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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지난 9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작가를 만나다’에서는 오랜만에 정재은 감독의 를 함께 보고 정재은 감독과의 대화를 갖는 시간을 가졌다. 섬세한 터치로 휘청거리는 청춘 군상을 영화 속에 담아내왔고, 이제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정재은 감독과 함께한 9월 ‘작가를 만나다’의 현장을 담아본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는 감독님께도 관객들에게도 각별하게 기억되는 영화일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21세기의 한국 영화의 베스트로 꼽는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2001년에 영화가 나오고 9년이 지난 지금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어떻게 이 영화를 데뷔작으로 만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정재은(영화감독): 그때는 제가 영화 현장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테오 앙겔로풀로스, 타비아니, 쿠스트리차, 고다르, 트뤼포... 영화의 역사를 장식한 이런 작가들을 만나는 일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실제 이들 중 몇 명을 국제영화제를 통해 만나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개인으로서의 작가를 만나는 일은 이후의 일이다. 내가 이들 작가를 실제로 만났던 곳은 어두운 영화관의 한 구석에서였다. 90년대 중반에 대학로의 동숭씨네마텍에서 처음 타르코프스키의 를 만났다. 그 이전에 나는 이 영화를 비디오테크에서 보았고 수차례 비디오테이프를 돌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타르코프스키와 만난 곳은 동숭씨네마텍에서였다. 거기서 나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빛과 만났다. 91년 신사동의 한 극장에서 키에슬로스키의 에 담긴 이상한 빛과 ..
몇 주 전에 멀티플렉스 극장을 찾았다가 을 보게 됐다. 한두 편의 영화가 스크린을 독식하는 탓에 달리 볼 만한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1편을 보며 들었던 생각을 후속편을 보고 다시 정리를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사실, 이 영화를 두고 평자들이나 관객들이 별로 말하지 않은 것들에 관심이 있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두고 로봇에 대한 유년기적 환상을 토로하곤 했다. 그런데 이런 말들은 무언가를 숨긴다. 이 영화의 표면에, 그리고 서사에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전쟁의 모습 말이다. 의 1편을 보면서 이 영화가 환상성의 즐거움을 순수한 형태로 전시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환상성은 물론 현실에 불가능한 상상을 추가하고 기입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상상이라 여긴 것을 현..
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는 '러시아 모스필름 회고전'에서 상영되는 해빙기의 러시아 영화들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 러시아 영화사에서 1934년은 중요한 변화의 해였다. 그 해, 소비에트 예술을 새롭게 규정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러시아의 공식 예술 이념으로 선포되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란 19세기 사실주의에 토대를 두고 본질적으로 공산주의 계급 의식으로 무장된 영웅적인 인물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에 몰두하는 것을 의미했다. 변화는 다른 곳에서도 발생하는데, 이를테면 이 시기에 영화 스튜디오들 또한 다른 산업과 똑같이 중앙 부서에 소속되면서 하나의 거대한 관료 조직에 통합됐다. 자연스럽게 영화 예술의 창조적 작업에 대한 통제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영화 제작이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19..
최근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영화제작과정을 통해 네 편의 영화가 완성되어 극장에서 개봉했다. 백승빈 감독의 , 이숙경 감독의 , 고태정 감독의 ,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곽인근, 김일현 등 다섯 명의 감독이 만든 가 그것이다. 이 작품들은 모두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와 은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에 초청되어 상영된 바 있다.(은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들은 CGV 무비꼴라쥬 라인의 극장들을 비롯해 시네마상상마당 등에서 개봉해 순회상영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서울 및 지방의 아트하우스들을 돌며 상영될 계획이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이 영화들을 영화제작 워크숍 프로그램의 형태로 상영한 바 있다. 서울아트시네마의 프로그래머이자 프레시안에 고정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김성..
[김성욱의 상상의 영화관]영화의 영원한 젊음과 미완의 소비에트 영화혁명 시네마테크의 프로그램 기획자로서 말하자면, 러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일은 정말 오랜 숙원중의 하나였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치고 젊은 시절에 러시아 영화에 빠져들지 않았던 사람이 과연 있을까? 고다르가 말하듯이, 영화의 아이들은 러시아 영화와 놀기 마련이다. 이번 주부터 한 달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러시아 모스필름 회고전'은 그래서 단지 한 나라의 영화를 소개하는 행사만은 아니다. 혹은, 영화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을 단순하게 '회고'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1920년대 소비에트 영화들은 곧바로 영화의 젊음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1895년에 탄생한 영화가 20대를 맞이해 젊음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쳤던 것이다. 19..
지난 주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신동일 감독의 의 상영 후에 조촐한 뒤풀이를 하다 알고 지내던 몇 몇 영화기자들에게서 영화잡지 가 폐간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갑작스런 결정이었다고 한다. 기자들도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폐간을 접했다고 했다. 올해 초부터 이 발행을 잠정 중단한 상태에서 또 하나의 영화잡지가 사라지는 것이다. '최종호'를 제대로 내지도 못하고 영화잡지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는 일은 안타까운 일이다. 마치 개봉도 못하고 사장되는 영화의 마지막을 보는 듯하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영화를 보는 것만큼이나 영화잡지를 사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 지금은 잘 읽진 않지만(ㅠ) 좋아하는 감독의 기사가 실린 잡지들을 사서 모으던 때가 있었다. 노란색 표지 시절의 '카이에 뒤 시네마'를 사거나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