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원 감독의 <오마주>에서 “너도 언젠가 나처럼 사라질 것이다.”라는 불길한 비문에 따르자면, 마찬가지로 사라질 워기에 처한 것이 과거의 영화만은 아니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코로나 위기와 더불어 가속화한, 그 자체 역사의 창백한 그림자가 되어버릴, 폐기처분될 운명에 놓인 낡은 영화관이다. 폐관을 앞둔 극장의 천정 한 가운데 뻥뚤린 거대한 구멍은 이미 영화관을 더 이상 그림자가 거주할 수 없는 불가능한 장소로 만들어버렸다. 원래 영화관은 이미지의 빛을 위해 닫힌 공간의 어둠을 필요로 한다.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은 그 어둠을 불가능하게 한다. 대신 그림자는 극장을 떠나 현실을 떠돈다. 영화 내내 필름의 그림자를 쫓아다니는 중년의 영화감독 지완은 그러나 불완전한 필름의 이미지를 들여다 보기 위해 영사기의 불빛 대신 그 빛이 필요하다. 여기에 두 빛이 겹치고 교차하며 충돌한다. 말하자면, 한편에는 스크린에 결코 드러날 기회가 없던 삭제되고 누락된 필름의 복원과 회복의 시도가 있다. 다른 한편에는 몇 개의 릴을 빼버리고 상영해도 하등 상관없을 낡은 극장에서의 에로 영화의 반복 소비가 있다. 이 장면의 특별한 순간은 투덜거리던 영사기사가 마침내! 천장의 구멍으로 들어오는 빛으로 낡은 필름을 들여다보는 지원의 행동에 호응해 에로 영화를 상영하던 영사기를 꺼버릴 때이다. 사람이 곁에 없는 영화는 보여주기 싫다며 극장의 사라질 권리를 말하던 벤더스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오마주>의 엔딩은 그러나 그보다 더 아름답고 결연하다.
7월 30일(토), 이 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만날 기회다. 영화 상영 후에는 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