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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피라미드의 거대한 비밀 - 하워드 혹스의 ‘파라오’ 본문

영화일기

피라미드의 거대한 비밀 - 하워드 혹스의 ‘파라오’

Hulot 2023. 8. 10. 16:37


‘파라오의 땅’을 촬영하는 동안 혹스는 파라오가 어떻게 말하고 생각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씁쓸하게 불평했다고 한다. 혹스는 피라미드 건설자들의 노력과 기술적 업적, 군중과 수천 명의 엑스트라를 촬영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시네마스코프를 처음으로 도입해 역사적인 프레스코 벽화를 시도했다. 윌리엄 포크너의 각본, 잭 워너의 과감함 투자로 웅장한 스펙터클의 서사시가 완성됐지만 흥행에는 실패, 그 때문에 4년의 휴가를 보내야만 했다. 그의 복귀작은 탁월한 실내 웨스턴 <리오 브라보>(1959)이다.


이 작품이 실패작인가에 대해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평가도 달라져, 도리어 많은 사랑을 받는 컬트영화로 자리 잡기도 했다. 가령, 마틴 스콜세지는 길티 플레저로 이 작품을 거론하며 “저는 항상 역사 서사시에 중독되어 있었지만, 이번 서사시는 달랐습니다. 우리가 실제로 그곳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살았던 방식, 그들이 믿고, 생각하고, 느꼈던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죠. 낮은 천장, 횃불이 켜진 실내, 기둥의 모양, 엑스트라의 모습 등 영화의 전체적인 모습을 통해 이를 알 수 있습니다...어떤 의미에서 관객은 이집트인들을 신뢰하게 되고 종교에 빠져들게 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봤습니다.”라고 고백했다.


비행장이나 피라미드 건설과 같은 사업이 인간의 힘, 돌과 모래, 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혹스는 이 영화에 흥미를 느꼇다고 말했는데, 이는 빌 크론이 지적하듯이 영화 제작에 관한 자기반영적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같은 형식이 <하타리>에서 반복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에세이는 페드로 코스타의 글로, 그는 피라미드의 거대한 비밀을 언급하며, 이 영화가 가장 큰 비밀을 지키기 위해 집착하지만 어린 시절 가장 친한 친구에게는 아무것도 숨길 수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라며 그런 영웅과 마찬가지로 혹스가 평생 지켜온 작은 행동 강령과 그 열쇠를 찾지 못한 위대한 강령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고 말했다. 최근, 조나단 로젠바움은 천 편의 영화 목록을 제시한 ‘에센셜 시네마’에 어떻게 이런 걸작을 제외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이 작품을 재발견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다양한 말들을 인용했지만,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작품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거두고 온전히 극장에서 재발견의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태풍이 다가오고 있지만.

오늘. 08.10. 17h30. 파라오 Land of Pharaohs (1955) 하워드 혹스 Howard Hawks

이집트의 왕 파라오는 자신의 죽음 이후 맞이할 사후 세계에 광적으로 집착한다. 파라오는 건축에 재능을 지닌 노예에게 누구도 침입할 수 없는 최고의 무덤을 만들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이 무덤에 넣을 보물을 두고 왕과 왕의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난다. 윌리엄 포크너가 각본에 참여했으며, 피라미드를 구현한 화려한 대규모 세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