un siècle’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