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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문화는 우선순위 목록에서 가장 위에 있다 본문
예술가에 대한 지원이나 문화공간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당연하고 필수적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한국에서는 꽤 드물고, 때론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문체부나 영진위 같은 기관의 경우에도 나서서 문화예술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내세우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서 반가운 말들이 바깥에서 들려오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에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독일의 메르켈 수상이 “문화는 우선순위 목록에서 가장 위에 있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영국의 경우에도 나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의 급격한 확산으로 영국 전 지역에서 크리스마스 기간 중 모임에 엄격한 제한이 내려진 가운데, 한국의 영진위에 해당되는 영국영화협회(BFI)는 영국 전역의 202개의 독립 영화관에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문화복구기금의 보조금 1600만 파운드(240억)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내년에 문화복구기금 중 독립영화관에 할당된 보조금 1400만 파운드(210억)를 추가로 신청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이를테면 크라이스트처치의 명소 리젠트 영화관은 243,405파운드(일부러 환율계산을 하지 않았다)의 지원을 받는다.
BFI 최고 경영자인 벤 로버츠는 "지방 독립 영화관들은 지역사회를 위한 허브이자 생명줄이며 문화와 오락의 유일한 형태다. 젊은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워크샵, 노인들과 특별한 관객들을 위한 상영까지, 이러한 영화관들 사람들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화회복기금은 많은 영화관들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경제와 지역 사회의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말했다. 아울러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넷>에 출연한 배우 마이클 케인 또한 "영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영화는 종종 공동체의 필수적 부분이고 우리는 영화예술과 공동체 의식을 유지하기 위해 지역 영화관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영진위도 올 한해 극장 지원사업을 두 번에 걸쳐 진행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극장 지원이 아니라 관객의 영화관람을 위한 할인권 사업으로, 그 대부분은 멀티플렉스 극장 관람할인에 할당됐고 독립 영화관의 경우 관객할인은 몇 백만원 수준이었다. 그래도 관객들이 요긴하게 쓸 수 있었는데, 이마저도 하반기에는 코로나 감염확산으로-혹은 관람할인이 감염확산을 조장한다는 사람들과 언론의 비난으로-중단됐다.
두 나라 정책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지만, 그래도 표면적인 차이를 말하자면, 영국이 영화관이 코로나 감염확산으로 어려울 때 문화예술의 회복을 위해 극장을 지원하는 정책이라면, 한국의 관람 할인권 사업은 소비에 초점을 두어 코로나 사정이 괜찮을때에나 가능하고, 정작 어려울 때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 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당연히 어려울 때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내년(2021년) 코로나 대책으로 영화관 관련해 책정된 영진위 예산이 관람권 할인만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12.23.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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