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지아니 아멜리오의 <아이들 도둑>

 

 

 

지난 2013베니스 인 서울에서 <용감무쌍 L'intrepido>(2013)을 소개하면서 지아니 아멜리오 감독에 대해 잠깐 언급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그의 작품은 한국에 제대로 소개된 바가 거의 없다. 그의 전작을 소개하는 일은 아직 요원하지만 이번에 상영하는 <아이들 도둑>을 통해 그의 작가적 세계에 조금이라도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베니스 인 서울'에서 소개한 지아니 아멜리오의 '용감무쌍'과 관련해서는 다음의 글을 참고.  http://cinematheque.tistory.com/434 )

 

영화의 내용은 지극히 단순하다. 어머니로부터 성매매를 강요당한 11살 소녀 로제타와 그의 동생 루치아노가 젊은 경찰에 끌려 고아원으로 호송되어 가는 과정 중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힘든 현실에 노출되어 사회에 내던져진 아이들과 그들을 지키려는 경찰이 서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이 밀라노에서 시작해 시칠리로 향하는 여정으로 그려진다.

 

아멜리오의 작품은 원제가 암시하듯이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을 떠올리게 한다. 내용적으로는 데 시카의 또 다른 두 편의 영화 <아이들이 보고 있다 I bambini ci guardano >(1942)<구두닦이 Sciuscià>(1946)와 어울린다. 네오리얼리즘과의 연계를 따지자면 밀라노를 배경으로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루키노 비스콘티의 <로코와 그의 형제들>(1960)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며, 비전문 배우의 기용과 로케이션의 활용, 드라마틱한 구조를 넘어선 보고와 산책의 형식이 분명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유산을 느끼게 한다. <자전거 도둑>에서 자전거를 잃어버린 아버지와 그를 따르는 아들의 교감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것처럼 이 영화 또한 경찰 안토니오와 두 아이들의 감정의 교류가 영화 후반부의 가장 중요한 정서이다. 물론 차이는 있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에서 자전거는 모든 이들이 원하는, 노동자의 삶에서 중요한 물질적 수단이다. 반면, 아멜리오의 영화에서 자전거를 대신한 아이들은 물질적 대상도 아니며 반대로 모두가 원치 않는 사회가 버린 이들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이들을 어떻게 포착하는가이다. 유일하게 도둑질의 대상이 되는 것이 영화 후반부, 프랑스 여행객의 손에 들린 카메라인 것은 사소한 설정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 카메라로 프랑스 여행자들은 소녀의 얼굴을 몰래 촬영했고, 이들은 나중에 소녀가 매춘에 가담했던 사실을 알고는 동정을 표한다. 로제타는 이를 거부한다.

 

 

 

 

여행객의 시점, 혹은 동정의 시선을 대신하는 것이 이 영화 속 두 아이들이 사람들과 만나는 순간들이다. 가령, 아이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수녀원에서 동생 루치아노가 천천히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교실을 둘러보고 병원에 혼자 누워 있는 여자아이인지 남자애인지 알 수 없는 병약한 아이와 만나는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 병실의 아이는 손거울을 보며 혼자 노래를 부른다. “나는 아주 작은 물고기를 보았네. 지독한 감기에 걸렸고 더러운 물에 병들었지만, 병원에는 그 물고기를 위한 방이 없었다네.” 루치아노는 그 아이를 쳐다보며 미소를 짓는다. 이 영화의 아름다운 순간들(아마도 시칠리로 향하는 바닷가에서 세 명이 함께 수영을 하는 장면은 그들에게 허용된 가장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장 끔찍한 순간들이 이런 식으로 보여진다. 영화는 그런 여정을 그리는데, 이탈리아 남부로의 여정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밀라노 북부의 닫힌 세계와 대조적으로 열린 공간과 자연적 환경을 재전유하는 과정이다. 바다, 해변, 여름의 풍경이 펼쳐진다. 다른 한편, 북부에서 남부로의 여정은 아이들이 태어난 기원적 장소로 회귀하는 과정으로, 남부에서 북부로의 경제적 이주의 과정을 반대로 밟아가며 훼손된 순수성과 영혼의 가치들을 재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사회적 차원의 해결이 결말로 제시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향한 물리적 폭력과 사회적 불관용의 시선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두 아이가 진정으로 함께하는 순간을 보게 될 것이다.

