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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탈선과 환승의 영화 - 자크 로지에의 ‘맨느 오세앙’ 본문

영화일기

탈선과 환승의 영화 - 자크 로지에의 ‘맨느 오세앙’

Hulot 2021. 8. 2. 12:40



시네바캉스를 16년째 하면서 바캉스 영화의 전도사마냥(!) 매년 바캉스의 영화, 혹은 영화의 바캉스에 대해 말하게 되는데, 그 가운데-여전히 상영하지 못한 많은 영화가 있지만- 여전히 언급하고 싶은 작품이 과작의 작가인 자크 로지에의 네 번째 장편 ‘맨느 오세앙’이다.
영화의 첫 시작에서-이 장면의 촬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프랑스 서부의 낭트행 기차 맨느-오세앙 호에서 브라질 여인은 검표원과 차표 문제로 실랑이를 벌인다. 이때부터 영화는 습관적 우연을 거듭하며 자꾸 주인공들이 바뀐다. 일종의 ‘환승’ 영화다. 이런 식으로 영화는 파리에서 출발한 ‘맨느-오세앙’호 기차의 루틴한 궤도를 따라가면서 자꾸 일탈한다. 대체로는 언어를 근간으로 벌어지는 오해와 다툼으로,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불어, 영어, 지역 사투리들까지 다양하게 등장한다. 이런 다성성은 시대와 역행하는 것이다. 80년대는 공통분모적인 통합적 언어와 규율, 지배라는 글로벌 통합의 시대로 이런 다성적 언어는 다양한 악센트, 리듬을 지닌 말들을 도입하는 반발의 역량이다. 말하자면, 밋밋한 말들, 조작적인 음성들, 독특한 개성의 사람들이 사라지던 시대, 바캉스에 내재된 일탈과 탈선, 환승의 고유한 영어언어로 저항을 시도하는 것이라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토요일 이 주제에 관한 강연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로지에의 영화가 바캉스, 휴일의 영화인 것은 언제나 이런 사회적 장벽이 일시적으로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는, 연대를 위한 평등적 공간이 인물들에게 삶의 순수한 쾌락을 포용할 수 있게 하는 순간을 허용하는 것으로, 그리하여 가장 로지에적인 순간은 함께 삼바 춤을 추는 장면이다. 이 장면의 자유로운 리듬은 두고두고 기억될 장도로 즐겁고 아름답다. 물론 바캉스의 시간이란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가 월요일 아침을 맞아야 하는 특유의 멜랑콜리의 감각이 있다. 이 영화의 라스트가 절절한 이유다.


*첨언하자면, 이 영화는 1986년 ‘장 비고 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일반적으로 독립적인 정신과 독창적인 미학의 젊은 감독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로지에는 환갑의 나이에 젊음의 영화상을 받았다.

08.03 Tue. 16:30
맨느 오세앙 Maine Ocean (1986) 자크 로지에 Jacques Rozier
08.14 Sat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