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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장소의 방문자 - 요리스 이벤스의 쿠바와 칠레, 발파라이소 본문

영화일기

장소의 방문자 - 요리스 이벤스의 쿠바와 칠레, 발파라이소

Hulot 2021. 6. 25. 11:34


요리스 이벤스 회고전 마지막 날에, 쿠바와 칠레에서 만든 두 편의 아름다운 작품 상영후에 토크를 합니다.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만, 이를테면...
이 영화에서의 ‘방문’이라는 행위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장소를 찾아가는 것, 말하자면 방문은 (찾지 않고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와는 달리)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첫 번째 행위입니다.
가령 쿠바 혁명 이후 서구의 많은 지식인들이 쿠바를 방문합니다. 1960년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와 쿠바 아바나에서의 체 게바라와의 만남에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크리스 마르케, 아녜스 바르다와 자크 르두, 그리고 요리스 이벤스의 방문까지. 요리스 이벤스는 다큐멘터리 감독과 혁명적 시네아스트는, 언제나 역사의 중요한 지점을 ‘방문’해야만 한다고 믿었고(고다르가 1970년대에 팔레스타인을 가야만 했던 것처럼), 이는 시사성만을 중시하는 저널리스트의 방식과는 다른 것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환갑을 넘긴 나이의 요리스 이벤스에게 1960년대는 중요한 변화의 시기였는데(그리고 다작의 시기이기도 하다), 그가 이 시기 중요하게 방문한 곳은 주로 제 3세계로, 제국주의의 지배에서 벗어난 이 신생국가들이 새로운 영화를 필요로 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시기의 이벤스 작품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1)1960년대 새롭게 시도된 다큐멘터리의 제작 경향인 다이렉트 시네마와 시네마 베리테와의 관련성, 2)바르다나 크리스 마르케의 작품과 비교해 볼 수 있는 밀레탕트 시인으로서의 이벤스의 서정적 여행-에세이 작품들의 경향, 그리고 3)새롭게 시작된 제 3세계 영화들과의 관계 등에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벤스의 쿠바와 칠레에 관한 여행-에세이 영화는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일반적인 서정적 에세이 영화들과 유사하지만 특별한 필요성에서 제작된 영화들입니다. 즉, 이 시기 쿠바와 칠레에서 만든 작품은 제국주의에 맞서는 투쟁에서 새로운 내셔널 시네마를 창조하는데에 헌신하고 기여하기 위한 것으로, 그의 작업은 신생 국가의 영화제작 교사로 학생들과 동료들과 협력해 그 나라에 걸맞는 새로운 영화적 표상을 되돌려주는 행위로 깊은 애정과 신뢰의 영화작업입니다.


1963년 쿠바를 방문해 ‘안녕, 쿠바인들’을 만들었던 바르다가 했던 말은 이벤스의 작업에도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즉 당신이 어떤 장소에 있을때 거기서 하는 일을 다른 곳과 혼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큐멘터리의 윤리이자 정치학이기도 합니다. 대체로 잘 거론하지 않는 숨겨진 작품이지만, 대단히 흥미롭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두 편의 단편을 마지막으로 만나보세요.

6월 27일(일) 16:00
발파라이소 A Valparaiso(1963)
1962년, 요리스 이벤스는 칠레대학의 초청을 받아 실험영화를 강의했다. 이 영화는 그 기간 동안 학생들과 함께 만든 작품으로 스페인 식민지 시기의 항구 도시 발파라이소의 역사적 기록과 현재의 대비를 보여 준다. 42개의 언덕, 돌계단, 케이블카를 포함한 도시의 매혹적인 아름다움이 흑백과 컬러 화면의 순간적 교차 속에 만화경처럼 펼쳐 보인다. 1920년대 독일과 소비에트의 도시의 심포니와 여행 에세이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은 도시 풍경의 시적 해석과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비평을 담고 있다. 도시를 더 잘 알기 위해 그는 파블로 네루다와 협력했고, 나레이션은 크리스 마르케가 맡았다.

여행수첩 Carnet de viaje(1961)
1953년에 시작한 쿠바혁명은 1959년 1월 1일에 공식적으로 끝났다. 그리고 1960년, 요리스 이벤스는 초청을 받아 쿠바를 찾았고 카스트로로부터 혁명에 관한 영화를 만들어 줄 것을 요청 받았다. 아직 쿠바가 낯설었던 요리스 이벤스는 지금까지 작업한 방식과는 달리, 어떤 정해진 계획 없이 자유롭게 쿠바를 여행하며 그 과정을 즉흥적으로 카메라로 기록하기로 한다. 이벤스는 영화학교 학생들을 스탭으로 채용한 뒤 이들에게 영화를 가르치면서 “여행 수첩”을 함께 써나갔고, 이 작품은 요리스 이벤스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자유로운, 그리고 가장 생생한 이미지로 가득한 영화로 남았다.

상영후 시네토크 | 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