 

김성욱 /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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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열번째다. 한 여름 시네바캉스를 처음 시작한 것이 2006년의 일이다. 그 해 7월 25일, 개막작은 빌리 와일더의 '뜨거운 것이 좋아'였다. 무려 40편의 영화를 쉬는 날 없이 하루에 네 편씩 한달간 상영했다. 에릭 로메르의 8편의 바캉스영화들, 불멸의 스타전, 특별전:비시 정권하의 프랑스 영화, 뮤지컬 영화걸작선, 공포특급, 마스터즈 오브 호러, 필름 콘서트, 씨네키드, 시네클래스 등의 행사가 열렸다. 시네바캉스 열 번의 포스터들을 되돌아보고 있으면 마치 가지 못했던 여름 휴가의-사실 그 십년간 영화제 때문에 여름 휴가를 갔던 적이 없기에-기억들을 떠올리는 것 같다. 이제 새로운 장소에서 다시 여름 바캉스를 떠난다. 2006년 첫 시작을 알렸던 개최의 변을 떠올리면서.

한 여름의 영화여행 - 시네바캉스를 시작합니다!
7월 25일부터 시작하는 ‘시네바캉스 서울’은 서울아트시네마가 해마다 5월에 개관을 기념해 개최하던 ‘시네필의 향연’을 좀더 대중적으로 확대한 행사입니다. 작품수를 약 60 편으로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기간도 늘어났고 동시에 영화감독들의 연출특강과 교육행사,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네키드’, 그리고 영화와 음악이 함께하는 ‘필름콘서트’ 등의 다양한 행사가 추가되었습니다. 영화애호가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편하고 자유롭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입니다.

‘시네바캉스 서울’은 기존의 거대한 영화제들과 비교하자면 아주 적은 예산으로 소박하게 치러지는 영화제입니다. 우리는 영화를 함께 보고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길 원하기에, 다른 호사스런 행사는 없습니다. 레드 카펫도 필요 없고 개막을 알리는 떠들썩한 이벤트 공연도 없습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혹은 여행을 떠나듯 극장을 방문해 해변의 폴린느가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재회하는 장면을, 폭풍우 속의 장 가뱅과 미셸 모르강을, 매혹적인 자태의 마릴린 먼로와 도미니크 산다를 스크린 위에서 만나며 토드 브라우닝, 사무엘 풀러, 브라이언 드 팔머, 존 카펜터, 다리오 아르젠토와 함께 공포의 휴가길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이 축제를 영화로 떠나는 ‘바캉스’라 칭한 것도, 이 단어의 본래 의미인 무언가로부터 자유롭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제도화된 영화, 시간의 속박에 갇힌 영화, 이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좀더 자유롭게 다양한 영화들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바캉스는 일주일 정도의 짧은 여행이 아니라 한 달간 지속하는 긴 여행입니다. 그리고 이 여행에서 그동안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은 열정적인 관객들과 새롭게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이 의미 있는 만남의 기회가 생기기를 원합니다.

