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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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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영화관

Image Book - 공간의 종류들 - 조르주 페렉

Hulot 2020. 11. 16. 14:36


조르주 페렉 저/김호영 역 | 문학동네 (2019)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집에 있거나 주변을 산책하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무료한 시간들은 늘고 평소라면 눈에 잘 들어지 않는 사물들에 눈길이 머물곤 한다. 무질서하게 놓인 책상위의 물건들, 책장 사이에 끼워둔 작은 엽서들, 혹은 집 앞의 이를모를 꽃들과 언덕으로 오르는 골목길들, 집 뒤의 서달산으로 향하는 산책로와 그곳 주변을 별일 없이 돌아다니는 일들. 이런 시간의 활용은 반복적이며 평범해서 쉽게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들이다. 하지만, 개인의 삶에서 멈출 수 없을 정도의 본질적인 것이기도 하다. 덧없음과 근원성. 사람은 필수적인 것들만을 하지는 않고, 그런 식으로 삶이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종종 말하지만, 영화(관람) 또한 우리 삶의 평범한 현실처럼 그런 양면성을 갖고 있다.
조르주 페렉은 우리가 삶에서, 현실에서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가를 질문한다. 특별히 우리 주변의 흔하고 평범한 것들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하고, 말을 주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는 이를테면, 신문이 모든 것을 화제로 다루지만 매일 일어나는 일만은 다루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말 일어나고 있는 일, 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일, 매일 일어났다가 반복하는 일, 평범한 일, 일상적인 것, 흔한 것, 보통 이하의 것, 주위의 웅성거림, 익숙한 것들,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설명하고 기술할 수 있을까? 혹은 우리에게 가능한 한 더 친밀한 공간들, 이를테면, 침대, 방, 거리, 집, 도시, 시골 등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1974년에 출간된 『공간의 종류들』 에서 페렉은 이 어려운 작업을 시도한다. 국내 번역출간된 책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페이지, 침대, 방, 아파트, 건물, 거리, 구역, 도시, 시골, 나라, 세계…등등, 나의 지리를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친밀한 공간을 명상하게 한다고 한다. 책에 이끌린 독자라면 꼭 명상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 같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면, 우리 삶의 평범한 무언가를 이런 시대에도 살아남게 하기 위해 어떤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될 것이다. (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