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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시네21-시네마테크 전용관을 허하라! 본문
[핫이슈]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허하라!
전용관 없어 2~3년마다 이전 불가피, 필요성 인식 확산 및 각종 지원 시급
2007.02.08
글: 김민경
“잠시 영화 상식 퀴즈가 있겠습니다. 서울엔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있다, 없다?!” 현재 서울시 종로구 낙원동 낙원상가 4층에 자리한 서울아트시네마를 방문해본 이라면 “있다!”고 자신있게 답할 것이다. 50년대 할리우드영화부터 90년대 한국영화까지 일반 영화관에선 결코 만날 수 없는 옛날영화들을 소개해주는 서울아트시네마는 명실상부한 시네마테크 전용관이다. 그렇다면 왜 박찬욱, 봉준호, 류승완, 김지운, 홍상수, 김홍준, 오승욱 감독들은 ‘시네마테크 전용관 설립을 위한’이라는 부제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마련해야 했을까. 1월31일 열린 전용관 포럼을 자발적으로 찾은 40여명의 관객이 “시네마테크는 집이 필요하다”며 고민을 나눈 건 어째서일까.
제 역할 위해 공간의 안정성 및 부대시설 확보해야
시네마테크는 일반 상업극장에서 보기 어렵지만 영화사에 의미가 깊은 영화들을 보존 및 상영하는 비영리 민간기관을 뜻한다. 프랑스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대표적인 예이다. 한국에선 서울시네마테크, 문화학교 서울, 시네마테크 부산, 대전시네마테크, JIFF테크(전주) 등 15개 단체의 연합체인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지난 2002년 1월 출범했다.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는 2002년 5월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지하에서 개관했다. 거장 감독들의 회고전 외에도 독립영화와 실험영화 후원, 청소년 대상의 교육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형태로, 영화진흥위원회는 상영관 임대료 전액과 운영비 일부를 지원한다.
문제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운영하는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아슬아슬한 셋방살이를 계속해왔다는 것이다. 처음 문을 열었던 아트선재센터가 2년 계약 만료 뒤 재계약 불가 통보를 보내자 서울아트시네마는 부랴부랴 새로운 셋방을 찾아 짐을 꾸려야 했다. 지금의 낙원상가에 겨우 간판을 달았지만 세입자 신세는 여전하다. 올해 3월 만료 예정이던 허리우드극장과의 계약은 다행히 1년 더 연장됐지만 안도할 수만은 없다. 시네마테크가 안정된 전용관 없이 2, 3년 단위로 방황하는 현실은 시네마테크의 위상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서울아트시네마 김수정 사무국장은 “겨우 인지도를 확보할 만하면 금방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데, 그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직도 아트선재센터에 가서 고개를 갸웃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한다. 건물과 장소가 지니는 의미가 무겁다는 주장이다. 현재 공간이 상영관 외의 부대시설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계속 지적돼왔다. 시네마테크는 스크린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시네마테크로서 온전히 기능하기 위해 △ 무대 공연을 겸할 수 있는 200석 규모의 상영관 △ 25평 이상의 서적 및 영상자료실 △ 50석 규모의 소회의실 △ 필름보관실 등의 시설 모델을 제시한다. 상영 전후 관객이 관련 서적을 접할 자료실, 영화를 본 관객이 자연스레 모여 토론할 시네카페 등을 갖춰야 비로소 자생적인 영화 문화의 요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상영회 때마다 어렵게 구한 필름 프린트를 1회 상영 뒤에 반납하는 형편이지만, 상영용 필름을 지속적으로 보관, 재상영하기 위한 아카이브도 필수다. 상영 설비 역시 옛 영화들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상영해야 한다는 시네마테크의 원칙을 종종 좌절시킨다.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시네마테크의 사정이 이렇다는 건 사실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일이다. 지난해 무르나우 감독 회고전을 위해 독일에서 프린트를 공수받았는데, 우리 기계론 이 영화의 영사 속도인 14프레임을 제대로 재생할 수가 없었다”고 씁쓸한 심정을 토로했다.
