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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열쇠 없는 문 본문

영화일기

열쇠 없는 문

Hulot 2021. 5. 13. 18:48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상영한 포루그 파로흐자드의 다큐멘터리 <검은 집>(1962)이 이미 이란 뉴웨이브의 선구적 작품으로 손꼽히지만, 이란 영화의 새로운 기운은 1964년에 창설된 카눈Kanoun(청소년아동협회)에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아미르 나데리 등이 주축이 되어 1969년에 영화 촬영부서를 설립해 아동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시작한다. 아미르 나데리의 말을 빌자면, 카눈 스튜디오는 최신 촬영 장비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제작비는 적었지만 상업주의적 영화 시스템의 틀 바깥에서 어린이를 주제로만 하면 연출 등에서 자유로운 재량이 주어진 거의 유일한 작업 공간으로, 이곳 지하에서 빌 더글라스의 영화를 보며 어떻게 저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 탐구했다고 한다. 키아로스타미 회고전의 첫 날에 상영하는 <여행자>1974)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는 모두 이곳에서 제작된 영화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의 한 장면에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에 있나>에 출연한 할아버지는 영화의 낡은 집이 아닌 진짜 자기의 집이 여기라며 지진에도 파괴되지 않고 남은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하다가, 자물쇠로 잠긴 닫힌 문 앞에서 난색을 표한다. 이 어색한 순간은 키아로스타미의 생애 마지막 전시인 ‘열쇠 없는 문 Doors Without Keys’의 사진들을 떠놀리게 한다.



이 전시는 키아로스타미가 이탈리아, 이란, 프랑스, 모로코 등지에서 촬영한 자물쇠로 잠긴 문을 보여주는 사진을 미로처럼 설치한 것이었다. 닫힌 문은 여전히 숨겨진 만큼 가치 있는 무언가를 갖고 있고, 그곳을 떠난 이들의 흔적을 남겨두어, 우리는 그 문 뒤에 무엇이 있는지를 추측하고 상상하게 한다. 닫힌 문과 반대로 열린 창, 이 둘은 모두 집이라는 벽의 두 가지 기능이다. 그런데 정작 삶이 거주할 집은 어디에 있을까.


5월 13일(목) 오후 7시 30분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Zendegi va digar hich / And Life Goes on…(1992) 상영후 영화소개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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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수) ~ 6월 6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