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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유용한 것 - 펠린 에스메르의 <유용한 것>(2017) 본문
펠린 에스메르의 작품이 몇 차례 영화제에서 공개된 바 있지만, 이상하다 싶은 것은 정작 그녀의 매혹적인 작품 <유용한 것>(2017)이 상영된 적이 없다는 일이다. 터키 근작들을 상영하는 이번 ‘유라시아 영화제’를 준비하며 이 작품을 꼭 상영하고 싶었던 이유다.
제목에 포함된 ‘쓸모’는 뒤늦게 이 영화가 도착하면서 도리어 코로나 이후 ‘필수적’인 것으로 존재 증명을 해야 했던 여행과 영화의 유용성을 떠올리게 한다. 무엇이 우리의 삶에서 여전히 유용한 것으로 남아 있을까. 이런 삶의 질문은 그녀의 전작에서도 드러나듯 특별한 장소에서 제기된다. 이전의 공간, 사이의 공간은 이제는 닫힌 ‘망루’(2012)가 아니라 여행하는 기차의 움직이는 장소로, 언제든 비어 있는 자리로 타인과 교류하고, 창문을 통해 스쳐 지나가는 삶을 관찰하고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하는 장소다. 영화(관)도 그 비슷한 장소가 아니던가. 변경을 꿈꾸는 여행자의 상태는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삶을 보려는 영화 관객의 처지와도 닮았다. 영화 관객은 그런 세계를 부유하는 여행자다. 그래서 경우는 다르지만 그래도 근래 여행을 다룬 두 편의 다른 영화, 미아 한센 뢰브의 신작 <베르히만 섬>과 낯선 여행지서 계류 중인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미셀 프랑코의 <선다운>이 문득 생각난다.
튀르키예 영화가 여전히 낯설다 여기는지 다른 특별전에 비해 관객 반응이 적은 편인데, 반대로 적은 관객들과 스크린으로 이런 영화를 만나는 첫 순간은 실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리라 믿는다. 지난 상영 때 ‘원스 어픈어 타임 인 아나톨리아’을 극장에서 보면서는 야외에서 비를 맞으며 사람들과 영화를 보고 있는 거대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암튼, 내일의 첫 상영으로 <유용한 것>의 매혹적인 튀르키예 기차 여행을 즐길 수 있기를, 무엇보다 올해 이 영화가 당신의 발견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07.06.(수) 저녁 8시
유용한 것 Ise Yarar Bir Sey / Something Useful (2017) 펠린 에스메르 Pelin Esmer
이미 20여 년 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변호사 레일라는 문득 고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하기로 하고 야간열차에 오른다. 그리고 이 기차에 배우를 꿈꾸는 간호대학 학생 카난도 함께 탄다.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물론 야간열차 3등칸의 독특한 분위기와 기차 밖의 풍경 이미지가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작품. 2017년 터키영화비평가협회상 각본상, 여우주연상(바삭 코클루카야), 남우조연상(이지트 오즈세너)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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