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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마리오 바바의 괴담 본문

영화일기

마리오 바바의 괴담

Hulot 2023. 8. 12. 12:51



마리오 바바 특별전을 시네마테크에서 개최한게 2011년 6월의 일이니, 십년도 지난 일이다. 모두 35mm 필름으로, <사탄의 가면>부터 <리사와 악마>까지-<로이 콜트와 웬체스터 잭>이라는 스파게티 웨스턴을 포함해서-모두 열 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기억하건데, 가장 인기있던 작품이 흥미롭게도-왜냐하면 그의 작품 가운데 개봉시 흥행이 저조했던 작품이다-, 바바의 작품 중 드문 흑백영화 <너무 많은 것을 안 여자>다. 음산한 문고판 미스터리 소설에 중독된, 그 덕분에 불길한 상상력과 확장된 편집증적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젊은 여인의 엉뚱한 행동 때문에-그런 시리즈물의 열렬한 독자이자 수집가였던 작가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객석에서 비명대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줄거리는 정리될 수 없지만,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재밌고, 흥미로운 영화다.



십 이년 만에 <너무 많은 것을 안 여자>를 상영하면서 그 때 회고전의 서두에 “오래전부터 기획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난관에 부딪히던 회고전을…”이라 썼던 것을 떠올렸는데, 그 시절 문화정책의 기조가 변하면서 공모 전환을 거부한 시네마테크에 지원금이 전면 중단되어 운영이 어렵던 때다. 때마침, ’하퍼스 바자‘와 함께한 배우들의 후원 화보 촬영 기부금으로 ’마리오 바바 특별전‘을 개최했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다. 오래전 일이라지만, 그 때 문체부 장관과 문화특보를 했던 이가 얼마전 다시 문화특보에 임명되었으니, 그리 먼 과거도 아닌 셈이다.



지난 2011년의 ‘마리오 바바 회고전’에서도 상영한 바 있지만, 오늘 상영하는 <블랙 사바스>는 바바의 전성기 시절 대표작이자, 원제 ‘공포의 세 얼굴’이 지시하는 바, 인간을 사로잡는 공포의 다양한 방식을 세 시대를 연결해 화려한 컬러를 활용해 시각화한다.



마리오 바바는 열렬한 독서가로, 항상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아이디어, 상상력을 자극할 새로운 이미지를 찾고 있었기에 감독이 된 이후에 공포와 미스터리 소설에 점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아들 람베르토 바바는 아버지가 영화 촬영 틈틈이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는 질문에 "읽고, 읽고, 읽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원제는 ‘공포의 세 얼굴’인 <블랙 사바스>는 그런 독서가인 바바의 상상력을 자극한 괴담을 선별한, 일종의 공포 선집으로, 인간을 사로잡는 공포의 다양한 방식을 세 시대를 연결해 화려한 컬러를 활용해 시각화한다. 공포를 컬러로 촬영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 무엇보다 모든 장면과 상황에서 미지의 존재를 지시하는 듯한 조명의 혁신이 특별하다.



열렬한 독서가인 바바의 상상력을 자극한 괴담을 선별한 일종의 공포 선집이라는 점에서, 동시대 일본의 고바야시 마사키의 <괴담>과도 연결되는데, 정작 이 작품의 계승은, 본인 말로 하자면 타란티노의 <펄프픽션>으로 이어진다. 타란티노는 <펄프픽션>이 누아르 이야기 선집이라며, 마리오 바바가 공포 영화에서 한 일을 나는 필름 누아르에서 했다고 말했다. 아무튼, 이 작품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죽어도 죽지 않는, 유령과 공포의 연대기다.

오늘 마지막 상영!

08.12(토) 15:30 블랙 사바스 Black Sabbath (1963) 마리오 바바(Mario Bava) + 강연| 마리오 바바, 현대 공포영화의 창시자 -허남웅 평론가

<블랙 사바스>는 모파상과 톨스토이와 체홉의 소설을 마리오 바바 버전으로 만든 옴니버스 영화다. <스크림>(웨스 크레이븐, 1996)이 도입부에서 인용하기도 한 <전화>는 이탈리아 영화 중 최초로 컬러 촬영한 스릴러이며, <부르둘락>은 살아난 시체에 관한 이야기다. 노파의 저주를 다룬 <물방울>은 마리오 바바이 아버지가 직접 만든 유령 크리처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전화 벨소리, 바람 소리, 물방울 소리처럼 신경을 긁는 사운드로 공포를 자아내는 실험적인 연출력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