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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영화에서 감독이란 불가시의 존재이다. 나로서는 그런 보이지 않는 감독의 존재를 인지하게 해준 고마운 책 중의 하나가 트뤼포의 이다. 이 책은 또한 좌절과 불평등의 인식을 안겨준 책이기도 했다. 비디오가 없던 시절에 순전히 영화관에서만 영화를 보고 감독과 인터뷰를 했던 트뤼포의 놀라운 기억력과 보는 능력에 질투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 트뤼포가 거의 외우다시피 보았던 영화들에서 사소한 질문을 할 경우에(가령 와 의 경우)는 가끔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이 책은 한 명의 영화광이 자신이 숭배하는 작가를 만나 영화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비평가의 초기시절이 아니라 1966년에 출간되었다는 점을 감안하자면(물론, 인터뷰는 ‘카이에 뒤 시네마’의 비평가시절부터, 그리고 본격적으로는 1962..
마가레테 폰 트로타의 는 독일계 유대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전기 영화이지만, 그의 생애의 아주 작은, 하지만 강렬했던 순간을 담고 있다. 1961년 아렌트는 예루살렘에서 열린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에 참석해 기사를 쓰게 되는데, 영화는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아렌트의 곤경을 다룬다. 그녀는 1933년 나치스 정권 성립 후 독일에서 프랑스로 건너가 강제수용소에 억류되었다가 아슬아슬하게 탈출해 1941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러한 경험을 근거로 『전체주의의 기원』이라는 책을 발표해 명성을 얻었다.하지만 아이히만의 재판에 대한 글은 논란을 불러왔다. 그녀는 아이히만이 냉혹한 괴물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관료였음에 큰 충격을 받았고 이러한 생각을 『더 뉴요커』에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던 것이다. 196..
-시네마테크는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문화척도 -문화선진국으로 도약 위해 안정적인 시네마테크 공간 확보 및 재정적 지원 시급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대표 최정운www.cinematheque.seoul.kr)와 서울에 시네마테크전용관을 건립하기 위한 추진위원회(위원장 이명세, 이하 시네마테크전용관 건립 추진위), 그리고 서울특별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미경 의원이 공동 주최하는 ‘서울시의 시네마테크 지원을 위한 정책포럼’이 지난 26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영화단체 관계자, 영상문화에 관심이 많은 서울시의회 의원 및 서울시 집행부 관계자 물론 영화를 사랑하는 일반 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포럼은 1,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으며, 1부 ..
* 알랭 레네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90년대 초, 문화학교서울의 비디오테크에서 어렵게 만났던 그의 영화 덕분에 나는 영화에 매혹되었고 이 세계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 시절의 강박관념들: 의 시체들, 의 (감옥)도서관, 의 '그땐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라 말하는 기억의 괴로움에 사로잡힌 엠마누엘 리바, 와 의 돌아온 자들과 만나는 맘각으로 고통받는 델핀 세리그. 곤경에 처한 '우리들'. 알랭 레네에게서 내가 배웠던 것은 영화가 결국 무엇을 할 수 있는가였다. 레네는 영화의 동력이 그것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장소들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작가였다. 말하자면 그는 세상의 모든 기억과 마주한 우리들의 변호인이었다. 아래 글은 를 기다리며 '씨네21'에 썼던 글이다. 하지만 결국..
코엔 형제의 을 보았다. 기억나는건 물론 노래들과, 무엇보다 고양이. 고양이는 르윈 데이비스의 생활 공간에서 먼저 깨어나 움직이고 집에서 빠져나와 그의 예술을 위한 험난한 여정에 동행한다. 그는 고양이를 다른 이들에게 부탁하려 했지만 아무도 고양이를 보호할 이들은 없다. 르윈 또한 고양이를 두고 제 길을 떠나려 한다. 르윈이 도달하려 했던 두 세계를 왕래해 두 단절된 공간을 대면시키는 고양이의 믿기 힘든 모험. 고양이를 부탁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이 재개봉 중이다. 이 영화는 혁명전야의 시대를 살아간 세대를 그린다는 점에서 그의 혁명적인 데뷔작이기도 했던 의 주제를 다시 반복한다. 베르톨루치에게 중요했던 것은 혁명의 효과나 68혁명에 관한 영화가 아니었다. 혁명의 시절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혁명 이전의 가능성을 다시 사고하는 것. 말하자면 정치적, 성적, 미학적(영화적) 유산의 잠재성들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문제를 이번 3월에 상영하는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이 보낸 시대에 관한 이야기로, 5월 혁명의 공기로 감싸였던 파리에서 시작해 혁명과 예술에 몰두했던 젊은이들의 방황을 그린다. 이미 올리비에 아사야스는 에서 70년대~80년대에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테러리스트의 이..
클로드 소테와 파트리스 르콩트의 영화들 간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를 말하는 것은 그들 각자의 영화에 어떤 일관된 테마와 스타일이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감정의 세공술사’라는 이번 시네마테크 부산의 기획전 제목은 그래서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터인데, 대신 나는 다른 비교들을 들고 싶다. 1924년생인 소테와 1947년생인 르 콩트는 작업의 시대로만 보자면 누벨바그 이전과 누벨바그 이후의 작가들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두 감독이 한국의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인지된 것은 90년대 초의 일이다. 여전히 대중적 기억에 회자되는 (국내 개봉제목은 ‘금지된 사랑’이었다)과 이 서울에서는 지금은 사라진 씨네하우스란 극장에서 소개되었다. 예술영화의 늦바람이 살랑거리던 때로 소테와 르콩트의 영화는 중..
이 목록들은 지극히 우연적인 선택의 결과다. 미국 영화들 중에서 최근 디지털 복원된 작품들 네 편을 추렸던 것이다. 시대는 제각각 다르다. 다만 선택의 과정에서 은연중에 ‘패닉panic’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패닉이란 알다시피 돌발적인 불안과 공포, 스트레스에 의한 혼란한 심리상태를 말한다. 혹은, 그에 따른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일종의 공황상태다. 이 단어와 함께 의식에 부상한 것은 도덕moral이란 말이었다. 그렇게 모럴과 패닉의 합성어가 만들어졌다. 이 개념은 1972년 영국의 사회학자 스탠리 코엔Stanley Cohen이 1960년대 영국의 매스미디어가 당시 모즈나 로커즈라는 거친 젊은이들을 어떻게 과잉 보도했는지를 기술할 때 사용한 단어이기도 하다. 도덕적 공황을 일컫는 말로 사회질서의 위협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