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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일본 미니시어터 순례기 -림 카와이의 ‘마법의 순간’ 본문
“관객은 객석을 정면에서 볼일이 없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객석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객석에서 관객들이 스크린을 보듯, 스크린도 객석을 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영화관마다 대화 장면을 객석에서 찍고, 마지막에는 스크린을 보여주며 끝나는 방식으로 촬영했습니다.”
<마법의 순간ディス・マジック・モーメント>에서 극장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장면을 객석 정면의 일관된 구도로 촬영한 이유를 묻자, 림 카와이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아닌, 관객을 지켜보는 영화, 혹은 스크린에 대한 생각이라니. 사실, 극장에서 일하지 않는다면 이런 것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그가 오래된 극장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영화 상영 중에 림 카와이 감독에게 잠깐 서울아트시네마의 영사실을 보여주었다. 35미리 영사기와 16미리 영사기를 둘러보고는, 영사실의 작은 창문 아래로 어둠 속 화면을 내려다보던 그가 지금이 '마법의 순간'에서 일본 관객들이 가장 많이 웃는 장면이라 말했다. “그래서, 고다르 영화를 좋아하세요?” 일본의 극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서울의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토크 말미에 장건재 감독이 일본의 미니시어터와 독립영화 감독과의 관계에 대해 질문했다. 팬데믹 기간에 일본의 독립영화 감독들이 나서서 미니시어터를 돕기 위한 캠페인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주, 인천 미림극장에서 열린 포럼때에도 일본의 ‘Save our Cinema’와 관련해 그 비슷한 질문이 많이 있었다.
림 카와이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나 미야케 쇼, 후카다 코지 같은 감독들이 지금은 대단히 유명하고 인정받는 감독이지만 이분들이 미니시어터가 없었다면 아마 감독으로서 살아남기 힘들었을 거라며,
“예를 들자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해피아워>가 칸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이전에 이미 이 감독은 7편의 영화를 이미 찍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해피아워> 이전에 만든 9편의 영화를 상영해 준 곳은 대부분 미니시어터였습니다. 후카다 코지 감독도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이전에 이미 세 편의 영화를 찍은 상태였습니다. 그렇지만 그 3편의 영화 역시도 전부 미니시어터에서 상영을 했었습니다. 현재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감독들의 첫 번째, 두 번째 영화들을 상영해 준 곳은 미니시어터 밖에 없었습니다. 미니시어터에서 상영해 주지 않았다면 이들의 초기 작품들은 관객에게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고, 창작자로서 감독들이 그 이후의 작품을 만들기 위한 동기부여도 안 됐을 것입니다.”라 말했다.
그는 고모리 하루카 감독의 다큐멘터리도 현재로서는 아직 일본에서만 비평가들에게 꽤 높은 평가를 얻고 있지만, 그녀의 작품을 현재 일본의 미니시어터에서만 상영하고 있다 말한다.
“그래서 고모리 하루카 감독에게 이후 제작을 위한 동기 부여가 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런 이유가 있었기에 코로나 시기에 미니시어터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이 감독들이 일종의 보은, 그러니까 은혜를 갚기 위해 클라우드 펀딩을 조성을 해서 ‘Save our Cinema’와 같은 활동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상영 전에 그와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누면서 2년 전 코로나로 서울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정동으로 극장을 이전한 사연을 들려주었다. 스크린을 새로 설치하고. 영사실을 만들고, 좌석을 새로 교체하던 때를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며, 한국 영화인들의 후원에 대해 말했는데 토크 말미에 그가 이렇게 말을 이었다.
“아까 김성욱씨한테도 들었는데, 이 극장의 의자를 유지태 배우의 도움을 통해서 마련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영화관이 일종의 씨를 뿌리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씨를 뿌리는 장소로서의 영화관을 통해 영화 작가들이 격려를 받게 되고요. 그렇게 해서 점점 더 성장하게 되겠죠. 그래서 저도 언젠가 유명인 혹은 부자가 된다면, 제가 받은 그런 은혜를 극장에 갚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부자가 되기를 바라지만, 그보다는 이 영화가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지 않기를 더 기원한다. 그는 2년 전 만든 이 영화 이후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비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의 슈리극장을 방문했던적이 있다. 그곳에서 나는 버스터 키튼과 오즈 야스지로의 무성 영화를 피아노 연주와 변사가 함께한 공연으로 관람했다. 궁금해 슈리극장의 근황을 림 카와이 감독에게 물었더니, 이미 작년에 철거되었다고 한다. 나는 지금까지 이 극장이 여전히 보존과 철거 사이에서 논의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살펴보니 지난 11월 하순에 철거 공사가 완료되었다는 기사가 있다. 건물은 사라지고 극장이 있던 자리는 공터로 남았다. 그래도 극장의 잔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나하시에 새로 오픈한 한 카페가 슈리극장이 철거될 때 의자와 목재를 넘겨받아 리노베이션을 했다고 한다. 지난 해 철거된 원주 아카데미 극장이 새삼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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