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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자크 로지에의 바캉스 본문

영화일기

자크 로지에의 바캉스

Hulot 2021. 7. 29. 13:25

영화는 휴가의 한 형식이자 휴일의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이 시간은 사람들이 자신을 직면하는 자유의 순간이다. 아마도 자크 로지에만큼 바람불어 가는 해변 쪽으로 자유롭게 항해한 작가는 없을 것이다. 그는 휴가의 작가로, 그 자유의 시간에 따라 상업적 규칙을 따르지 않았고 어떤 규칙도 지키지 않았다. 그 덕분에 영화 제작에서도 너무 긴 휴가를 보내야만 했다.

 

내일부터 시작하는 열 여섯번째 시네바캉스의 개막작은 자크 로지에의 ‘아듀 필리핀’(1962) 복원판이다. 오래간만의 상영이다. 2012년 그의 두 번째 장편 ‘오루에 쪽으로’(1971)를 35mm 필름으로 여름에 첫 상영한 이래로, 다음 해 여름에는 데뷔작 ‘아듀 필리핀’을, 그리고 2015년 여름에는 ‘맨느 오세앙’(1986)을 상영했다. ‘거북섬의 표류자들’(1976)은 상영 기회가 없었는데, 35mm 필름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의 영화 두 편이 최근에 디지털 복원됐다.

 

로지에 영화의 프랑스 배급업자는 ‘맨느 오세앙’과 ‘거북섬의 표류자들’의 디지털 복원판 상영에 대해 “Ils n’ont pas été encore projetés en France et en Europe, à l’exception d’adieu philippine.et ce serait des avant premières mondiales.”라는 메일을 보내왔다. 프랑스와 유럽에서 디지털 복원판이 아직 상영된 적이 없기에, ‘아듀 필리핀’을 제외하자면, 세계 프리미어 상영이란다. 때마침 올해 11월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도 자크 로지에 전작 회고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자크 로지에의 회고전이 프랑스에서도 꽤 늦었다고 생각한다. 로메르와 고다르 그 중간의 세대로 누벨바그의 마지막 대표자(그는 1926년생이다)중의 한 명이지만, 대략 십 년에 한 편씩 영화를 만든 이 장기 휴가의 작가를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를 가끔 만든 시간 외에, 그가 무엇을 했는지는 궁금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의 한적한 삶에도 그러나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얼마전 프랑스 영화감독협회(SRF)는 공식 보도자료에서 자크 로지에 감독이 자신이 살던 뇌이쉬르센의 아파트에서 퇴거 위협을 받고 있다는 메시지를 공유했다. SRF는 이 기관의 창립자 중의 한 명인 로지에 감독이 아내와 함께 거주하고, 그의 영화 아카이브를 보관하고, 올해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의 회고전 후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수단을 강구해줄 것을 문화부에 요청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개막작으로 상영하는 ‘아듀 필리핀’은 누벨바그의 성공 덕분에, 특히 고다르의 제안 덕분에 만들어진 영화다. 1959년에 고다르의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성공에 자극받은 프로듀서 조르주 드 보르가르는 고다르에게 요즘 젊은 영화감독들 중에서 빨리 촬영하고 저예산으로 고다르처럼 기적을 만들어낼 감독 몇 명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고다르는 주저없이 아직까지는 단편을 만들었을 뿐인 세 명의 영화감독 명단을 일러주었다. 자크 드미, 아네스 바르다, 그리고 자크 로지에다. 자크 드미는 1961년에 <롤라>를, 다음 해에 아네스 바르다는 <5시에서 7시의 클레오>를, 그리고 자크 로지에는 뒤늦게 <아듀 필리핀>(1962)을 만들었다. 고다르가 이 세 명의 영화감독에게 어떤 기대를 품고 있었는지가 궁금할테지만, 단지 기이한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이들 모두의 내적 심상에는 해변이 있었다.

 

개막작

07.28.(수) 19:30 아듀 필리핀 Adieu Philippine (1962) 자크 로지에 Jacques Rozier

 

TV 방송국에서 일하는 미셸은 스튜디오를 구경하던 릴리안과 줄리엣을 만나 친해진다. 이후 몇 번의 데이트를 통해 가까워진 세 사람은 미셸의 제안으로 코르시카 해변으로 바캉스를 떠난다. 당시 프랑스 젊은이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포착한 자크 로지에의 장편 데뷔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