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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천국은 어떤 임금이 자기 아들을 위하여 베푼 혼인잔치의 상황과 같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 구절은 ‘청함을 받은 자는 많지만 택함을 입은 자는 적다’라는 말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문득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이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선택’이란 표현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2006년에 시작한 이 영화제는 참여하는 영화인들이 그들 각자의 영화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백지수표’라 부르는 이런 방식은 영화가 선택하는 영화인에 의해 소환된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영화는 우리가 다 볼 수 없을 만큼 많고, 그렇기에 언제나 선택해 보는 사람에 의존하게 됩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이 영화의 진실입니다. 선택받는 영화가 있는 만큼 결..
따지고 보면 놀라운 일도 아니다. 기록에 따르면 식민지 치하의 조선에서는 '시적 리얼리즘' 혹은 '사회적 판타지'라 명명된 1930년대 프랑스 영화들이 대거 수입되어 관객들의 사랑을 얻었다. 자크 페데나 마르셀 카르네의 영화, 줄리앙 뒤비비에의 (1936), (1937)과 같은 작품들이 특히 대중적 인기를 얻었는데, 가령 작가인 김남천은 (첫 개봉 제목은 이었지만, 전후에 재개봉할 때 이란 제목으로 바뀌었다)을 본 후의 소감을 소설에서 이런 식으로 기술한다. “어떤 날 오후, 봄이라지만, 아직도 치위가 완전히 대기 속에서 가시어 버리지 않은 날, 나는 영화 상설관에서 를 구경하고 일곱 시경에 거리에 나섰다. 저녁을 먹어야 할 끼니때가 이미 지났으나, 곧 뻐스에 시달리면서 집으로 향할 생각을 먹지 않고, ..
하워드 혹스의 이 영화와 관련해 깊은 오해를 풀 필요가 있다. 하워드 혹스는 할리우드의 ‘사내중의 사내’라 불렸던 감독으로 남성들 간의 유대를 찬양했던 인물이다. 그는 ‘와일드 빌’ 월맨과 오토바이를 즐기고, 윌리엄 포크너와 비행을, 어네스트 헤밍웨이와 낚시와 사냥을 즐긴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마초니즘의 작가였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이런 식의 ‘여성 버디무비’를 만들 수 있었을까? 비평가들은 오랫동안 이를 두고 의문을 제기했었다. 달리 말하자면 이 영화는 혹스의 작가성을 논의하기 위한 뇌관과도 같은 작품인 것이다. 혹스는 이 영화로 당시 주류 할리우드가 구축한 안정적인 젠더 정체성을 불안 투성이의 모호한 세계로 뒤바꾸어 놓았다. 혹스적인 남성과 대비되는 여성들이 게다가 남성적 우주의 신성함과 권위를 조롱..
영화제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늘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영화의 역사를 영화를 보며 체험하고 느낄 수 있게끔 하는 것입니다. 의식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무의식적으로 그런 걸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거죠. 영화의 역사는 교과서에 기록된 사실들의 역사라기보다는 영화가 이룬 역사이자 영화들이 맺는 관계들의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시네바캉스서울 영화제'에서 '천국의 웃음'이란 섹션에서 소개하는 로맨틱한 코미디에서도 그런 관계의 역사를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에른스트 루비치와 빌리 와일더. 이 두 감독의 영화를 하루에 함께 보는 경험은 그런 내밀한 관계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상대적으로 와일더의 코미디 중에서 덜 알려진 은 사실 역사적으로 더 각별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만들어진 1961년..
'프리츠 랑의 아메리카 특별전'이 이번주로 끝납니다. 를 제외하면 한번씩은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지난번 오승욱 감독님과의 시네토크에서도 서로 나눈 이야기이지만 프리츠 랑의 미국영화는 독일시절의 영화들보다 (개인적으로는) 더 매혹적입니다. 가능한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 점점 급진적인 페시미즘의 세계로 빠져든 프리츠 랑의 50년대 영화들이 그러합니다. 나 를 보면 밀통과 음모, 시스템과 파워게임, 기계장치들의 표면과 깊이의 드라마가 아주 탁월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영화의 묘미는 '스토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 스토리 '텔링'에 있습니다. 을 보는 즐거움이나 놀라움은 살인자의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는 랑의 작법에, 그리고 의 특별함은 영화의 첫 ..
아마도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을 듯 해서, 그리고 11월 소식지에 나가겠지만 미리 말씀드리자면, 11월에 열리는 '브라질 영화제'는 브라질의 신영화(시네마 노보)를 기념하는 영화들을 상영합니다. 지난 해에 를 이미 상영한 바 있는데, 보통 트로피컬리즘이나 카니발리즘이라 불리는 시기로 넘어가기 전 단계의 시네마 노보의 대표적인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을 상영합니다. 작품에 다소 변동이 있긴 하겠지만(그래서 추가되는 작품이 생길 수 있는데), 현재 확정된 작품은 5편입니다. 글라우버 로샤, 넬슨 뻬레이라 도스 산토스의 영화, 그리고 로게리오 칸젤라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글라우버 로샤는 조금이라도 영화사에 대한 관심이 있으신 분은 아실테지만(그리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열린 글라우버 로샤 회고전에서 작품을 일..
미리 말씀드리자면 12월 18일부터 30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장 피에르 멜빌 회고전'이 열립니다.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열리는 멜빌회고전의 프로그램이 서울에서도 상영되는 것입니다. 물론 의도는 아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2004년 12월 17일부터 30일까지 처음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장 피에르 멜빌 회고전'이 열린 이래로 2006년 12월의 '알랭 들롱 회고전', 그리고 올해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의 의 완전판 상영, 그리고 이번 회고전까지 장 피에르 멜빌의 영화와 매번 겨울에 만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취향을 너무 드러내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멜빌의 영화와 만나지 못했던 분들은 올해의 마지막 상영을 놓치지 말아주세요. 멜빌은 을 만든 후에 인터뷰에서 그의 영화적 ..
토요일 오후, 극장에 사람이 많진 않았지만, 을 보신 분들이라면 결코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순간들을 아마 함께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영화를 본 후에 "아! 이건 정말이지 믿기지 않는 장면이야."라고 묻게 되는 영화들이 가끔 있는데, 이 그런 영화입니다. 믿기지 않는 장면들로 보는 내내 숨이 막힐것 같은, 마치 기적의 순간을 함께 체험하는 흥분을 느끼는 그런 영화 말입니다. 이런 영화는 예술도, 기술도 아닌 미스터리(신비)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나 나무 그늘아래 있던 꼬마아이가 종종 걸음으로 뛰어가 나무 담장위로 올라가 수풀 사이로 사라진 말을 호기심에 쳐다보던 그 침묵의 순간이나 영화 후반부에서 그늘을 찾아 조용히 눈을 감는 강아지의 모습은 잊기 힘듭니다. 영화 첫 장면에서 작렬하는 태양 아래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