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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까미유 끌로델, 혹은 유명한 무영인 (2012)은 브루노 뒤몽의 전작들과 비교할 때 꽤 일탈적인 작품처럼 보인다. 먼저, 제목의 연도(원제목은 ‘까미유 끌로델 1915’이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시대극이다. 지금까지 7편의 장편을 만든 뒤몽은 한 번도 역사극을 만든 적이 없다. 그의 영화는 언제나 동시대의 문제를 다뤘다. 둘째, 줄리엣 비노쉬의 출연이 하나의 사건이 될 만하다. 뒤몽은 데뷔작인 (1977)이래로 아마추어 배우를 기용하는 것을 영화적 원칙으로 고수해왔다. 배우들의 과잉의 연기나 분명한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관습적인 연기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로베르 브레송처럼 그는 배우보다는 인물의 물질성에 더 관심을 보였다. 물론 육체에 우선에 두는 것은 거기서 어떤 방식으로든 영혼과 정신의 문..
마스무라 감독은 너무 시대를 앞서갔다고 생각합니다 - 배우 와카오 아야코와의 인터뷰 배우 와카오 아야코를 만났다. 영상자료원에서 열린 ‘다이에 특별전’에 참석한 그녀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만났던 시간은 40여 분 정도였다. 스크린에서 그녀를 보아왔던 열망의 시간에 비하자면 턱없이 부족한 만남의 시간이다. 물론, 관객과의 대화와 이어진 뒤풀이 자리까지 참석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녀와의 만남에 아쉬움은 없다. 다만 이 짧은 기록이 마스무라 야스조의 영화나 무엇보다 그녀만이 가능했던 연기의 비밀에 다가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고백해야만 할 것이다. 어쩌면 그 비밀에 우리는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녀는 마스무라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고 그게 ..
ECM 특별행사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이번 기회에 ECM과 영화의 관계를 살펴보는 특별전을 시네마테크에서도 개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흥미로운 기획이 될 거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특별히 ECM의 대표인 만프레드 아이허도 방한하니, 직접 그에게서 고다르 등의 작가들과의 작업에 대해 듣고 싶었던 것이다. 고다르의 사운드에 관한 이야기를 만프레드 아이허를 통해 듣게 된다니! 원래 대로라면 테오 앙겔로플로스나 베르히만, 타르코프스키 등의 영화도 상영할 생각이 있었지만, 아쉽지만 이 영화들의 국내 상영은 국내배급사가 판권을 갖고 있어 도리어 상영이 어렵다. 음악인들은 생소할 테지만-때론 영화인들조차 모르는 일이기도 하지만- ECM 은 그동안 영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
베르나데트 라퐁을 기억하며 베르나데트 라퐁이 세상을 떠났다. 몇 가지 단편적인 영화적 기억들이 떠오른다. 물론 이 기억이 소환하는 이미지들은 그녀의 존재 자체가 가장 강렬하고 우아한, 그녀 삶의 뜨거운 순간들이다. 그녀는 누벨바그 초기 프랑수아 트뤼포, 클로드 샤브롤이 영화로 끌어들인 배우다. 그런 여인들은 꽤 있었다. 잔 모로가 있고, 안나 카리나가 있고, 브리지트 바르도가 있으며 델핀 세리그가 있다. 베르나데트 라퐁은 그녀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아름다우면서 와일드하고, 자유로우면서 동물적인, 너울거리는 몸의 현전성이 강렬하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바르도에 비견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터부를 깨뜨린 여인이다. 이를테면 조금은 원시적인 삶의 모습이나 그녀가 즐거워하는 모든 것은 그녀 자신의 고..
가토 다이의 임협영화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소개된 것은 2003년 9월의 일이다. ‘일본 액션영화 걸작선’으로 마스다 도시오의 (1964)에서 하세가와 가즈히코의 (1978)까지 총 9편의 영화를 상영했는데, 이때 가토 다이의 ‘붉은 모란 시리즈’ 중 (1969)와 (1970)을 상영했다. 그해 광주국제영화제에서 열린 특별전의 순회상영이었다. 가토 다이의 영화를 비디오가 아니라 필름으로 극장에서 처음 보았던 때이다. 2011년에는 부천국제영화제에서 ‘붉은 모란 시리즈’ 7편을 상영하기도 했으니, 이번 ‘임협영화 걸작선’은 세 번째 기획행사로 특별히 ‘도에이 임협노선’에 주목한다. 도에이의 임협노선이란 1963년작 에서 시작해 1973년의 에 이르기까지 10년간 지속된 제작노선을 의미한다. ..
딱히 공포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헤수스 프랑코에 관한 두 권의 책을 여행길의 서점에서 샀던 것을 떠올려보면 그에 관한 관심이 있었다고는 말할 수 있겠다. 꼭 책을 읽겠다고 샀던 것은 아니었다. 책이란 친구가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족할 때가 있으니 말이다. 헤수스 프랑코의 영화는 마치 어린 시절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에 그 앞을 지날 때면 일부러 먼 길을 돌아가야만 했던 골목길 어느 낡은 집과도 같은 인상이다. 피해가면서도 계속 시선이 머물던 곳 말이다. 그러니 두 권의 책을 내가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적당히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한 권은 파리에서 구입한 것으로 『판타즘의 에너지』라는 제목의 제법 진지한 분석이 담긴 근사한 책이다. 도쿄에서 샀던 또 한 권은 이런 작가에 관한 책이라면 언제나 ..
지중해를 항해하는 크루즈 호의 선상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을 마주한 한 여인이 이렇게 말한다. ‘불쌍한 유럽이여. 고뇌에 의해 정화되기보다는 고통에 상해가는 유럽이여. 되찾은 자유에 고양되지 못하고 도리어 모욕당하고 있구나’. 고다르의 은 이렇듯 위기에 처한 유럽의 역사를 임종의 시선으로 되돌아보는 영화다. 3부로 구성된 이 영화는 전쟁과 문화, 유럽 통합과 글로벌한 세계, 예술과 문화의 등질화, 저작권 등의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이미지와 소리가 격렬하게 요동치는 마그마와도 같은 이 영화를 여섯 개의 키워드로 살펴본다. 제목: 필름과 소셜리즘고다르는 영화를 만들 때 먼저 제목을 결정한다. 아이디어보다 제목이 앞설 때가 많다고 한다. 그가 마치 과학논문이나 실험보고서를 작성하듯이 영화를 만..
1952년 시네라마[3대의 카메라에서 동시에 촬영한 필름을 3대의 영사기에서 횡장의 스크린에 영사해 입체적인 화면을 얻는 영화로, 스크린의 가로 세로 비율이 1:2.88이다]가 처음 선을 보인 후 미국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앞 다퉈 시네라마와 유사한 와이드 스크린을 만들어냈다.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 곳은 20세기 폭스사. 폭스는 프랑스의 발명가인 앙리 크레티앙이 1920년대에 발명한 애너모포스코프의 세계 특허권을 사들였고, 이것을 시네마스코프라 불렀다. 앙리 크레티앙이 고안한 애너모픽 렌즈는 표준 렌즈 앞에 부착해 표준 렌즈가 수용할 수 있는 영상의 2배 정도의 크기를 좌우방향으로 압축해 35mm 필름에 담아낼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촬영한 필름을 거대한 와이드 스크린 장비가 설치된 극장에서 펼쳐 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