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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들을 수 없는 음악과 알려지지 않은 관계. 일종의 무성영화의 역설적 순간. 지난 1월, ‘미지의 오즈 특별전’의 연속선상에서 무성영화 세 편을 ‘F 시네마’로 상영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내일(화) 마지막으로 (35미리 필름으로) 상영하는 는 오즈의 미국적 영향의 초기 모던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미제 통조림이나 코트, 이브닝 드레스, 권투 경기, 미국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편집 스타일 등만이 아니라 모던걸(モガ)의 행동주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그런데, 결말 못지 않게 이 멜로 범죄물은 어딘가 부자연스럽고-이를테면 자주 언급되는 스턴버그의 영화가 아닌 삼각관계를 다룬 루비치의 과 비교해볼 때- 그 중심에는 다나카 기누요라는 특별한 배우가 있다. 그녀에게 모가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
지난 수요일에 F 시네마 포럼을 하면서, 일본 영화보존협회(FPS)의 이시하라 카에씨와 현재의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들었던 몇 가지 생각들을 적고 싶다. 일본의 경우 대체로 2012-2013년을 디지털 영사의 전환점의 시기로 보고 있다고 한다. 서울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이를테면 2013년 12월 4일, 예술영화관 시네큐브가 필름영사기를 모두 디지털 영사기로 교체했다고 발표했다. 제일, 허리우드, 세방, 그리고 서울필름현상소가 문을 닫았고, 2010년에 이미 롯데시네마는 영사기를 모두 디지털 영사기로 교체했다. 2012년에는 메가박스가, 2013년에는 CGV가 연이어 모두 상영을 디지털로 전환했다. 고전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서울아트시네마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긴 하다. 포럼을 준비하며 과거의 자..
교토에서 온 영사기사 이시이 요시토石井義人씨의 35mm 영사기 점검과 고장에 대한 대처, 유지보수에 관한 워크숍을 조금 떨어져 비좁은 영사실의 벽에 기대어 지켜보고 있었다. 영화에 관한 완벽하게 실용적인 학습법이자 살아 있는 실험실이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마침 오즈의 무성영화 ‘학생 로망스’를 보지 못했다며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싶어했다. 영화가 끝나고 영사기의 상태를 곧바로 점검하고 싶다며 영사실로 들어가서는 예정된 워크숍은 내일이건만, 이미 영사실에 들어선 이상 그의 관심, 아니 직업적 호기심은 억누를 길이 없었다. 소음 가득한 영사실에서 실제 기계들을 조작하고 뜯어보고 점검하며, 질문하고 토론하며 의견들을 교환하는, 손으로 생각하고 일하는 그런 장인들의 세계는 볼 때마다 감탄에, 존경하지 않..
산업시대의 산물인 육중한 기계의 작동도, 전문적인 육체 노동도, 물리적 개입도 필요 없는 스트리밍의 세계와 달리, 여전히 객석 뒤편 필름 영사기가 놓인 박스를 구비한 극장의 영화는 물질과 노동의 개입, 그리고 관객의 물리적 움직임이라는 수고를 필요로 한다. 영화는 그런 삼차원으로 존재하는 예술형태로 크리스토퍼 놀란이 말하듯이 극장의 물리적 부피와 영화를 보는 관객을 필요로 하는 만큼 영사기사와 영사기를 필요로 한다. 이런 손 노동의 실천과 육체적 리듬이 부자연스럽고 가치를 존중받지 못하거나 세상의 이목을 끌지 못하더라도, 이 작업의 리듬과 작업공간은 아직까지 매혹적이며 중요하다. 2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개최하는 필름 영사 초급 워크숍, 전문가 중급 워크숍, 필름 상영을 위한 포럼, 그리고 오즈..
21세기에 들어서 급속하게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영화관에서 필름 영사기가 사라지고 필름으로 영화를 볼 기회는 점점 감소해왔습니다. 특별히, 2013년 이래로 멀티플렉스는 물론 예술영화관에서도 35미리 필름 영사기의 철수로 필름상영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필름 영사기 관련업체, 필름 현상소 또한 문을 닫았고, 이에 한국에서 필름상영은 서울아트시네마를 포함한 몇 군데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을 뿐입니다. 필름상영의 사라짐은 필름을 다룰 수 있는 전문적인 영사기사의 손실을 초래했고, 장기적으로 필름영사를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어려움 또한 발생하고 있습니다...2020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최하는 ‘F 시네마 필름 상영 워크숍’은 필름상영이 가능한 대도시와 지역의 극장간의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전세계에서 ..
타베르니에의 이 영화를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우리를 붙잡고 멈춰 세우는 어떤 임의의 순간 때문인데, 가령 나탈리 베이가 카세트 테이프로 듣고 있는, 영화관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세심하게 귀 기울일 수 밖에 없는, 마지막 상영의 영화관에 관한 에디 미첼의 노래가 흘러 나올 때이다. 이제는 슈퍼 마켓이나 주차장이 될 동네 영화관의 거역할 수 없는 운명, 더 이상 희망은 없어요, 종영의 자막과 함께 마지막 상영이 끝나고, 텅 빈 객석에서 한 노인이 구석에서 울고 있었다는...그런 내용의 노래다. '마지막 상영 La Dernière Séance'이라는 노래. 에디 미첼은 파리 근교의 오래된 영화관을 배경으로 동명의 제목으로 고전기 미국영화를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극장만이 아닌 그런 텔레비..
주류 영화제작 시스템에서 벗어나 독립제작으로 만든 배창호 감독의 (2000)이 공개된지 20년이 지났다. 2006년 ‘작가를 만나다’로 소개하고, 2008년 배창호 감독 전작전을 하면서 상영했으니, 12년만의 재회다. 그 사이 유튜브에서는 스페인어 자막의 영화가 업로드되어-허락된 일은 아니다- 842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기이한 일이 있기도 했다. 디지털로 전환되지 않아 35mm 필름 프린트로만 극장에서 상영가능한 탓에 소개될 기회가 여전히 많지 않은 작품이다. 한국영화의 많은 작품들이 아직 이런 상황에 있다. 예전 이 영화에 대해 썼던 소개글의 일부. 작가를 만나다 2월 8일(토) 오후 6시 40분 상영 참석 | 배창호 감독, 김유미 배우 데뷔작인 (1982)에서 시작해 최근작인 (2009)까지 배창..
I am Spartacus ! 커크 더글라스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러 영화들이 떠오르지만, 그럼에도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그에 관한 일화는 (1960)와 관련된 일들이다. 특별히, 1950년대 적색공포 시대 블랙리스트였던 달톤 트롬보와 관련된 일이다. 2년전 이맘때,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선택작으로 아브라함 폴란스키의 을 상영하면서도 했던 이야기이지만, 1950년대 당시 적색공포와 할리우드의 관계는 대단히 중요한 영화사적 문제로 남아있다. 1930년대 초기 망명의 문제와도 겹쳐 필름누아르, 혹은 50년대 이후 아메리칸 시네마의 표상과도 관련되는 문제로, 아마도 미국영화와 관련해서라면 가장 관심이 가는 시기이다. 2016년 개봉했던 라는 영화가 보여주는 바, 이 시기 적색공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