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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영화일기 (271)
CINEMATHEQUE DE M. HULOT
사회가 독재자를, 혹은 광적인 살인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채플린의 생각은 에 이어 (1946)에서 보다 극명하게 표현된다. 채플린은 를 ‘살인에 대한 희극’으로 평가했다. 이 영화는 거의 웃음이 없는, 차가운 냉소성이 느껴지는 블랙코미디로 매카시즘에 급격히 물들고 있었던 당시 미국의 편협성을 반영한다. 전원생활을 하는 베루도(채플린)는 모범적인 인물이지만 수십 년 일한 은행에서 해고되면서 연쇄살인마로 돌변한다. 그는 살인이 사업의 연장이라 여긴다. 급격한 시대의 변화가 그러한 인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초라한 서민의 대변자였던 방랑자 찰리가 이제 결연히 무시무시한 현실의 세상으로 들어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 공포를 조장한다. 그런데 이 영화가 섬뜩한 것은 그것이 당시의 현실 세계를 보다..
‘히치콕의 방법서설’이란 제목의 의 4A의 에피소드에서 고다르는 히치콕이 히틀러를 능가한 세계의 통제자이자 동시에 성화상과 같은 사물의 이미지를 남긴 예술가라 말한다. 히치콕은 여기서 세잔과 르누아르와 동급의 탁월한 예술가로 표현된다. 고다르의 논증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관객들은 히치콕의 영화에서 플롯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의 여자주인공이 누구였는지 의 비밀정보원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에서의 열쇠, 에서의 우유잔, 에서의 돈가방을 기억할 것이다. 히치콕은 결국 순수한 사물을 영화에 남겼다. 그 사물이란 내러티브에서 일탈된 독자적인 이미지들이다. 시네클럽 Cine Club | 3화 히치콕의 방법서설 일시 | 4월 20일(화) 오후 7시 30분 (Suspicion,..
“여러분이 이 영화에서 보는 몇몇 사람들과 상황들을 저는 길거리와 레스토랑에서 만났습니다. 나는 그것을 정화하기 위해 재구성을 하고, 그것을 더 추상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레스토랑에서 촬영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스타일이 그렇게 순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제가 스튜디오에 남아서 야외 촬영을 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로이 앤더슨은 스튜디오에서 이 영화의 장면을 연출했고, 이 과정은 앤더슨이 각 장면마다 만드는 수채화에서 시작되어, 그림을 바탕으로, 빈 스튜디오에서 테스트를 거쳐 장면을 만들었다. 여기에 샤갈, 반 고흐의 스케치, 소비에트 예술가들의 집단 작업, 브뤼겔, 에드워드 호퍼 등의 다양한 그림이 이 영화의 시각화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는 모든 장면을 화가처럼 컨트롤..
“이제 볼 수 있나요?” 1929년, 헤이즈 코드의 도래, 유성 영화의 시작, 그리고 뉴욕 주식시장의 대폭락과 빈곤의 도래로 환상의 스크린 벽이 무너지고, 맹목의 신화가 풀려 이제 제대로 ‘볼 수 있나요’라고 묻게 될 때, 도시의 불빛 아래 채플린의 영화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비통하고 별난, 순수한 러브 스토리. 채플린은 를 이렇게 말했다. 빈곤과 대량 실업, 부자와 빈자가 ‘클래스’로 구별되는 대공황의 시대를 코미디로 극화하는 일은 채플린같은 예술가의 시대적 책무였다. 부자를 공격해야 웃음이 유발된다. 비통함은 그러나 빈곤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감지된다. 가난한 장님 소녀와의 로맨스에는 맹목의 환상이 필요했다. 떠돌이 찰리는 소녀의 꿈을 위해 부자를 연기해야만 한다. 전례 없는 일이다. 비통..
사랑이라기보다는 감정. ...이를테면, 영화의 초반부 장면에서 지금까지는 번역 일을 해왔지만, 이제는 자신의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소심한 막심은 형수 다프네가 어떤 소설을 쓰고 싶냐는 물음에 ‘감정에 관한 이야기’라 말한다. 다프네는 재차 ‘사랑 이야기'냐 되묻는데, 막심은 ‘네, 근데 감정 이야기라 말하고 싶네요’라 말한다. 엠마누엘 무레의 신작 (가)제목에 분명 ‘러브’라는 말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원제 'Les Choses qu'on dit, les choses qu'on fait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행하는 것’에 충실하자면, 그리고 앞서 언급한 막심의 말을 떠올리자면, 이 영화는 무엇보다 감정에 충실한 드라마다. 감정에 관한 한 무레에게 중요한 것은 부드러움과 섬세함-그런 점에서 인물의..
지난 '일본영화의 현재' 특별전에서 이구치 나미井口奈己의 신작 단편 를 소개한 바 있는데, 오늘 그녀의 신작 다큐멘터리를 유투브를 통해 볼 수 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지난해 12월,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야자키에서 개최된 워크샵 '어린이 영화 교실'에 참가한 12명의 아이들과 3일간 영화 만들기의 과정이 담긴 라는 작품입니다. 2주간 한정으로 공개됩니다. 영화를 보시려면, 아래의 링크를 확인하세요 . https://www.youtube.com/watch?v=fptl6uRke70
와이즈만에게 퍼블릭 도서관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인종, 계급, 민족, 경제적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환영하는 장소로, 갈곳 없는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모일 수 있는 곳이기에, (트럼프 시대에) 가장 민주적인 기관 중의 하나다. 그의 최근작들이 향한 물리적 장소들, 이를테면 미술관, 도서관, 대학은(그리고 잭슨 하이츠를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다) 과거의 유산을 안고 미래에의 기대를 품은 여전한 유토피아의 장소다. 하지만 와이즈만의 영화가 아주 긴 시간 동안 보여주는 바, 이런 기관들은 실은 모두 연약하고 쉽게 깨질 수도 있는 빈약한 미래와 마주하고 있다. 디지털의 도래로 물리적 장소보다 비대면의 장소 없는 공간에 비즈니스와 사람들이 몰리고, 이런 기관이 모두 ‘퍼블릭’을 표방하지만 재정 부족으로 민..
고모리 하루카의 다큐멘터리 의 제목에 있는 '하늘 空'은 두 가지 의미를 지시한다. 그 하나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있을 하늘이다. 그 하늘 아래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에 살고 있는 아베 씨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2011년부터 작은 규모의 동네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면서 하늘을 향해 귀를 기울인다. 라디오 방송의 전파가 공중으로 발사되는 상태, 방송중(on air)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사라진 마을이 다시 재건되고 있는 미래에의 하늘이다. 이 하늘은 영화의 몇 장면들에서, 그리고 특별히 영화의 마지막에 가게의 뒷 문으로 바다로 향한 신작로 길과 새로 건설되는 시가지의 모습으로 중요하게 부각된다. 이 두가지를 담아내는 것으로 우리는 하늘의 풍경에 대해 말할 수 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