영화는 장소의 기억과 결합한 대중문화의 역사를 이루고 있습니다. 영화의 참된 기쁨은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대형의 스크린에서 우리들은 감각, 감정과 감동을 경험하며 추억의 일부가 되는 다양한 세계의 기억과 만나게 됩니다. ‘시네바캉스 서울’은 그런 대중의 기억이 간직된 다양한 영화들을 극장에서 새롭게 다시 만나는 행사입니다. 여행은 매번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기대감과 만남을 도모하는 용기를 제공합니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영화와 함께 즐거운 휴가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200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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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은 카르멘의 전성시대였다. 프란체스코 로지, 카를로스 사우라, 피터 브룩이 마치 경연이라도 하듯이 카르멘을 영화로 만들었던 것은 당시 비제의 오페라가 저작권 소멸상태가 됐기 때문이었다. 고다르 또한 작업에 착수했다. 다른 작가들과 달리 그는 비제의 오페라를 느슨하게 차용만 했을 뿐 그 유명한 음악을 쓸 생각이 없었다. 오토 프레민저의 <카르멘 존스>(1954)처럼 이야기를 현대로 옮겨왔고, 처음엔 이자벨 아자니를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었다. 아자니의 바쁜 일정 탓에 당시 신인이었던 마루츠카 데트메르스가 최종적으로 카르멘 역에 캐스팅되었다(그녀는 국내에는 <한나의 전쟁>(1989)으로 잘 알려진 배우다). 고다르의 계획은 급진적이었다. 그는 음악을 따라가는 이야기, 혹은 음악이 이야기의 전체가 되는 영화를 구상했다. 카르멘은 음악 없이 존재할 수 없고, 음악이 카르멘의 역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비제의 음악을 대신한 것은 엉뚱하게도 베토벤의 현악 4중주곡이다. 고다르는 비제의 음악이 바다와 밀접하게 연결된 지중해의 음악이라 여겼고, 자신에게는 그 바다가 브르타뉴의 해변에서 들었던 베토벤의 현악 4중주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결합은 작위적인 것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사실 1980년대 고다르의 성과중의 하나는 독창적인 사운드 몽타주를 고안하는 것이었다. 다이얼로그, 모놀로그, 음악, 효과음, 소음 등의 여러 가지 소리들을 과격하게 콜라주하는 것인데, 이는 나중에 <영화사>(1998)라는 작품에서 사운드의 거대한 리믹스 실험으로 만개한다.

