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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곰팡이의 2002년 오디세이 - 다섯 번째 흉추 본문

영화일기

곰팡이의 2002년 오디세이 - 다섯 번째 흉추

Hulot 2023. 8. 8. 13:49


곰팡이의 ‘2002년 오디세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이 독특한 영화가 시공간의 광대한 여정을 그리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고등미생물의 생명의 진화라는 주제, 즉 죽고 재탄생하는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낡은 침대가 모노리스라는 말은 아니다. 인간의 드라마를 기대하기 보다는 인간-이후, 세상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쉬울 텐데, 실은 지질학적 상상력에 더 흥미를 느꼈다.


아무튼, 3328년의 연천을 보고 나서 주말에는 우연한 기회에 그곳의 오랜 풍경-아래의 사진-과 다시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굽이치던 임진강 물과 내륙에서는 보기 드문 수려한 경관의 주상절리, 그런 고대적 시간의 풍경과 재회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우연한 방문과 영화 덕분에 그곳에 붙들려 있던 젊었던 삼년의 시간과 그래서 더 아름다웠던 풍경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감각(정)의 땅을 통과하는 이 영화의 여정은 얼룩의 흔적들로 이루어진 오디세이의 무한한 네트워크의 자연으로 향한다. 극장의 유령을 다룬 만동의 ‘썬룸’ MV를 무척 흥미롭게 봤던 터라 기대했던 신작인데, 역시 독특하고 매혹적이다. 오늘 저녁 6시 상영!

이 사진은 최근 우연한 기회에 연천을 방문해서 촬영한 것이다.


18h 다섯 번째 흉추 The Fifth Thoracic Vertebra(2022) 박세영
낡은 침대 매트리스에서 피어난 정체를 알 수 없는 곰팡이. 곰팡이는 매트리스와 함께 옮겨다니며 여러 사람, 여러 풍경, 여러 감정들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