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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알로하오에 무르나우 본문

영화일기

알로하오에 무르나우

Hulot 2021. 7. 29. 14:01



에릭 로메르는 무르나우를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그의 최고작이 <타부>라 말했었다. 무르나우의 영향, 특별히 <타부>는 고갱의 폴리네시아 그림과 더불어 로메르의 <클레르의 무릎>과 <해변의 폴린느>의 서정적 순간, 배우들의 의상과 색상의 조화에 큰 흔적을 남겼다.

무르나우는 <북쪽의 나누크>를 만든 다큐멘터리 감독 플래허티에 관심을 보였고, 할리우드 제작 방식에 실망한 둘은 의기투합해 전적으로 자신들의 생각에 근거해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 생각으로 Murnau-Flaherty Productions이라는 제작사를 차렸다. 그들은 남태평양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 결심을 한다. 무르나우에 관한 전기에서 로테 아이스너는 그가 할리우드를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려 했다며 ‘그는 부드러운 야자수가 늘어선 에메랄드빛 바다와 부드러운 꽃 향기가 나는 언덕이 있는 꿈의 풍경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선 이 아픈 향수로 가득한 작품은 그의 마지막 삶을 이미 예고하고 있었다.

영화를 완성할 당시 무르나우는 지독한 향수병에 걸려 독일에 계신 어머니를 보고 싶어했다 한다. 습관처럼 무르나우는 점성술사를 찾았고, 점성술사는 무르나우에게 1931년 4월 5일 방문을 말했다. 그는 동료들과 다가올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했다. 독일로 떠나기 전 그는 새 작품을 논의하기 위해 작가 윌리엄 모리스를 방문하기 위해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그의 유해가 독일 함부르크 항구에 도착한 날은 점성술사가 예언한 4월 5일이었다고 한다.


무르나우는 프리츠 랑, G.W. 팝스트와 더불어 독일이 낳은 위대한 영화감독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대다수 독일인들은 오랫동안 그의 이름을 잊고 지냈다. 무르나우의 영화 대부분이 온전하게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전에 무르나우는 21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그중 9편이 소실되었고, 나머지 12편의 프린트 상태는 좋지 않았다. 독일의 영화사가 로테 아이스너가 지적하듯 그것은 '유례 없는 불행'이었다. 하지만 더 큰 불행은 무르나우의 죽음 그 자체였다. 무르나우는 유성영화의 도래와 더불어 새로운 실험을 하고 싶었다. 1931년. <타부>를 눈여겨본 파라마운트사는 무르나우에게 10년간 계약을 맺자고 제의했다. 마침내 무르나우, 조셉 폰 슈테른베르크, 에른스트 루비치가 한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무르나우는 새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는 허먼 멜빌의 소설 <타이피>를 영화화하고 싶어했다. 무르나우의 갑작스런 죽음 때문에 이 모든 가능성은 수포로 돌아갔다.

무르나우의 죽음은 게다가 무수한 억측과 소문을 불러왔다. 무르나우의 동성애가 화근이었다. 무르나우의 교통사고는 사람들의 구설수에 올랐고, 그를 '독일의 천재'라고 불렀던 사람들조차 그의 죽음을 외면했다. 미국에서 거행된 장례식은 초라했다. 3월 19일, 그의 장례식장에서 위대한 감독에게 작별을 고할 용기를 가진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레타 가르보와 에드가 울머를 포함한 11명만이 참석해 그의 비극적인 죽음을 애도했을 뿐이었다. 그레타 가르보는 무르나우의 데드마스크를 자신의 책상 서랍에 보관하며 오랫동안 외로움과 슬픔을 달랬다고 한다.

독일의 바벨스베르크에서 거행된 무르나우의 장례식에서 프리츠 랑은 "신이 너무 질투심이 강했다"며 슬픔을 토로했다. 프리츠 랑은 "지금부터 몇백 년간, 사람들은 영화의 개척자가 중도에서 우리를 두고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무르나우 덕분에 영화기술과 영화예술이 근본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무르나우는 영화가 상징으로서의 삶을 제시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의 모든 작품은 살아 움직이는 발라드에 가까웠다. 언젠가 무르나우가 생각했던 것이 승리를 거둘 것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프리츠 랑은 '알로하오에 무르나우 Aloha Oe Murnau'라는 작별인사를 남겼다. '알로하오에'는 무르나우의 유작 <터부>를 관통하는 고통스런 향수의 노래이자, 무르나우의 짧은 생애를 기리는 슬픈 송사였다.

2005년 낙원으로 이사해 ‘무르나우 전작 회고전’을 개최해 이 영화를 처음 상영했었다. 16년만에 이 영화를 시네바캉스에서 오늘 상영한다.

07.29.(목) 저녁 8시
타부 Tabu: A Story of the South Seas (1931) F.W 무르나우 F.W. Murn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