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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펠리니 백년 - 백인 추장 본문

영화일기

펠리니 백년 - 백인 추장

Hulot 2020. 1. 23. 17:01

‘사티리콘’에 출연했던 도널드 서덜랜드는-이번에 상영한 ‘네버엔딩 펠리니’의 끝무렵에 그가 읊조리는 펠리네에 대한 기억의 시적인 표현도 인상적이다-펠리니를 오손 웰스와 견주어 두 감독이 그 자신의 표면성에 끊임없이 위협을 받으며, 그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고 말한바 있다. 가령, 오손 웰스는 자기 자신에 대한 거짓말을 만들어냈지만, 그것이 자신이 만들어낸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일단 모두가 그것을 믿게 되자, 그것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펠리니는 “나에게는 가장 진짜인 것들이 내가 발명한 것들이다”라고 말했었다. 

펠리니의 솔로 데뷔작 ‘백인 추장’은 전작 ‘바리에테의 등불’과 마찬가지로 상업적 실패작이었고, 그의 성공은 예기치 않게 세 번째 작품 ‘비텔로니’로 돌아왔다. 그는 베니스 영화제의 수상이 (종종 영화제 수상작들이 그러하듯) 자신의 영화가 영화제에 적합한 영화가 아니었기에 거둔 성공이라 말했었다. 다큐멘터리 ‘네버엔딩 펠리니’의 한 장면에서 영화감독이 되는 길에 대한 조언에-아마도 영화에 관한 일을 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통용될 조언-펠리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누군가에게 조언하는 방법을 몰라요, 제 자신한테도요. 그런 제가 감히 조언을 하자면 일찌감치 자신을 파악해 보라는 겁니다. 그 상황이 됐다 생각하고, 스스로 물어 보며, 이 일을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인지, 이게 당신의 삶인지를 알아야 해요. 그냥 여러 직업 중에서 고른 것은 아닌지 쉽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돈을 많이 벌거나 위신과 권력이 있다 생각해서죠. 감독이 되는 것과 이미지로 이야기하는 것이 자신에게 깊이 내재되어 있는가? 그것이 본인의 삶인가를 질문해야만 합니다.” 

전후 유행한 ‘사진만화’ 혹은 푸메티의 세계에 빠진 한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펠리니의 솔로 데뷔작 ‘백인 추장’은-니노 로타와의 첫 협연작- 그의 생각이 이미 드러나는 영화로, 이를테면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두 장면은 로마 교외의 바다를 배경으로 브루넬라 보보와 알베르토 소르디가 나누는 대화, 그리고 분수대 앞에 카비리아(줄리에타 마시나의 첫 출연)가 등장해 벌어지는 꽤 대조적인 순간들이다. 아녜스 바르다는 누구에게나 내면에 심상의 풍경이 있다고 말하면서 그녀에게는 그게 바다라고 말했는데, 물병자리 펠리니에게도 바다는 중요한 근원이다. 비록 그것이 나중에 치네치타에서 비닐로 구현한 식별불가능한 거짓으로 표현될지라도, 그에게는 리얼한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백인 추장’에서의 바다를 특별하게 기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펠리니 백주년의 행사를 올해 진행할 예정이긴 하지만, 다시 상영될 기회는 없을 듯 해서 오늘의 상영이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오늘 저녁 7시 30분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디지털 복원작 ‘백인 추장’ 상영, 그리고 펠리니 조감독 출신의 영화감독 에우게니오 카푸치오의 토크가 있습니다.


오늘 저녁(목) 19:30 The White Sheik(1952) Federico Fellini
+ Talk with Eugenio Cappucc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