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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요리스 이벤스 회고전 마지막 날에, 쿠바와 칠레에서 만든 두 편의 아름다운 작품 상영후에 토크를 합니다.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만, 이를테면... 이 영화에서의 ‘방문’이라는 행위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장소를 찾아가는 것, 말하자면 방문은 (찾지 않고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와는 달리)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첫 번째 행위입니다. 가령 쿠바 혁명 이후 서구의 많은 지식인들이 쿠바를 방문합니다. 1960년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와 쿠바 아바나에서의 체 게바라와의 만남에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크리스 마르케, 아녜스 바르다와 자크 르두, 그리고 요리스 이벤스의 방문까지. 요리스 이벤스는 다큐멘터리 감독과 혁명적 시네아스트는, 언제나 역사의 중요한 지점을 ..
7월, 시네마테크에서는 예년보다 일찍, 여름 시즌에 ‘포르투갈 영화제’를 개최합니다. 조금 앞당겨 영화제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 영화제의 중요 섹션이 단편을 포함한 거의 전작에 가까운 ‘미구엘 고메스 회고전 Miguel Gomes Retrospective’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상야릇하고 아름다운 미로 같은 영화를 가급적 여름 시즌에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그간 전혀 소개될 기회가 없었던 단편 6편에, 아마도 극장에서 꼭 보고 싶었을 장편 ‘자신에 적합한 얼굴A Cara que Mereces’(2004)’와 무엇보다 ‘우리들의 8월Aquele Querido Mês de Agosto’(2008)을 포함한 장편 6편을 상영합니다. 사랑스런 작품 ‘우리들의 8월’ 상영후에는 미구엘 고메스 감독..
초기 이벤스 영화의 미학적 혁신에 여성 편집자 헬렌 판 동언의 중요한 역할이 있었음을 간략하게 소개한 바 있지만, 이벤스의 후기 작업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이가 마르셀린 로리단(1928-2018)이다. 그녀와의 협업은 오늘 상영하는 부터 시작해 근 30년의 협력작업으로 이어졌다. 특별히 시네마 베리테나 다이렉트 시네마에 미온적 입장을 갖고 있던 이벤스가 이 작품에서 동시녹음이 가능한 16미리 카메라를 사용하게 된 것에 그녀의 경험이 있었다. 마르셀린은 이미 다큐멘터리 작업에서 동시 녹음카메라를 사용한 경력을 갖고 있었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였던 마르셀 로리단은 장 루쉬와 에드가 모랭의 에서 중요한 역할로 출연했는데, 이 작품에서 그녀는 어린 나이에 나치의 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온 것에 대해 술회한다...
요리스 이벤스의 (1988)는 기존의 다큐멘터리와는 사뭇 다른 사실과 허구를 조합한 독특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80년에 구상을 시작해 4년간 중국에서 촬영한 영화로 결국 망백의 나이였던 요리스 이벤스의 유작이 되었다. 이벤스는 로 격동의 한 세기를 마감했고 자신의 영화 인생 또한 마감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이 ‘바람’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은 대단히 이채로움을 느끼게 한다. 이는 그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카메라로 촬영이 불가능하다고 여길 만한 것들을 이미지로 담아내는 데 진력한 작가였으며, 바람의 나라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혁명의 바람을 타고 세계를 돌아다닌 ‘날아다니는 네덜란드인(Flying Dutchman)’이었음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요리스 이벤스는 불가능한 것을 찍는 작업을 인생에서 ..
6월에 에릭 로메르에 관한 짧은 강의를 한다. 합정역 근처, ‘아틀리에 아셰프’에서 진행하는 강좌로 에릭 로메르의 비평과 영화에 대해 여섯 개의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시네레슨 Cine Lesson 에릭 로메르의 모험 혹은 여섯 개의 콩트 세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이미지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인가? 삶을 동경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삶의 모방을 존중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비평가로서의 에릭 로메르의 생각이자, 영화감독으로서 그의 태도다. 자연 빛, 공기, 하늘, 우주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영화의 아름다움을 또한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로메르는 영화가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거기에 도달하게 하는 도구라 여겼다. 이때 영화는 원래 대상에서 예술적 감정을 포착..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저는 어느 누구의 집에도 아주 쉽게 들어간 적이 없습니다. 먼저 신발을 벗어야 합니다.” 타인의 삶에 대해 손쉽게 말하고 글을 적고 촬영하고 판단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말하자면 남의 집에 신발을 벗지 않고 들어가는 무례한 침입자와도 같은데, 물론 요즘에는 텔리비전이든 소셜 미디어에든 스스로 자신의 집을 드러내보이고 전시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으니, 누군가의 집 안에 이미 손쉽게 들어서고 있고 때론 그것을 권리처럼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타인의 집에는 벽도 있고 문도 있기에 그 안에 들어서려면 누구나 문턱을 넘는 시도를 해야한다. 때로 누군가 떠난 빈 집이거나 재난으로 벽도 문도 없는 폐허가 된 집이라도 그렇게 손쉽게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
에릭 로메르 전기가 을유문화사 ‘현대예술의 거장 시리즈’로 번역출간됐다. 이 비밀스런 작가의 생애는 그가 세상을 떠난후 남긴 대략 140개의 서류박스에 담긴 200편이 넘는 자료들 덕분에 쓰여질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숨긴 비밀스런 로메르의 영화와 삶을 우리 눈앞에 나타나게 하는 마법의 주문 같은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추천의 글을 썼다. ... 사라지는 영화 ‘습관의 논리에 통제되는 모리스 세례의 가족생활은 전기 작가에겐 흥미로울 게 거의 없다’고 책의 저자인 앙투안 드 베크와 노엘 에르프는 말한다. 이 논리를 따르자면, 10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흥미로울 게 전혀 없는 평범한 대작가의 초상이다. 하지만, 저자들이 부언하듯 이런 평범한 삶에 이야기가 스며들고 가장 작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