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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줄 위의 종달새 - 보후밀 흐라발과 이리 멘젤 본문

영화일기

줄 위의 종달새 - 보후밀 흐라발과 이리 멘젤

Hulot 2023. 6. 7. 14:18


몇년 전, 소설을 좋아하는 후배의 선물로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그가 이리 멘젤의 오랜 협력자였다는걸 그때야 알게됐다. 보후밀 흐라발의 소설이나 이야기는 모두 여덟 편이 영화화되었는데, 그 중 다섯 편을 이리 멘젤과 작업했으니 둘의 협력은 창작의 원동력이기도 했으리라. 보후밀 흐라발은 둘의 협업에 대해 '시적 비전을 비추는 두 개의 거울이 서로를 비추는 것처럼 서로를 계속 보완했다'고 언급했었다.


법학을 전공한 그는 철도 기관사, 열차 배차원, 보험사 직원, 클라드노 제철소 일꾼, 폐지 줍는 사람으로 일하면서 일상에서 얻은 직접적 삶의 경험을 풍부한 자원으로 활용해 글을 썼고, 오늘 오래간만에 상영하는 이리 멘젤의 <줄위의 종달새>도 그런 부조리한 경험이 둘의 협력의 근원이 되었다. 1968년 소련의 프라하의 봄 진압 이후 촬영된 이 작품은 1950년대를 배경으로 전후 스탈린주의 비판이라는 주제를 명시적으로 다룬다. 고철 야적장에서 강제 노동을 하는 이들이 주인공이다. 체제 비판적인 내용때문에 영화는 1990년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해 황금곰상을 수상하기전까지 공개될 수 없었고, 이리 멘젤과 보후밀 흐라발 또한 1970년대 중반까지 작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인터뷰를 읽어보면 이리 멘젤은 60년대를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한다. “영화를 만들기에 이상적인 시간, 이상적인 분위기, 이상적인 장소였다...완전한 자유가 없었기 때문에 이념적 장벽을 깨뜨릴 수 있는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인 무책임이 있었다. 아무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젊은 데뷔 감독들에게는 좋은 환경이었다. 우리 영화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 전체적인 문화적 분위기가 영화 제작에 이상적이었다. 운이 좋게도 그 시기에 나는 영화 제작의 기회를 얻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몇 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06.07. 20h 줄 위의 종달새 Skřivánci na niti (1969) 이리 멘젤 Jiří Menzel



2차 대전이 끝난 뒤의 1950년대 초 프라하. 공산주의 정부는 ‘부르주아’들을 강제로 공장에서 일하게 한다. 문학 교수, 이발사, 음악가 등 다양한 배경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폐철 처리장에 모인다. 1969년에 제작됐으나 정부에 의해 상영이 금지당했고, 1990년에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1990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