양질의 영화문화를 위한 장소로서 인식 확산 필요
넉넉지 못한 운영비도 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06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한 예산은 3억7500만원. 서울아트시네마가 아닌 전국의 시네마테크에 할당된 금액이다. 이중 1억4천만원이 구 허리우드극장의 임대료로 쓰이고 있다. 10여편을 상영하는 회고전 한번에도 저작권료와 프린트 운송료, 자막 번역 비용 등으로 2천만~3천만원가량이 소요된다. 올해는 5천만원가량 지원금이 늘었지만 여전히 관객 수입과 타 영화제 자막 대행 사업 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관객 수입에 의존하는 사정 때문에 관객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발굴에 주저하게 된다. 운영 주체들이 자신의 경제적 보상을 희생해서 시네마테크를 지탱해가는 현실도 정상적인 풍경은 아니다. 시네마테크는 순수 민간기관이지만 영화의 문화적 가치를 지키고 유통시장의 대항 문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국가 및 비영리기관의 지원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위탁으로 99년 설립된 시네마테크 부산은 자체 운영비 7억원 중 5억원 이상을 시에서 지원한다. 부산시에서 부지를 매입해 건립한 전용관은 160석 규모 상영관과 서적 및 영상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자료실, 세미나실, 편집실 등을 갖췄다. 프랑스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정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이 재정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포럼 데 이마주는 파리시로부터 90% 이상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 독일의 코뮤날레 키노처럼 공익 목적의 사단법인이 예산의 80%를, 시가 나머지 20%를 지원하는 형태도 있다. 미국은 기부금과 기업에서 설립한 재단의 조성금이 재정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필름 소사이어티 오브 링컨센터와 필름포럼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김보연 대리는 “안정적 공간의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현재 독립영화 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가 입주할 적당할 공간을 물색 중”이라고 밝혔지만, 사업이 막 걸음을 뗀 상태라 가까운 시일에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서울아트시네마쪽은 다양한 선례를 참고하여 서울시의 지원, 기업 후원 등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당장 시네마테크의 존재 의의에 대한 공감대 형성부터 쉽지 않다. 전용관 포럼에 참석한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전국 시도에 박물관, 미술관이 하나씩은 다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문화예술행사에 쓰는 돈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미술관이 없다는 건 창피해하지만 시네마테크가 없다는 사실엔 놀라울 만큼 무관심하다”며 인식의 부재를 한탄했다.
결국 서울아트시네마의 새 집을 찾아주는 작업은 ‘한국사회에 시네마테크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응답하는 것이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이번 전용관 논의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영화산업의 눈부신 성장으로 영화가 산업으로 존중받게 되고 제도화된 영화 교육도 생겨났지만, 정작 다양한 영화를 보고 감상을 나누는 기초적인 영화 문화는 퇴색하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네마테크가 좋은 평론가와 관객, 감독을 배출하는 인큐베이터라는 인식이 확산되지 않으면 몇몇 활동가가 “독립운동 하듯이” 지속해온 시네마테크의 미래도 더이상 장담할 수 없을 거란 경고를 보낸다. 전용관 문제에서 시작된 이들의 호소는 영화진흥위원회나 문화관광부뿐만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가들부터 영화를 소비하는 일반 대중 모두를 향한 것이다. 우연히 퇴근길에 이곳에 들렀다가 인연을 맺었다는 한 관객은 “원래 영화를 잘 알진 못했다. 여길 집처럼 드나들다 1년 동안 200편 정도의 영화를 보게 됐는데, 내가 30년 동안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이곳은 내게 학교 같은 곳이다. 그런데 학교가 자기 건물도 없고, 교무실, 강당, 운동장 등 필요한 시설도 없다니 슬픈 일이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티켓 한장으로 누구나 입학할 수 있는 이 영화 학교를 지켜가기 위해, 서울아트시네마는 영화를 향수하는 모든 이들의 능동적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시네마테크 친구들 영화제에 참여한 류승완 감독“좋은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공간의 안정성이 시급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참여했다. -시네마테크에서 본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은. -지금 서울아트시네마에 가장 아쉬운 점은. -앞으로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위해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
글 : 김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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