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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위험을 회피하지 않는 민간 독립 영화관의 모험 -대전 영화포럼 본문

영화일기

위험을 회피하지 않는 민간 독립 영화관의 모험 -대전 영화포럼

Hulot 2023. 6. 6. 08:54


지난 주 금요일, 대전에 새로 개관한 소소아트시네마에서 개최한 극장에 관한 포럼에 참석해 근래 주목하던 지역의 민간 독립 영화관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몇 년 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나는 삶을 사랑하고 자전거를 타고 극장에 간다>(2005)라는 다큐멘터리를 상영한 후 소개한, 유토피아 영화관과 틀루주 보네포이 지역의 옛 산업 건물을 개조해 만든 임시 영화관 라 포레 일렉트리크 등, 재정 및  프로그램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민간 독립 극장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들 민간 독립 극장은 수익성 요구, 높은 임대료 지불, 재정적 불안, 고용 문제와 같은 문제들과 높은 관리 비용 및 운영 비용, 인프라 및 개발 자금 조달의 어려움, 영화 시장의 긴장감과 불안정성, 멀티플렉스 극장과의 경쟁 심화 등의 '취약한 경제' 조건을 감수하고 운영되고 있다. 재정적 불안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수익을 내지 못하면 빚을 지거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서울아트시네마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앞서 언급한 해외 영화관들의 경우에, 이들 극장 대부분이 경제적 취약성을 감수한 새로운 세대의 모험적인 시도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탐색 기간과 경영 훈련 과정을 거친 후에 부지 선택 단계부터 재정 마련(대체로 투자와 모금)과 극장 운영까지 1년 미만의 빠른 속도로 문을 열었다. 한국에서는 최근에 이런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경제적 취약함을 수용하고 모험을 회피하지 않고 제한된 경제 모델을 추구하며 극장을 개설하려는 사람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다들 위험을 피하고 있다.



그래서, 비록 상황은 다르지만, 자금 조달과 극장 운영을 민간이 주도하여 빠른 속도로 진행된 소소아트시네마의 설립이 이와 비교할 만한 주목할 사례라 생각한다. 공간의 정체성, 비즈니스 모델, 자금 조달 다양화, 비용 최적화 등의 과제는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이지만, 이 극장의 모험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한다.


대전에서 올라오는 길에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서 무작정 서해쪽으로 향했다. 소소아트시네마의 옥상에서 보던 노을지던 풍경이 낙원 시절을 떠올리게 해준 탓도 있었다. 가라앉는 태양빛이 수평선의 해수면에 반사되어 붉게 물들어가는 풍경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해넘이 명소라던 친구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하루의 마지막 시간이 노을 저편으로 부드럽게 끝나가고 사라지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마음이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