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CINEMATHEQUE DE M. HULOT

일하는 쪽이 느긋해야 본문

소실

일하는 쪽이 느긋해야

Hulot 2022. 2. 13. 23:56

“내게 찻집은 커피 맛이 좋은지 나쁜지가 기준이 아닙니다. 그곳에 감도는 공간이나 배어든 시간 따위를 좋아하지요.”

새로운 도시 경제 모델에 관한 글을 읽다가, 요지는 토지 이용계획에 대한 공공 부문의 재정 투입 감소와 도시의 민영화, 금융화 과정에서 물리적 특성보다 재정적 특성을 고려하여 부동산을 구입하는 상황에서 도시에 영화관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를 설명하는 것인데, 그러다 생각난 교토 로쿠요샤의 영업비결을 다룬 <커피 일가>에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구절을 떠올린다. 도심에서 좋아하는 카페란 이런 느긋한 시간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시대에는 미지의 커피를 초대해 커피를 재해석하고 상상하고 담론을 형성하며 모험적이고 야심찬 기획을 하는 그런 카페가 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겠다. 이런 말을 듣고 있으면 도리어 피곤해진다. 그런 이들이라면 일하는 사람이 느긋한 이런 카페를 반길리 없겠지만, 커피도 영화도 내가 좋아해 자주 찾은 곳은 대부분 적당히 사람 적은 느긋한 곳들이다. 공원의 테이블처럼 빈 자리가 있는 물리적 장소로서 영화관은 여전히 느긋하게 앉아 시간을 보내며 무언가를 볼 수 있는 곳이어여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읽고 있던 글이 지적하는 것처럼 새로운 도시 모델에서 도시의 장소 문화의 자금 조달 및 생성의 어려움에 대한 현실적 문제가 이런 소박한 생각의 진전을 막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일하는 쪽이 느긋해 보여야지.”

'소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칼라 극장의 마지막  (0) 2022.08.30
슈리극장의 폐관  (1) 2022.06.09
SOS Brazil Cinemateca  (0) 2021.08.07
가끔 힘들때도 있었지만…  (0) 2021.07.12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 마지막 상영  (0) 2021.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