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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영화를 보는 것과 만드는 일 본문

서울아트시네마소식

영화를 보는 것과 만드는 일

Hulot 2009. 3. 20. 05:33

고다르는 영화의 교육학에 깊은 관심을 보인 작가다. 그는 아이들이 박물관에 놀러 가듯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배웠다고 고백했던 사람이다. 그는 화가나 음악가가 완전히 정련된 기법과 엄격한 교수 체계를 갖춘 상아탑에서 기교를 배우지만 영화는 그런 확실한 학교나 교육법이 없었기에 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에서 여태껏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영화의 비밀’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호메로스나 플라톤에 대해 전혀 들은 적이 없는 사람이 도서관에서 우연히 그들의 저서와 마주쳤던 것처럼 고다르는 시네마테크에서 그리피스, 에이젠슈테인, 무르나우의 영화와 마주하며 ‘야 새로운 게 있네! 아무도 우리에게 알려 주지 않은 것이야.’라며 탄성을 질렀다고 한다. 그에게 시네마테크에 가는 일은 갑자기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일이었다. 온종일 영화를 보고, 온종일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온종일 영화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온종일 영화를 만들고 있었다. 고다르가 1959년에 만든 <네 멋대로 해라>를 10년 동안 만들었다고 말할 때 의미하는 바가 이런 것이었다. 고다르는 영화를 만드는 것보다 보는 것에서 영화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프랑스 누벨바그리언들은 영화를 제도적인 교육기관이 아니라 극장에서 배우고자 했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의 전달, 즉 교육은 제도를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그래서 영화를 배우고 영화를 만드는 제도적인 교육기관이 필요하다. 영화의 교육기관이란 영화에 협력하고, 영화에 대해 말하고, 영화에 대해 질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화가의 아틀리에처럼 예술적인 입문과정을 이러한 교육기관에서 배울 수 있다. 고다르는
영화학교가 ‘생물학과 실험실’과 같은 곳이라 말한다. 시나리오를 쓰는 것에서부터 제작자를 상대하고, 영화를 준비하고, 편집하는 모든 단계를 보여주며 완벽하게 실용적인 학습을 할 수 있는 곳이라 말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이런 영화의 교육기관중 가장 특별한 곳은 물론 한국영화아카데미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한 한국영화아카데미는 마치 20년대 소비에트 영화인들이 '작업 공방'을 만들었듯 영화의 제작실천을 이뤄내는 아틀리에다. 20년대 소비에트 영화감독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영화에 대한 실천을 이뤄냈다. 푸도프킨은 어렵게 구한 그리피스의 <국가의 탄생>을 한 장면, 한 장면씩 동료들과 뜯어보면서 몽타주에 담긴 비밀을 확인했고, 그 만의 독특한 방식의 몽타주를 완성했다. 베르토프가 그랬고, 그에게서 영화를 배우기도 했던 에이젠슈테인도 그랬다. 그들은 과학 실험실처럼 영화를 해부하고, 분석하고, 또 논의하면서 새로운 영화의 기법을 만들어냈다. 

영화의 교육이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영화교육은 살아 있는 영화와 더불어 진행되어야 한다. 일본의 하수미 시케히코는 참된 영화교육이란 결국 '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 말한 바 았다. 영화를 찍고 싶은 욕망을 이식시키는 곳, 그곳이 영화학교라는 말이다. 시네마테크가 그러한 곳이었으면 한다. (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