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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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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영화관

도시가 영화관을 잃어버리면 회복이 어렵다

Hulot 2021. 3. 11. 16:00


최근 영화관에 관한 두 가지 소식과 성명에 있었다. 그 하나는 어제 발표된 ‘원주 아카데미 극장’을 보존하자는 성명이다. ‘원주 아카데미극장 보존추진위원회’는 1963년에 개관해 2006년에 폐관했지만, 철거를 면해 기적처럼 원형이 남아있는 이 극장을 현대화하기 위해 원주시가 극장을 매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매입에 35억원, 리모델링에 15억원이 필요하다는데, 이 정도의 비용으로 거의 유일하게 남은 단관극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일을 주저할 이유는 없다. 2005년 12월, 스카라 극장의 철거를 마지막으로 서울은 만회할 기회를 잃었지만 원주에는 극장의 파멸을 피할 시간이 남았다.


다른 하나는 홍대의 상상마당 시네마로, 지난해 문을 닫았다가 영화사업부를 축소하고 지금 한창 새로운 운영자를 찾아 공모가 진행중이다.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던 극장의 새 운영자를 모집하는 공모의 사업기간은 2년이다.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사회공헌의 어떤 성과를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극장 운영을 해본 사람들만 당연하게 여기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운영 2년을 예정하고 사업을 계획하는 것은 게다가 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런 공간의 운영 위탁에는 최소 5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파리시가 매입해 재개관한 룩소극장의 경우 2013년에 파리시가 운영자 공모에 내건 운영계약 기간은 7년이었다. 2020년에 현 운영자와의 계약 기간이 다시 5년 연장됐다. 2012년 개관한 대만의 ‘광점 타이페이’도 대만전영협회가 타이페이시와 장기간의 계약을 갱신해, 지금까지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광점 타이페이에 대해서는 예전에 썼던 [칼럼]타이페이 영화관을 돌아보며, 를 소개한다. https://cinematheque.tistory.com/m/411 )
기업만 탓할 일은 아니다. 국가 기관이나 서울시, 지자체, 그리고 영진위에서 문화공간의 운영과 관련해 기업의 방식보다 더 좋은 방안을 모색한 사례를 찾기 쉽지 않다. 2010년의 영진위 공모제 파행처럼 영화를 진흥하는 곳에서 도리어 나쁜 선례를 남겼다. 그 후유증이 아직도 남았다. 도시가 영화관을 잃어버리면 다시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다. 90년대 이래로 매머드 단관 극장의 철거가 있었고, 21세기에 들어서는 예술관의 폐관이 뒤를 이었다. 영화는 유토피아지만 영화관은 유토피아의 장소가 아니다. 추억에 좋을 영화관은 그래서 사라진 영화관이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생을 이어갈 영화관도 여전히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