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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Home Alone Movies (4)- I Walk Around Moscow (1964, Georgiy Daneliya) 본문

영화일기

Home Alone Movies (4)- I Walk Around Moscow (1964, Georgiy Daneliya)

Hulot 2020. 3. 4. 20:24

2009년부터 러시아 영화제를 개최하며 꽤 많은 작품들을 소개했다지만, 그럼에도 감독전으로 전편의 영화를 함께 보고 싶은 작가들은 여전히 많다. 손꼽는 해빙기 작가들 중에 지난해 세상을 떠난 게오르기 다니예라와 마를렌 후치예프가 있다. 공교롭게 지난해 4월 ‘러시아 영화제’를 개최하던 즈음에 두 감독의 부고소식이 있었다. 러시아 영화상영 십년을 결산하는 그때의 포럼에서 말했지만, 이들의 소식은 영화잡지에서조차 다루지 않았을만큼 잊혀진 일들이다.


사담이지만, 지난해 말에 모스크바의 영화박물관을 방문했을때 해빙기 러시아를 소개하는 섹션, 이를테면 파라자노프, 타르코프스키, 그리고 코친체프의 <햄릿>(1964)을 소개하는 패널 옆에 마를렌 후치예프 감독의 <나는 스무살>(1964)의 그 유명한 장면이 모니터에서 반복적으로 흘러나와 반가운 마음에 그 앞에서 한 참을 서서 지켜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 장면이란, 시인들이 큰 홀에서 수천 명의 관객을 앞에 두고 자작시를 낭독하는 순간이다. 데뷔작 <거리의 봄>이나 <7월의 비> 같은 작품도 좋아하는데, 영화 경력 50년 동안 평생 열 편의 영화를 남긴 그의 작품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게오르기 다니예라의 <나는 모스크바를 걷는다>로, 워낙 좋아한 작품이라 2009년 첫번째 ‘모스필름 회고전’에서 필름으로 상영한바 있다. 당시 이명박 정권시기 영진위가 시네마테크 공모제를 한창 준비하던 때라-다행히 그해는 넘어갔지만, 2010년 3월 이맘때 공모제가 진행됐다-, 후원회원 모집을 위한 무료상영후에 ‘시네마테크 연속포럼’을 했었다. 이에 대해 할말은 많지만 각설하고, 게오르기의 영화는 일견 모스크바 관광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가령 영화 첫 시작의 브누코바 공항에서부터, 치스티에 푸르디 강변, 이어지는 붉은 광장, 굼 백화점, 성 바실리 대성당, 그리고 모스크바의 지하철 역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오해일 뿐이다. 만약, 그랬다면 영화의 주요공간을 우니베르시테 역 같은 장식도 인적도 드문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하의 궁전’이라 불리는 모스크바 지하철 역들 가운데, 카메라를 대충 돌려도 이미 훌륭한 세트가 되어버리는 76개의 청동 조각상들로 유명한 혁명광장역이나, 모자이크 벽화로 유명한 키엡스카야역, 혹은 콤소몰스카야 역이나 마야콥스카야역 곳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드라마보다는 우연적이며 산발적인 에피소드들의 구성이 돋보이는데, 영화 첫 장면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기쁜 표정의 여인, 비가 내리는 가운데 맨발로 걸어가는 한 여인, 그리고 마지막 지하철 역에서의 노래까지 답이 제시되지 않는 질문, 일종의 제유법 같은 이미지들, 경험 외에는 전달불가능한 기쁨과 감각의 순간들에 주목할 만하다. 타르코프스키의 <이반의 어린시절>에서 탁월한 촬영을 선보인 바딤 유소프가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지하철 이야기가 나와서 그렇지만, 특별히 러시아 영화들에서 지하철은 중요한 무대중의 하나인데, 당장 생각나는 영화는 드미트리 아스트라한의 <모두 잘 될거야>(1995)라는 작품이다. 꽤나 씁쓸한 사랑이야기인데. 영화 첫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다. 한 남자가 공장 출근길에 들어서다 '이제 나는 저 안으로 안들어가도 돼. 이제 난 퇴직이야. 더 이상 일을 안해도 된다고. 출근길 전철은 정말 지옥이었지. 이제 되돌아타면, 텅빈 전차를 탈거야. 텅빈' 이라 말하다 곧바로 죽어버린다. 사람들이 그를 지켜본다. 그는 퇴직하자마자 죽어버린 것이다. 충격적인 오프닝. 그러면서 '모두 다 잘될거야'라 말해버린다. 이 장면이 왜 갑자기 생각났는지는 모르겠다.


알렉세이 유르착의 ‘모든 것은 영원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소비에트의 마지막 세대’(문학과 지성사)에서 읽었던 아넥도트 하나가 생각난다. “소비에트 비관주의자와 소비에트 낙관주의자의 차이는? 소비에트 비관주의자는 사태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소비에트 낙관주의자는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1년부터 러시아 모스필름은 유투브를 통해 자사의 작품들을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들을 포함해 무성영화부터 최근작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마를렌 후치예프의 <나는 모스크바를 걷는다>는 아래의 사이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uEWpdLatLI&list=PLIQBIIhOnK1sZrP3zTdNdVdGpWVV-xgvd&index=35&t=0s&fbclid=IwAR0dRiBFuSWnT5XmGXYybW4_hjC4fq9OHdkSbv8UwVcI_5jfHTbA21Aka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