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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몬테 헬만은 뉴아메리칸 시네마의 저주받은 작가였다. 프리웨이를 질주하는 자동차와 방황하는 젊은이를 그린 (1971)은 (1969)의 계보를 잇는 70년대 로드무비의 숨겨진 걸작이지만, 흥행부진 때문에 몬테 헬만은 할리우드 영화사로부터 방출되는 불운을 겪어야만 했다. 은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무엇이든 실패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지만 역설적으로 작가는 그럴 권리를 누릴 수 없었다. 그가 ‘지옥에 떨어진 남자 Hell-Man’라 불리는 것은 뼈아픈 일이다. 영화의 역사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작가주의를 주창한 ‘카메라-만년필론’으로 유명한 알렉상드르 아스트뤽은 비평에서 시작해 영화감독이 된 첫 번째 비평가로 누벨바그(특히 고다르)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시기 드물게 이스트먼 컬러로 촬영한 (1..
천국은 어떤 임금이 자기 아들을 위하여 베푼 혼인잔치의 상황과 같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 구절은 ‘청함을 받은 자는 많지만 택함을 입은 자는 적다’라는 말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문득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이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선택’이란 표현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2006년에 시작한 이 영화제는 참여하는 영화인들이 그들 각자의 영화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백지수표’라 부르는 이런 방식은 영화가 선택하는 영화인에 의해 소환된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영화는 우리가 다 볼 수 없을 만큼 많고, 그렇기에 언제나 선택해 보는 사람에 의존하게 됩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이 영화의 진실입니다. 선택받는 영화가 있는 만큼 결..
노래하고 춤추자! 말 그대로입니다.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에서는 2011년을 보내고 2012년을 맞이하기 위한 일환으로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작품들로 연말연시의 특별전을 준비했습니다. 상영작 중 한 편인 의 극 중 만식(차승우)의 대사를 인용해볼까요. “까짓 거, 질러부러!” 앞뒤 잴 것 없이 모든 것을 음악에 쏟아 붓고 무대 위에서 아낌없이 몸의 에너지를 발산하게 만드는 음악과 뮤지컬영화는, 그래서 굉장히 원초적인 장르이기도 합니다. 모두 16편으로 이뤄진 이번 특별전은 음악영화와 뮤지컬영화가 사이좋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뜨거운 록 공연 현장의 열기가 그대로 담긴 와 과 , 클래식음악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 유명 음악인의 다양한 초상을 엿볼 수 있는 와 도 흥미로운 선택이 될 것입니다. 또한 ..
따지고 보면 놀라운 일도 아니다. 기록에 따르면 식민지 치하의 조선에서는 '시적 리얼리즘' 혹은 '사회적 판타지'라 명명된 1930년대 프랑스 영화들이 대거 수입되어 관객들의 사랑을 얻었다. 자크 페데나 마르셀 카르네의 영화, 줄리앙 뒤비비에의 (1936), (1937)과 같은 작품들이 특히 대중적 인기를 얻었는데, 가령 작가인 김남천은 (첫 개봉 제목은 이었지만, 전후에 재개봉할 때 이란 제목으로 바뀌었다)을 본 후의 소감을 소설에서 이런 식으로 기술한다. “어떤 날 오후, 봄이라지만, 아직도 치위가 완전히 대기 속에서 가시어 버리지 않은 날, 나는 영화 상설관에서 를 구경하고 일곱 시경에 거리에 나섰다. 저녁을 먹어야 할 끼니때가 이미 지났으나, 곧 뻐스에 시달리면서 집으로 향할 생각을 먹지 않고, ..
하워드 혹스의 이 영화와 관련해 깊은 오해를 풀 필요가 있다. 하워드 혹스는 할리우드의 ‘사내중의 사내’라 불렸던 감독으로 남성들 간의 유대를 찬양했던 인물이다. 그는 ‘와일드 빌’ 월맨과 오토바이를 즐기고, 윌리엄 포크너와 비행을, 어네스트 헤밍웨이와 낚시와 사냥을 즐긴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마초니즘의 작가였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이런 식의 ‘여성 버디무비’를 만들 수 있었을까? 비평가들은 오랫동안 이를 두고 의문을 제기했었다. 달리 말하자면 이 영화는 혹스의 작가성을 논의하기 위한 뇌관과도 같은 작품인 것이다. 혹스는 이 영화로 당시 주류 할리우드가 구축한 안정적인 젠더 정체성을 불안 투성이의 모호한 세계로 뒤바꾸어 놓았다. 혹스적인 남성과 대비되는 여성들이 게다가 남성적 우주의 신성함과 권위를 조롱..
Hollywood Classic Special 영화에서 고전은 다른 예술들과 비교하자면 애매한 의미를 지닙니다. 영화의 고전이 태생적으로 이미 현대성을 지니고 있었던 탓입니다. 통상적으로 고전은 1950년대 이전의 영화를 통칭해 부르는 용어입니다. 스타와 장르의 결합, 서사의 투명성과 명백함, 사실성, 인과관계, 통일성, 서술적 표현 등으로 대표되는 고전영화의 특권적 장소는 할리우드입니다. 또한, 영화에서의 고전은 대중의 공통적 감정을 표현한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고전은 영화사적 가치는 물론이고, 수 십 년이 흐르고서도 대중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시간을 견딘 작품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사 고전들은 지금의 상업적 배급을 통해서는 상영될 기회가 없었습니다. ‘할리우드 클래식 특별전’..
영화제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늘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영화의 역사를 영화를 보며 체험하고 느낄 수 있게끔 하는 것입니다. 의식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무의식적으로 그런 걸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거죠. 영화의 역사는 교과서에 기록된 사실들의 역사라기보다는 영화가 이룬 역사이자 영화들이 맺는 관계들의 역사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시네바캉스서울 영화제'에서 '천국의 웃음'이란 섹션에서 소개하는 로맨틱한 코미디에서도 그런 관계의 역사를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에른스트 루비치와 빌리 와일더. 이 두 감독의 영화를 하루에 함께 보는 경험은 그런 내밀한 관계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상대적으로 와일더의 코미디 중에서 덜 알려진 은 사실 역사적으로 더 각별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만들어진 1961년..
'프리츠 랑의 아메리카 특별전'이 이번주로 끝납니다. 를 제외하면 한번씩은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지난번 오승욱 감독님과의 시네토크에서도 서로 나눈 이야기이지만 프리츠 랑의 미국영화는 독일시절의 영화들보다 (개인적으로는) 더 매혹적입니다. 가능한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 점점 급진적인 페시미즘의 세계로 빠져든 프리츠 랑의 50년대 영화들이 그러합니다. 나 를 보면 밀통과 음모, 시스템과 파워게임, 기계장치들의 표면과 깊이의 드라마가 아주 탁월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영화의 묘미는 '스토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 스토리 '텔링'에 있습니다. 을 보는 즐거움이나 놀라움은 살인자의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는 랑의 작법에, 그리고 의 특별함은 영화의 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