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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홍상수의 믿음 본문
특별히 기억하는 토크 중의 하나가 2010년 2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참석한 홍상수 감독이 칼 드레이어의 <오데트>(1955)에 대해 말했던 날이다. 그 당시 매년 나는 그에게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참여해 달라고 제안했고, 그는 주저 없이 한 편의 영화를 선택했다. 에리히 본 스트로하임의 <탐욕>, 장 비고의 <라탈랑트>, 부뉴엘의 <절멸의 천사>, 그리고 그 해에는 <오데트>를 꼽았다. 상영 후 토크에서 <오데트>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내게 이상적 표본이 된 영화 중 하나다. 이후에 가끔 이 영화를 다시 떠올리면 카메라의 수평운동, 계속되는 카메라의 느린 움직임과 긴 기다림이 기억난다. ‘긴 기다림이 있어야만 이 결말이 믿어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카메라 움직임부터 여기 나오는 인물들, 그들의 성격이나 인품, 단순한 세팅, 이런 것들이 모두 모여서 우리를 자꾸 어떤 믿음으로 몰고 가고, 준비시킨다. 그리고는 아주 한참 걸려서 우리는, 물론 만들어진 그림이고 연기한 것이지만, 마지막 장면의 기적이 실제로 일어난 것임을 믿게 된다. 다른 영화에서도 사람을 살리는 정도의 기적은 많이 만들어지지만, 그것을 보고 감동을 받은 적이나 정말 믿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봤을 때는 마지막 장면을 믿고 싶었고, 기적이 일어나길 기다렸고, 실제로 며느리가 다시 살아났을 때는 정말 믿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 해에는 특별히 더 믿음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 때문인지, 그날 그가 토크의 말미에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인상적으로 기억한다. 그는 믿음이 일종의 특권이라 말했다. “특권은 권리가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분석을 통해 믿음을 확보하는 방법을 찾거나, 증거가 있으니까 믿음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이 제일 온전한 상태일 때 자기가 느낀 것, 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믿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토크가 끝나고, 낙원 옥상에서 함께 담배를 피다가 당시 영진위의 시네마테크 공모제 진행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영진위가 공모제를 시행하려는 것에 의문을 가졌고, 상황에 대해 짧게 설명하자 이렇게 반문했다. “그런데, 그들에게 그럴 권리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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