이 영화는 사실상 내러티브나 주제와는 하등의 상관없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사건과 두 공간이 밧줄의 매듭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 하나가 이야기의 층위를 그나마 가늠할 수 있는 카르멘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다른 하나는 음악가들이 베토벤 현악 4중주곡을 연주하는 장면들인데, 사실 연주장소가 어디인지 조차 알 수 없다. 게다가 베토벤의 음악은 거의 맥락 없이 몇 번이나 흘러나오다 끊어지는 것을 반복한다. 소리의 페이드인과 페이드아웃은 이미지와 불협화음을 만들고 오페라의 음악과 달리 이러한 음악은 극적인 상황과 필연적인 연결점이 없다. 인물과 그들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역할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은행 강도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음악의 진행과 강탈 시퀀스 간에는 기묘한 결합의 원리가 숨어있다(고다르는 배우의 연기지도를 하면서 언제나 ‘음악을 들으면 당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 것이다’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이 영화에는 다양한 소리들, 특히 타이프를 치는 소리, 인간의 몸이 사물에 부딪혀 발생하는 소리, 다양한 소음들이 음악 이상의 빈도로 영화에 출몰한다. ‘이것은 정당한 이미지가 아니다, 단지 이미지일 뿐이다’라 말하는 고다르에게 소리의 레벨에도 서열은 없고 중요한 취급을 받아야만 하는 중심 소리란 없다. 모든 소리는 이미지와 더불어 동등한 권리로 작품 내부에 삽입되어야만 한다. 게다가 이러한 소리들은 불협화음이나 변박자로 하모니와 리듬이 깨져 있는데, 그런 점에서 이미지와 소리의 배치의 중심은 비어 있다. 이는 영화의 제목이 상기시키듯이 ‘이름 이전에 무엇이 존재 하는가’라는 고다르의 질문과도 연결된다. 이름이 주어지기 전의 사물의 모습, 혹은 카르멘이라는 여성의 위대한 신화가 주어지기 전에 여자와 남자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를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의 마지막 대사는 장 지로두의 ‘일렉트라’에서 빌려온 말인데, 그건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워뮤직>(2004)에서 고다르가 했던 말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빛으로 향해 그 빛으로 우리의 어둠을 비추는 것이다. 즉, 우리의 음악이다.(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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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시모닌의 원작소설이 처음 나온 것이 1953년의 일이니 자크 베케르가 <현금에 손대지 마라>를 영화화한 것을 꽤 재빠른 시도였다. 갈리마르의 ‘세리 누아르’에 실렸던 이 소설은 초판 20만부가 팔리는 인기를 얻었고 유명한 문학상인 되 마고 상(Prix des Deux Magots)을 수상했다. 은퇴를 앞둔 노년의 갱스터가 주인공들이다. 오랜 친구인 막스와 리톤은 마지막 노후를 편하게 보내려 공항에서 금괴를 강탈하는데, 계획과는 달리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우정을 너무 과신했던 탓이고, 금괴 강탈에 야심을 보인 눈치 빠른 신흥 갱 안젤로의 도전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베케르가 이 소설에 관심을 보였던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두 사내들의 우정과 배신의 이야기가 흥미를 끌었다. 게다가 은퇴를 앞둔 그들의 나이가 중요했다. 트뤼포의 찬사를 빌자면 이 영화는 쉰을 넘긴 사내들의 우정의 이야기다. 시모닌과 자크 베케르는 쉰을 앞두고 있었고, 주인공인 막스역의 장 가뱅이나 리톤 역의 르네 다리는 이제 막 쉰을 넘긴 나이였다. 나이를 먹는 것은 그들 각자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사내들의 우정이라 말했지만, 막스와 리톤의 관계는 과장된 정념보다는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들과 제스처들의 느슨한 연결로 묘사된다. 금괴의 강탈, 갱들 간에 벌어지는 폭력적 행동과 결과보다는 그들의 행위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위험에 처한 리톤이 막스의 아파트에 머무는 장면은 거의 10여 분간 지속되는데, 여기서 우리가 발견하는 놀라운 순간들이란 고작 그들이 포도주를 따서 잔에 따르고 빵에 치즈를 발라 먹거나 잠에 들기 위해 침대보를 정리하고 양치질을 하고 파자마를 갈아입는 장면들이다. 죽음의 리듬에 가까운 이 순간들은 참으로 아름답고 숭고할 지경이다. ‘곤충학자’처럼 인물의 행위와 제스처, 디테일에 편집광적인 집착을 보였던 베케르의 진면모가 이런 느슨한 장면들에서 엿보인다. ‘황혼의 프렌치 누아르’라 부르고 싶은 동시대 장 피에르 멜빌의 <도박꾼 밥>(1956)과 줄스 다신의 <리피피>(1955)와 미적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자크 베케르는 전후 프랑스 영화에서 가장 대중적인 장르였던 프렌치 누아르(폴라)의 개척자였다. 1940년대 아메리칸 시네마에 명명된 ‘필름 누아르’란 프랑스식 표현은 정작 미국에서는 50년대를 거치면서 소멸하기 시작하는데, 새롭게 베케르의 손을 거쳐 프랑스에서 생명력을 얻었다. <현금에 손대지 마라>는 미국식 필름 누아르를 차용하면서도 프랑스적 기원의 독특성을 체현한 작품이다. 장 가뱅이 연기한 막스는 1950년대 프랑스가 처한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는 낡은 세계와 새로운 세계, 전전과 전후 프랑스, 전후 프랑스와 미국의 격돌의 지대에서 고뇌한다. 그가 신흥 갱스터인 안젤로(이후 멜빌의 영화에서 두각을 보인 리노 벤투라가 이 영화로 처음 데뷔했다)와 다툼을 벌이는 것에서 팍스 아메리카로 대변되는 세계질서에의 프랑스식 저항의 흔적이 느껴진다. 장 가뱅은 레지스탕스의 적임자였다. 라스트에서 그가 보여준 몸짓은 친구를 떠나보내고 과거와 작별하는 숭고하고도 엄숙한 의례이다.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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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하틀리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나?

이상한 일이지만 할 하틀리는 미국영화에 대한 최근의 논의에서 언제나 배제되어 있었다. 토드 헤인즈, 거스 반 산트의 신작이 여전히 극장의 스크린을 장식하고 있는 것에 비하자면 하틀리의 영화는 극장에서건 영화제에서건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90년대 '문화학교서울'과 같은 비디오테크에서 미국 인디영화를 소개할 때마다 그가 관객들로부터 언제나 거대한 환대를 받았던 것을 감안하자면 근래의 그의 영화에 대한 무관심은 지나칠 정도라 여겨진다. 물론 그때도 하틀리의 영화가 극장에서 필름으로 공개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2005년에 공개된 <걸 프롬 먼데이>가 한국의 국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었던 비교적 그의 최근작이었다. 미국 평론가인 조나단 로젠봄이 왕가위의 바그너적인 <2046>과 비교하면서(두 편 모두 미래사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를 그해 최고의 ‘베스트10’에 뽑으며 비평가들이 놓친 걸작이라 평가한 바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비평가들은 그의 최근작들에 거의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걸 프롬 먼데이>가 소개될 즈음에 ‘뉴욕 매거진’의 한 평자가 ‘도대체 할 하틀리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라는 표제의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이 제목은 그의 최근 영화들에 대한 대중적 무관심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90년대 초에 혜성처럼 등장해 저예산에 자신의 고향인 롱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할 하틀리는 지극히 창조적인 영화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늘 ‘도대체 내가 만든 영화를 어떤 사람들이 볼까? 예술을 좋아하는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며 의아해했다. 실제로 90년대 후반을 거치면서 그의 영화는 관객을 떠났고 또 관객들 또한 그의 영화를 외면했다. 그와 동시대에 영화를 만들었던 미국의 인디 감독들이 유명 스타를 기용해 고예산의 영화를 만드는 변신을 거듭한 것과 비교하자면 그의 행보는 낯설기만 하다.

