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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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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실패 위험

Hulot 2022. 2. 15. 10:40



뒤늦게 일본 영화 제작자 연맹이 발표한 영화산업통계를 읽고 있었다. 직업적 관심사로 매년 초에는 이러저런 전년도 각 나라 영화 산업 통계들을 살펴보곤 한다. 지난 1월 25일 발표한 일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영화 관객수는 1억 1천4백8십만명으로 전년 대비 108.2% 증가했다고 한다. 흥행수입으로 보자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62%에 달한다.

영진위 통계 자료를 보면 한국의 경우 2021년 총 6,052만 명의 관객이 영화관을 찾았다. 2020년 관객 수가 5,952만 명이니, 소폭 상승했다. 코로나 이전 2019년 관객수는 2억 2668만명이었다.

프랑스 CNC 통계를 보면 2021년 프랑스 영화 관객수는 9600만명으로, 2020년 6500만명에 비해 47.4% 상승했다. 4개월 반 동안의 극장 폐쇄를 감안하면 주목할 수치다. 특별히 하반기 관객수가 증가했는데, 12월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의 관람객을 동원했다. <스파이더맨 4>의 영향이 크다. 덕분에 극장이 회복기에 들어섰다는 추측도 나온다. 여러 긍정 요인들이 작동했다. 프랑스인들의 전통적인 영화 사랑, 영화 관람의 안전성 입증(프랑스도 영화관서 코로나 감염확산이 발생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공공 기관(한국의 영진위와 유사한 CNC)의 재정지원, 제작 배급사와 극장의 연대와 신뢰, 대체할 수 없는 영화관의 경험 등.


상대적으로 한국의 경우 회복이 더디게 느껴진다. 다른 나라보다 코로나 감염 확산이 적고 모범적인 방역 국가임에도 극장을 찾는 관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앞서 언급한 긍정 요인들이 분명치 않다. 코로나 ‘이후’에 대한 말들이 무성한 반면, 정작 실패 위기에 처한 문화 영역의 ‘회복’에 관심이 덜한 것도 이유 중의 하나다. ‘문화 회복’이란 표현으로 영국 사례를 말하고 싶은데, 영국은 2020년 7월에 Covid-19의 영향으로부터 영국의 문화 및 유산 부문을 보호하기 위한 ‘문화회복기금’을 조성해 실패 위기에 처한 문화 단체를 지원했다. 이 기금은 지난해 2차에 이어, 2022년 지난 1월에 3차 지원이 있었다. BFI가 관리하는 ‘독립 영화관을 위한 문화회복기금’도 있다. 그외에도 ‘회복’을 위한 독창적이고 새로운 예산의 펀딩도 있다. 지원금 외에도 영화관을 포함한 문화, 유산 부문의 단체를 대상으로 20년 상환 조건의 대출도 있다. ‘회복’을 위한 이런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고 기대할 만하지 않다.

* 사진은 Raymond Depardon  | Magnum 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