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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아마도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을 듯 해서, 그리고 11월 소식지에 나가겠지만 미리 말씀드리자면, 11월에 열리는 '브라질 영화제'는 브라질의 신영화(시네마 노보)를 기념하는 영화들을 상영합니다. 지난 해에 를 이미 상영한 바 있는데, 보통 트로피컬리즘이나 카니발리즘이라 불리는 시기로 넘어가기 전 단계의 시네마 노보의 대표적인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을 상영합니다. 작품에 다소 변동이 있긴 하겠지만(그래서 추가되는 작품이 생길 수 있는데), 현재 확정된 작품은 5편입니다. 글라우버 로샤, 넬슨 뻬레이라 도스 산토스의 영화, 그리고 로게리오 칸젤라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글라우버 로샤는 조금이라도 영화사에 대한 관심이 있으신 분은 아실테지만(그리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열린 글라우버 로샤 회고전에서 작품을 일..
미리 말씀드리자면 12월 18일부터 30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장 피에르 멜빌 회고전'이 열립니다.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열리는 멜빌회고전의 프로그램이 서울에서도 상영되는 것입니다. 물론 의도는 아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2004년 12월 17일부터 30일까지 처음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장 피에르 멜빌 회고전'이 열린 이래로 2006년 12월의 '알랭 들롱 회고전', 그리고 올해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의 의 완전판 상영, 그리고 이번 회고전까지 장 피에르 멜빌의 영화와 매번 겨울에 만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취향을 너무 드러내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멜빌의 영화와 만나지 못했던 분들은 올해의 마지막 상영을 놓치지 말아주세요. 멜빌은 을 만든 후에 인터뷰에서 그의 영화적 ..
토요일 오후, 극장에 사람이 많진 않았지만, 을 보신 분들이라면 결코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순간들을 아마 함께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영화를 본 후에 "아! 이건 정말이지 믿기지 않는 장면이야."라고 묻게 되는 영화들이 가끔 있는데, 이 그런 영화입니다. 믿기지 않는 장면들로 보는 내내 숨이 막힐것 같은, 마치 기적의 순간을 함께 체험하는 흥분을 느끼는 그런 영화 말입니다. 이런 영화는 예술도, 기술도 아닌 미스터리(신비)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나 나무 그늘아래 있던 꼬마아이가 종종 걸음으로 뛰어가 나무 담장위로 올라가 수풀 사이로 사라진 말을 호기심에 쳐다보던 그 침묵의 순간이나 영화 후반부에서 그늘을 찾아 조용히 눈을 감는 강아지의 모습은 잊기 힘듭니다. 영화 첫 장면에서 작렬하는 태양 아래 부부..
스탠리 큐브릭 회고전을 맞이하며 큐브릭에 관한한 전설같은 많은 이야기가 내려온다. 영화를 만들면서 큐브릭은 촬영기술에 엄청난 집착을 보였고 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백번이 넘는 테이크를 사용한다. 심지어 에서 니콜 키드만과 톰 크루즈가 거울 앞에서 함께 포옹하는 단 한 장면을 얻기 위해 일주일간 촬영했다고도 한다. 그에겐 나름의 논리가 있었다. 큐브릭은 영화에 출연한 감독이기도 했던 시드니 폴락에게 “영화를 잘 만드는 가장 싼 방법은 테이크를 몇 번 더 가는 거야. 수백만 달러를 써서 준비하고 세트를 짓고 사람들을 고용하고 수개월을 걸려 각본을 쓰고, 또 어떤 때는 몇 년까지도 걸리지만, 사람들은 대여섯 번째 테이크에서 그냥 끝내 버리거든. 바보 같지 않나? 서너 번 더 시도하면 또 다른 장면을 얻을 수..
영화는 우리의 음악.. 그래, 음악처럼 우리는 듣는다. 눈을 감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미지를 떠올린다. 만약, 우리가 그렇게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면, 눈을 감은 채. 그렇다면 우리는 다른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라는. 즉, '나'가 아니라, '우리'라는. 아마도 이 지점에서 시네아스트와 그렇지 않은 나의 분화의 지점이 있으리라. 나는 그것이 '나'의 음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의 이미지라고. 그런데 시네아스트는 그것이 '우리'의 음악이라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걸 담아낼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달리 말하자면, 영화란 언제나 '내'가 '타자(들)'과 관계를 맺어야만 성립하는 것이다. 그걸 절절하게 느끼는자만이 시네아스트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듣는다. '우리'의 ..
제국에 대항하는 낭만적인 무법자들 - ‘플라잉 더치맨’을 선두로 탐욕스런 동인도 회사의 선박들이 해적들을 소탕하기 위해 시시각각 몰려오는 상황에서 연맹회의를 개최한 해적들은 전투를 벌일 것인가를 두고 난상토론을 벌인다. 바르보사 선장이 해적들의 규약을 들먹이며 ‘전투명령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해적왕’이라 원칙을 고수하자 다른 해적 대표 한 명이 발끈하며 ‘규약 따위가 지금 무슨 소용이요’라 버럭 소리를 지른다. 이 때 한 발의 총탄이 날아오고 그는 비명소리와 함께 뒤로 고꾸라진다. 찬물을 끼얹은 것 같은 정적이 흐르면서 한 남자가 등장하는데, 그가 바로 말로만 전해졌던 해적들의 법률 위원장 티크 선장이다. 티크는 그 유명한 해적들의 법전을 들춰가며 적들과 전투를 벌일 것인가를 투표에 부친다. 그..
2003년 여름에 첫 선을 보인 는 새로운 세기의 관객들에게 테마파크에서나 즐길법한 흥겨운 모험과 여흥을 선사하며 조니 뎁이 연기한 해적 잭 스패로라는 아주 독특한 반영웅을 창조해냈다. 해적 잭 스패로는 18세기 드넓은 바다를 장악하며 제국주의의 확산에 기여한 다국적 동인도 회사의 탐욕과 맞서 싸우는 자유의 대변자이자 신대륙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개척자를 상징한다. 두 번째 이야기인 은 이런 설정에 뱃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유명한 전설과 신화를 뒤섞어 보다 환상적인 세계로 관객을 안내한다. 모험에서 돌아온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와 윌(올랜드 볼룸)은 행복한 결혼식을 준비하는데 때마침 탐욕스런 동인도 회사의 하수인인 커틀러 베켓 경(톰 홀랜더)의 음모로 결혼은 무산되기에 이른다. 해적 잭 스패로를 도..
라울 루이즈가 어제 세상을 떠났다. 외국의 영화잡지에 부고란이 있을 정도로 요즘 들어 우리 시대(지난 세기의 절반 이후의 작가를 그렇게 말하고 싶다)의 거장들이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마노엘 데 올리베이라와 더불어 영화제에서 그의 영화를 만나는 일이 가장 기쁜 일 중의 하나였는데 이제 그런 즐거움과 기쁨 하나가 사라졌다. 한 작가의 죽음은 하나의 세계가 사라지는 것이라 말한다. 루이즈의 경우에는 더 많은 세계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가 구축했던 것이 복수성의 세계였기 때문이다.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를 보았을 때 G.V.에 라울 루이즈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던 탓에 잠시 착각을 했던 일이 생각난다. '설마'하면서도 영화가 끝난 후의 G.V.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