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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지난해 말부터 아핏차풍의 신작 가 뉴욕을 시작으로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일주일간 영화를 상영하는 ‘로드쇼’ 방식의 배급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배급사인 네온(Neon)은 이 영화를 VOD로 출시할 생각이 없으며 독점적으로 극장에서만 상영할 계획이라 말했는데, 아핏차풍의 말을 더하자면 이는 더 많은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다. 평범한 방식으로 영화를 개봉하면 금세 잊혀지고 주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만 봤을 거라는 판단이다. 그러니 로드쇼 투어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다. 물론 스트리밍 없이 극장에서만 상영하겠다는 계획에 반발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핏차풍은 그런 이들의 반응에 즉각적 소비, 순간적 만족감을 얻으려는 것이 현대 생활의 일부이지만 그럼에도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길 원했다. ..
서울아트시네마가 정동길 언덕위 (구)시네마 정동으로 이전해 3월의 봄날, 극장 문을 다시 열 예정입니다. 지난 2월 23일, 또 한번의 극장 이사를 했다. 지난 20년 동안 세 번 이사를 했고, 이제 네 번째 영화관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영화를 옮기는 일이 쉬워진 반면 물리적 장소인 영화관이 이사하는 건 점점 쉽지 않다. 한 장소를 떠나 공허에 새로운 장소를 부여하는 일에는 더 많은 노력과 재원이 필요하다. 어떤 결심 없이는, 일하는 사람들의 피곤한 노동과 여러 도움이 없다면 돈이 되지 않는 이런 극장을 새로 마련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사는 하더라도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곳이라 설비를 새로 하고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단장을 하고 온기를 살리는데 시간과 적지 않은 돈을 들여야 한다. 다시는 하고 ..
뒤늦게 일본 영화 제작자 연맹이 발표한 영화산업통계를 읽고 있었다. 직업적 관심사로 매년 초에는 이러저런 전년도 각 나라 영화 산업 통계들을 살펴보곤 한다. 지난 1월 25일 발표한 일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영화 관객수는 1억 1천4백8십만명으로 전년 대비 108.2% 증가했다고 한다. 흥행수입으로 보자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62%에 달한다. 영진위 통계 자료를 보면 한국의 경우 2021년 총 6,052만 명의 관객이 영화관을 찾았다. 2020년 관객 수가 5,952만 명이니, 소폭 상승했다. 코로나 이전 2019년 관객수는 2억 2668만명이었다. 프랑스 CNC 통계를 보면 2021년 프랑스 영화 관객수는 9600만명으로, 2020년 6500만명에 비해 47.4% 상승했다. 4개월 반 ..
지난해 11월 ‘신나는 극장전’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호나스 트루에바의 아름다운 작품 (2019)이 드디어 3월 개봉한다. 1981년 마드리드에서 태어난 이 주목할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은 마드리드 사람들이 더운 여름을 피해 도시를 떠나고 남은 이들은 정처 없는 관광객들 뿐인 8월의 여름, 도시에 남아 새로운 삶을 시도하려는 에바의 모험을 그린다. 이 영화는 2018년 8월에 촬영되어 2019년 8월에 공개됐다. 덕분에 우리 앞에 갑자기 도래할,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람과의 접촉의 금지, 마스크로 대변되는 코로나 봉쇄 전의 마드리드의 여름의 빛을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다. 에바는 그런 여름이 ‘완벽하다’고 말하는데, 이 의미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고 나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지난 강연 ‘산책하는 영..
“내게 찻집은 커피 맛이 좋은지 나쁜지가 기준이 아닙니다. 그곳에 감도는 공간이나 배어든 시간 따위를 좋아하지요.” 새로운 도시 경제 모델에 관한 글을 읽다가, 요지는 토지 이용계획에 대한 공공 부문의 재정 투입 감소와 도시의 민영화, 금융화 과정에서 물리적 특성보다 재정적 특성을 고려하여 부동산을 구입하는 상황에서 도시에 영화관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를 설명하는 것인데, 그러다 생각난 교토 로쿠요샤의 영업비결을 다룬 에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구절을 떠올린다. 도심에서 좋아하는 카페란 이런 느긋한 시간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시대에는 미지의 커피를 초대해 커피를 재해석하고 상상하고 담론을 형성하며 모험적이고 야심찬 기획을 하는 그런 카페가 되야 한다고 주장하..
피터 보그다노비치가 1973년에 만든 의 제목은 1935년에 유행한 재즈곡 "It's Only a Paper Moon"에서 따온 것이다. 노래의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람들이 그건 단지 종이로 만든 달일 뿐이라고 말해. 종이로 만든 바다를 항해하는 것일 뿐이라고.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거짓은 아냐. 만약 네가 믿는다면.’ 노래가 환기하는 상상과 믿음은 이 영화의 핵심이다. 영화속 모제(라이언 오닐)와 아디(테이텀 오닐)는 진짜 부녀는 아니지만(그러나 실제로는 부녀지간이다) 그럼에도 우여곡절의 여행을 거치면서 의사擬似 부녀관계를 맺게 된다. 진짜이든 가짜이든 그보다 믿는 것이 소중하다. 이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짜의 초승달이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아디는 미주리로 가는 여정 중에 마을의 놀이..
“오래간만이네요…” 영화속 그녀들의 재회의 인사처럼 이 영화는 오랫동안 극장에서 만나기 쉽지 않던 작품이다. 대만서 출시된 블루에이를 몇년 전 생일 선물로 받아 책장에 모셔두고 있었는데, 드디어 극장서 이 영화를 만날 기회가 왔다. 삶의 부드러움과 잔혹함을, 40년전 그 기억의 조각을 다시 들여다볼 기회다. 1월 6일 개봉. 해탄적일천 海灘的一天: That Day, On The Beach(1983)에드워드 양 Edward Yang
“지금 뭔가가 일어났어. 하지만 배우간에만 일어났을 뿐이야. 다음 단계가 있어. 관객에게 그걸 열어가야해…” 리액션을 하나의 사건으로 만들고 싶은 가후쿠의 열망은 체호프의 연극을 경유하지만 영화적이다. 브레송이나 로메르가 그러했던 것처럼. 제니스 창과 이유나가, 각자 자신의 모국어로 연기하는-이유나는 수화를 한다-야외 리허설 장면에서 가후쿠가 말하듯이 정말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둘의 미묘한 얼굴 표정의 변화와 리액션을 실감하지 않고는 느낄 수 없기에 그의 말은 역설적이다. 가후쿠 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에게 그들이 등을 지고 연기를 하는 장면에서 스크린의 관객은 연극 관객과 달리 등장인물과 같은 자격으로 행위에 참여한다. 제4의 벽이 여기에는 없다. 얼굴의 미묘한 표정의 변화, 풍부한 리액션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