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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우연한 재회 -영화를 보러가는 평범한 사람의 기억과 서울극장 본문
<인생은 아름다워>(2022)의 오프닝을 우연히 다시 보다가 서울극장에서 정동길로 이어지는 플래시백 장면에서 마찬가지로 우리들 기억 속의 시간이 기묘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말하자면, 영화를 보는 경험이 만들어내는 가시화된 이미지의 경험, 즉 특이한 기억을 낳는 힘에 대해서 말이다.
이 영화를 제작할 당시에 감독은 서울극장이 폐관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 오프닝과 라스트에서 영화속 인물들이 극장 앞에서 과거의 만남과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을 것이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들의 기억을 공유할 영화(관)은 여전하다. 아니, 그럴 거라 믿었을 것이다. 죽음과 부활의 기획. 하지만, 정작 2022년 이 영화가 공개될 때에 서울극장은 폐관했고, 기억을 떠올릴 장소가 사라졌다. 인간적 관계와 감정, 영화관이라는 공공 장소에서의 기억, 사람들 관계의 사라짐이 있다. 그들이 떠올리는 과거의 기억은 그리하여 영화 내용과 달리, 힘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 반대의 일이 내게는 벌어진다. 극장의 폐관 때문에 내게 더 큰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이미지의 기록적 성격이다. 즉 오프닝의 그녀가, 그리고 라스트의 남편이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담긴 서울 극장 앞의 모습은-그리고 인디스페이스와 서울아트시네마의 흔적들은-근 7년 동안 일상적 시간을 보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리하여 정작 죽음과 부활의 기획은 전혀 예상치 않은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를테면 극장은 사라졌지만, 그것은 기록됐기에 기억된다. 이제 더 이상 그 곳에 갈 수 없지만, 그러나 나는 그것을 볼 수 있다.
더 기묘한 것은, 오프닝의 플래시백에 담긴 정동길의 모습이 영화를 처음보던 때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미래의 삶, 즉 지금의 시간, 정동길 극장으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을 예고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늘 기이한 방식으로 서로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새로운 기억들과 조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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