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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Home Alone Movies (5)- 히치하이커 Hitch Hiker(1953) 아이다 루피노 Ida Lupino 본문

영화일기

Home Alone Movies (5)- 히치하이커 Hitch Hiker(1953) 아이다 루피노 Ida Lupino

Hulot 2020. 3. 8. 22:58

현대적인 거짓말을 양산하는 ‘인공적 시사성’의 도구들과-이에 대해서는 언젠가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 거리를 두려다 보니 영화 소개도 미뤄두고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어느덧 극장 문도 다시 열릴 예정이라 더 늦기 전에, 주말이 끝나기전에 그래도 염두에 두었던 곳들 가운데-소개의 원칙은 공공적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곳들이다- 하나를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의회도서관 사이트이다. 미국 의회도서관은 책뿐만 아니라 방대한 자료들의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필름도 보관되어 있다. 가끔 미국 고전영화들을 상영할 때, 이곳에서 필름을 빌리기도 한다.

처음에는 영화 필름을 인화지에 복제한 연속사진집인 ‘페이퍼 프린트’를 보존하다-1894년에서 1915년에 이르는 초기영화들 중 3000편 정도가 페이퍼 프린트로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나중에는 필름을 보관하기 시작했는데, 1988년에는 미국영화 보존법이 제정되어 ‘영화 보존 위원회’가 의회 도서관에 설치됐다. 이 위원회는 1989년부터 매년 "문화적, 역사적, 미학적으로” 중요한 미국 영화 스물 다섯편을 선정해, 영화 필름을 영구적으로 보존하고 있다. 2019년까지, 총 775편의 영화를 선정했는데, 그 가운데에는 아이다 루피노의 <히치하이커>(1953)가 있다. 1998년에 선정된 <히치하이커>는 지금 미국 의회도서관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고화질 영상으로 관람가능하다.

아이다 루피노는 라울 월쉬의 영화를 움직이게 한 여인이며, 할리우드 남성지배 사회를 요동치게 한 여배우이자, 고다르가 <영화사>의 시작에서 가장 앞서 존경을 바친 카메라를 든 여인이다. 충분한 소개가 아닐게 분명하니, 루피노에 대해 더 궁금한 분들에게는 ‘아이다 루피노: 누아르 퀸, 금기를 찍다’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다. 2015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첫번째 회고전을 개최하며 발간한 책이다. 시네마테크에서는 2018년에 루피노의 탄생 백주년을 맞아 회고전을 개최했고, 그녀의 연출작 5편(모두 필름으로 상영했다)과 그녀가 배우로 출연한 라울 왈쉬, 니콜라스 레이 등의 영화를 상영한 바 있다.

<히치하이커>는 낚시여행을 떠난 평범한 두 남자가 갑자기 난폭한 연쇄살인자에게 납치되어 점진적인 정신적 붕괴를 겪는 여정을 ‘탐구’한 필름 누아르다. 독보적인 작품이다. 1940년대에서 50년대말까지 대략 700편가량의 필름 누아르가 제작된 사정을 감안하자면, 그 가운데 유일한 여성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가학적인 납치범과 절망의 나락에 떨어져 시달리는 두 남자의 심리적 긴장관계를 카메라 뒤에 앉아 지켜보는 루피노의 작가적 위치를 “남성들이 만들어내는 폭력적인 드라마를 응시하는 여성 관음자”로 설명하기도 한다(가령, 앞서 언급한 책의 리뷰에서 인용한 뉴욕 모마Moma의 큐레이터의 글). 그럼에도 루피노가 (B급 버전의) 독립제작을 통해 할리우드 영화에 가져온 혁신은 장르 코드에 내재한 이항대립성을 무효화하고 해체해,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자유로운 모험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서 ‘자유’라는 말로 떠올리고 싶은 것은, 라울 월쉬의 <하이 시에라>의 마지막에서 그녀가 ‘탈출craches out’을 질문하며 ‘자유’라는 말을 중얼거릴때, 한순간 얼굴에 번지던 비통함과 기쁨의 미묘한 표정이다.

미국 의회도서관은 온라인으로 영화를 보여주는 이유로 ‘이러한 영화들이 창조적 공동체에 의해 다시 사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별히 교육적이고 학문적인 이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히치하이커>는 아래의 의회도서관 사이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https://www.loc.gov/item/mbrs000473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