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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과거가 없는 남자 본문

영화일기

과거가 없는 남자

Hulot 2022. 4. 1. 09:49


이 영화의 과거가 없는 남자란 내면이 텅 빈 일종의 투명인간, 혹은 죽은 자를 보존하는 미라와 같은 것으로, 영화의 오랜 과거, 이를테면 움직이는 미라(바쟁)로서 (기차와 함께) 도착한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하여, 붕대가 풀리면서 최고의 이야기가 작동한다. 그 하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로 과거가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과거가 없음으로 해서 행복한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마련될 수 있는 것일까.


이를테면, 컨테이너 마을 마당에서의 상실되고 손상된 과거 없는 영혼들의 연약하고 위태로운 공동체의 모습에서.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진 카페와 바, 지나간 노래들에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바는 일찍이 헬싱키에 있던, 행복한 퇴폐자들을 위한 디즈니랜드라 불린 카우리스마키의 Kafe Moskva다. 화려하지 않고, 모두가 느긋한, 변함 없는 인테리어로 유명했던 이 곳은 도시 재건축으로 철거되어 이 영화의 장면으로만 기억할 수 있을 뿐이다.



사라진 곳에 그리움이 가득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나는 아름다운 공원 몬 레포를 기억해요. 나는 그 공원을 내 마음 속에 영원히 숨겨놓았죠…카우리스마키는 그러나 지난해 고향 카르킬라의 옛 제철소 부지에 영화관 ‘키노 라이카(KINO LAIKA)’를 다시 개관했다. 어려운 시기에는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며.
토요일. 이 영화 상영 후에 과거 없는 이들의, 노동자들의 공동체에 대해, 이 영화와 관련된 두 편의 단편을 소개하고 사라진 현실의 공간들을 언급하고, 그리고 새로운 영화관에 대해, 카우리스마키의 시대착오적인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다.

시네토크
“과거 없는 공동체와 영화(관)의 유토피아”
일시│4월 2일(토) 오후 6시 30분 <과거가 없는 남자> 상영 후
진행│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