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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키라 무라토바(2) 본문

영화일기

키라 무라토바(2)

Hulot 2019. 11. 10. 22:03

“나는 지금 영화를 만들지 않고 있고, 완전히 포기해버렸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포기했다고. 내가 말하는 것은 앞으로 더 이상 영화를 찍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건강상의 이유만은 아닙니다. 아마도 내 안에서 무언가가 부서지고, 무언가가 끝났고, 더 이상 하고 싶지 않고, 많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내가 늘 싫어했던 것, 즉 영화에 수반하는 모든 것, 그것은 본디 내 일이 아닌 것이지만, 오늘날 그들이 말하는 이 (영화)산업에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산업이라 하지 않고 그저 ‘예술’이라 부르며 익히던 시절조차, 이런 것들은 지금과 다름 없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것을 견뎌내고, 그것을 비켜서 왔습니다. 이 일을 좋아했던 나머지, 그 속에서 역겨워하는 모든 것을 못 본척 했을 정도입니다. 왜냐하면 일에 대한 사랑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지금 그것은 어떻게든 끝난 것입니다.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결국 그것이 보통의 일입니다. 평범한 일입니다.” - 키라 무라토바

 

‘시선의 아나키즘,이라 부르고 싶은 키라 무라토바의 ‘기나긴 이별’(1971)은 이번 회고전을 준비하면서 극장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작품 중의 하나다. 좋아하는 그녀의 세 편 중 하나로-회고전이 끝날 때에는 어쩌면 선호가 다소 바뀔 수도 있겠다-, 다른 하나는 마찬가지로 초기작인 ‘짧은 만남’(1968)이다. ‘기나긴 이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전작의 삼각관계와는 다른 엄마와 아들의 갈등이다. ‘멜로 드라마’로 분류되지만, 당시 아이러니하게 정치성이 희박하단 이유로 1987년까지 상영이 제한되었다. 묘지에서 시작한 이 영화 라스트의 어머니의 불가해한 반복의 몸짓과 맨 얼굴과의 마주함은 여전히 설명을 요하며, 탁월한 숏들과 몽타주의 리듬은 쉬이 드러나지 않는 숨긴 의미를 갖고 필름에 보존되어, 지금의 눈빛과 만날 때에도 여전히 매혹적이다.

키라 무라토바는 1980년대말 소비에트 붕괴시기 이후부터 유작이된 ‘영원회귀’까지 그녀의 영화경력 마지막 25년동안 14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1961년 솔로데뷔작 ‘짧은 만남’이래 25년간 4편의 영화만을 만들 수 있었던 것에 비하자면-그 대부분도 87년 이후에 공개되었다-, 1987년 이후의 왕성한 작업은 기적같은 복귀의 과정으로, 누군가는 신의 가호로 그런 기회를 누릴 수 있었다고도 한다. 그녀의 미덕은 성실함이었지만-아마도 영화를 긍정하는 힘이라 말할 수 있는-, 2016년 인터뷰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그녀가 ‘포기’라는 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후기작 14편중 7편을 상영했는데, 마지막 주말에 이 작품들 중 5편을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다. 키라 무라토바 회고전의 마지막 주말.

시네토크 cinetalk

11.6.(Wed). 19:30 The Long Farewell(1971) 94min
일시│11월 6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기나긴 이별> 상영 후
참석│이반 코즐렌코(Ivan Kozlenko, 알렉산더 도브젠코 센터 원장)
진행│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