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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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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영화관

Image Book - 『침묵의 다도, 무언의 전위』 아카세가와 겐피이

Hulot 2020. 12. 3. 23:12

『침묵의 다도, 무언의 전위』 아카세가와 겐피이, 안그라픽스, 2020

 

후방을 돌아보아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때 전방을 주목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예술에도 전위라는 것이 있다.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것이 그 역할이다. 주변은 모두 낡은 것이니 그것을 파괴하면 즉시 새로운 것이 나타날 것이다. 

전위(아방가르드)에 관한 일반적 설명이 이와 같은데, 전위예술가 아카세가와 겐페이는 『침묵의 다도, 무언의 힘』에서 이를 다른 식으로 고쳐쓴다. 원래 예술이라 불리는 것들이 일상 생활에 존재했는데, 근대에 들어서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예술을 추출했고, 예술이라는 개념이 사람들의 머리 위에 등장한다. 그때에 예술이라는 개념을 다시 일상으로 되돌리려 전위예술이 등장한 것이다. 예술을 직접적으로 일상 감각에 연결하려는 행위가 전위인 것이다.

책을 읽지는 않고 제목만 보고 서평을 쓰기도 했던 아카세가와 겐페이의 글은 『나의 클래식카메라 탐닉 - 금속인류학 입문』에서 말했던 것처럼 혈중금속농도가 올라간 사람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이미 30년전에 출간된 책이지만(국역본은 올해 1월에 출간됐다), “세상은 어떤 곳에서는 무언이 융성하고 어떤 곳에서는 달변이 지배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은 어떤 세상일까. 귀를 맑게 정화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의 울림이 여전하다.(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