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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영화를 보러 갈때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모르는, 짐작할 수 없는 나라와 들어보지 못한 작가의 영화와 만나는 것은 실은 기쁜 일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그 반대로 기대할만한 영화를 보러 가면서 적당한 만족을 얻는 것에 즐거워할 수 있겠지만, 그 또한 영화 관람의 당연한 쾌락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한 영화의 즐거움은 대체로 기대하지 못한 여행지와 관람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영화의 관객은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합리적 선택의 소비자와는 달리 우연과 내기를 즐기는 모험가다. 비록 특정 지리에 관한 관심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들이 있더라도 영화의 나라에서 주목 받지 못할 나라나 개인은 없다. 게다가 특정 나라의 영화가 젊음의 기운을 갱신하는, 바로 그 피어오르는 순간에 우연히 작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란 많지 않..
“스탈린의 죽음은 한 시대의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1953년 3월 지도자 스탈린을 애도하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이것을 깨닫지 못한 채 자신의 사적인 역사에서 삶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역사적 사건의 공정한 관찰자나 희귀한 아카이브 풋티지의 숭배자가 아니라 참여자로서, 그리고 거창하고 무시무시하고 기괴한 광경의 증인으로서, 이 경험 속에 관객을 끌어들여 독재 정권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나는 이 영화를 스탈린의 인격 숭배의 본질에 대한 시각적 연구이자 피비린내 나는 정권의 기초를 형성한 의식을 해체하는 시도라 생각합니다. 스탈린이 죽은 지 66년이 지난 지금, 2019년 현재 모스크바에서, 3월 5일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의 무덤에 모여 꽃을 들고 그의 죽음을 애도한..
2016년 알렉산드르 도브젠코 회고전을 개최한 후에, 언젠가는 꼭 틀고 싶었던 작품이 율리아 손체바의 ‘우크라이나 삼부작’이었다. 그 소망은 물론, 70mm 상영을 전제한 것이었기에,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도쿄의 어느 극장이 문을 닫고, 미국의 어느 오래된 영화관이 폐업을 신고한 이런 시대에, 그래도 35mm 필름으로 그녀의 영화를 상영할 수 있게된 것은 기쁜 일이다. 너무 늦었지만, 또 다행히 아직 늦진 않았다. 이 영화의 운명도 그랬다. 손체바의 ‘우크라이나 삼부작’은 기적적으로 소생한 작품이다. 도브젠코는 생의 마지막 시간을 남부 우크라이나의 드네프르 강에서 그의 가장 원대한 꿈을 꾸며 보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삼부작’은 생의 마지막 기획이었는데, 해빙기는 너무 늦게..
사회가 독재자를, 혹은 광적인 살인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채플린의 생각은 에 이어 (1946)에서 보다 극명하게 표현된다. 채플린은 를 ‘살인에 대한 희극’으로 평가했다. 이 영화는 거의 웃음이 없는, 차가운 냉소성이 느껴지는 블랙코미디로 매카시즘에 급격히 물들고 있었던 당시 미국의 편협성을 반영한다. 전원생활을 하는 베루도(채플린)는 모범적인 인물이지만 수십 년 일한 은행에서 해고되면서 연쇄살인마로 돌변한다. 그는 살인이 사업의 연장이라 여긴다. 급격한 시대의 변화가 그러한 인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초라한 서민의 대변자였던 방랑자 찰리가 이제 결연히 무시무시한 현실의 세상으로 들어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공포를 조장한다. 그런데 이 영화가 섬뜩한 것은 그것이 당시의 현실 세계를 보다..
‘히치콕의 방법서설’이란 제목의 의 4A의 에피소드에서 고다르는 히치콕이 히틀러를 능가한 세계의 통제자이자 동시에 성화상과 같은 사물의 이미지를 남긴 예술가라 말한다. 히치콕은 여기서 세잔과 르누아르와 동급의 탁월한 예술가로 표현된다. 고다르의 논증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관객들은 히치콕의 영화에서 플롯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의 여자주인공이 누구였는지 의 비밀정보원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에서의 열쇠, 에서의 우유잔, 에서의 돈가방을 기억할 것이다. 히치콕은 결국 순수한 사물을 영화에 남겼다. 그 사물이란 내러티브에서 일탈된 독자적인 이미지들이다. 시네클럽 Cine Club | 3화 히치콕의 방법서설 일시 | 4월 20일(화) 오후 7시 30분 (Suspicion,..
“여러분이 이 영화에서 보는 몇몇 사람들과 상황들을 저는 길거리와 레스토랑에서 만났습니다. 나는 그것을 정화하기 위해 재구성을 하고, 그것을 더 추상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레스토랑에서 촬영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스타일이 그렇게 순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제가 스튜디오에 남아서 야외 촬영을 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로이 앤더슨은 스튜디오에서 이 영화의 장면을 연출했고, 이 과정은 앤더슨이 각 장면마다 만드는 수채화에서 시작되어, 그림을 바탕으로, 빈 스튜디오에서 테스트를 거쳐 장면을 만들었다. 여기에 샤갈, 반 고흐의 스케치, 소비에트 예술가들의 집단 작업, 브뤼겔, 에드워드 호퍼 등의 다양한 그림이 이 영화의 시각화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는 모든 장면을 화가처럼 컨트롤..
“이제 볼 수 있나요?” 1929년, 헤이즈 코드의 도래, 유성 영화의 시작, 그리고 뉴욕 주식시장의 대폭락과 빈곤의 도래로 환상의 스크린 벽이 무너지고, 맹목의 신화가 풀려 이제 제대로 ‘볼 수 있나요’라고 묻게 될 때, 도시의 불빛 아래 채플린의 영화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비통하고 별난, 순수한 러브 스토리. 채플린은 를 이렇게 말했다. 빈곤과 대량 실업, 부자와 빈자가 ‘클래스’로 구별되는 대공황의 시대를 코미디로 극화하는 일은 채플린같은 예술가의 시대적 책무였다. 부자를 공격해야 웃음이 유발된다. 비통함은 그러나 빈곤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감지된다. 가난한 장님 소녀와의 로맨스에는 맹목의 환상이 필요했다. 떠돌이 찰리는 소녀의 꿈을 위해 부자를 연기해야만 한다. 전례 없는 일이다. 비통..
사랑이라기보다는 감정. ...이를테면, 영화의 초반부 장면에서 지금까지는 번역 일을 해왔지만, 이제는 자신의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소심한 막심은 형수 다프네가 어떤 소설을 쓰고 싶냐는 물음에 ‘감정에 관한 이야기’라 말한다. 다프네는 재차 ‘사랑 이야기'냐 되묻는데, 막심은 ‘네, 근데 감정 이야기라 말하고 싶네요’라 말한다. 엠마누엘 무레의 신작 (가)제목에 분명 ‘러브’라는 말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원제 'Les Choses qu'on dit, les choses qu'on fait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행하는 것’에 충실하자면, 그리고 앞서 언급한 막심의 말을 떠올리자면, 이 영화는 무엇보다 감정에 충실한 드라마다. 감정에 관한 한 무레에게 중요한 것은 부드러움과 섬세함-그런 점에서 인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