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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I am Spartacus ! 본문

영화일기

I am Spartacus !

Hulot 2020. 2. 6. 14:31

I am Spartacus !

 

커크 더글라스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러 영화들이 떠오르지만, 그럼에도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그에 관한 일화는 <스파르타쿠스>(1960)와 관련된 일들이다. 특별히, 1950년대 적색공포 시대 블랙리스트였던 달톤 트롬보와 관련된 일이다. 2년전 이맘때,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선택작으로 아브라함 폴란스키의 <악의 힘>을 상영하면서도 했던 이야기이지만, 1950년대 당시 적색공포와 할리우드의 관계는 대단히 중요한 영화사적 문제로 남아있다.

1930년대 초기 망명의 문제와도 겹쳐 필름누아르, 혹은 50년대 이후 아메리칸 시네마의 표상과도 관련되는 문제로, 아마도 미국영화와 관련해서라면 가장 관심이 가는 시기이다. 2016년 개봉했던 <트럼보>라는 영화가 보여주는 바, 이 시기 적색공포는 극에 달해 많은 영화인들이 할리우드에서 쫓겨났고, 일부는 저예산 영화에 가명으로 영화각본을 쓰기도 했다.
긴 이야기는 각설하고, 당시 커크 더글라스의 결정은 용기있는 일이었다. 그는 프로듀서 겸 주연으로, 제작 예정의 <스파르타카스>의 각본을 달톤 트럼보에 의뢰했고,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크레딧 타이틀에 트럼보 이름을 올렸다. 이 일화가 영화 <트럼보>에도 간략하지만 중요하게 묘사되어 있다. 1950년대 미국 전역에 불어닥친 적색공포의 광기는 ‘할리우드 텐’을 비롯한 공산주의자 영화인들 모두에게 혹독한 박해와 탄압이었고, 명예회복이나 부활은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게다가 헤다 호퍼라는 가쉽 컬럼니스트는 ‘미국의 가치’를 내세우며 미디어와 저널을 이용해 ‘네이밍’을 주저하지 않았고 할리우드에서 사랑받는 스타들을 공격했고, 그들의 평판과 경력을 망치는데 전념했다. 왜 그랬을까? 그 동기 중의 하나는 호퍼의 믿음으로, 즉 미국적 가치와 이데올로기적 확신이었을것이다. 문제는 호퍼의 방식이 비열한 것으로, 누군가에 관한 가십을 흘리고, 누군가가 공산주의자라는 소문이 있다고 미디어에서 말하고는, 그렇지 않으면 해명하라는 식이었다. 트럼보는 이에 일체 대응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감옥에 갔고, 일자리를 잃었다. 때문에 당시 누구도 이름을 거론 하지 않으려 했던 블랙리스트 트럼보를 크레딧에 올리는 것은 비난을 무릅쓴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커크 더글라스는 그 일을 수행했다. 정치적 의지나 이데올로기적 신념에서가 아니라, 트럼보가 각본을 썼기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라는 원칙의 준수를 따랐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오토 프레민저도 <영광으로의 탈출>에 각본가로 트럼보의 본명을 올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당시 커크 더글라스의 결정으로 블랙리스트는 유명무실한 것이 되었고, 블랙리스트에 있던 이들의 복귀가 가능해졌다. 60년전의 일이다.

 

RIP Kirk Doug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