<걸 프롬 먼데이>는 새로운 관객을 만나고자 했던 하틀리의 새로운 전략의 영화였다. 트리플 M이라는 조직이 주도한 소비자 혁명으로 극단적인 인간의 상품화가 도래한 어느 미래사회에서 상품의 가치는 소비자의 구매력에 의해 평가되고 심지어 섹스조차 성에 대한 구매력을 갖지 못하면 진행될 수 없는 처참한 상황에 이른다. 트리플 M의 고위 간부로 일하는 잭은 이런 소비사회에 환멸을 느끼는데 어느 날 ‘먼데이’라는 낯선 행성에서 미모의 외계인 여인이 그를 방문한다. 이 황당무계한 이야기에 대해 하틀리는 ‘가짜 SF’라고 말했다. 소비사회의 고립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판타지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틀리는 그가 추종했던 유럽 영화감독들, 특히 장 뤽 고다르의 <알파빌>과 프랑수아 트뤼포의 <화씨 451>, 혹은 니콜라스 뢰그의 <지구에 떨어진 남자>에 대한 영화적 비평처럼 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소비자의 독재 체제에 대한 그의 비판을 보고 있으면 조나단 로젠봄의 해석처럼 이 영화가 <알파빌>이라기보다는 ‘코카콜라 세대’에 관한 사회문화 비평을 시도한 고다르의 <남성, 여성>에 더 근접한 영화라는 점을 느끼게 된다. SF 스릴러의 외양을 취하고는 있지만 영화가 다루는 주된 문제들은 현실세계에 대한 시적 풍자인 것이다. 모든 이들의 손목에는 물건처럼 바코드가 새겨져 있고 두 사람이 섹스를 하기 위해서도 서로 투자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해야만 한다. 소비사회에 대한 지극히 철학적인 질문들, 이는 하틀리의 영화를 특징짓는 것이기도 했다.

젊다는 것이 부끄럽다
 

한때 90년대는 할 하틀리의 시대처럼 보였다. 1959년생인 하틀리는 미국 인디영화의 새로운 부활을 알리는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받았는데, 이를테면 75만 불의 저예산으로 만든 장편 데뷔작인 <믿을 수 없는 진실>(1988)은 스티븐 소더버그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1989)와 더불어 저예산 인디영화 제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일깨웠다. 미국과 유럽의 예술영화관에서 하틀리는 당시 꽤 인기를 끌었던 작가였다.

하틀리의 중요성은 그가 미국 인디영화의 선행자들이 남긴 영화적 유산, 가령 존 카사베츠에서 존 세일즈까지, 혹은 80년대 스파이크 리와 짐 자무시 등이 보여준 독립제작의 유산을 이어가면서 새롭게 이후의 세대에게 영감을 던져준 매개자였다는 점에 있다. 리차드 링클레이터와 케빈 스미스의 수다스런 영화들(하틀리는 저예산에서 유일하게 풍요롭게 쓸 수 있는 것이 시적이고 유머러스한 대사라 여긴 듯하다)에서 하틀리의 영향력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틀리는 동시대적으로 쿠엔틴 타란티노처럼 할리우드 제국에서 서서히 자신의 영화적 영향력을 행사한 그런 재주꾼은 아니었다. 또한 스티븐 소더버그나 로드리게즈처럼 저예산으로 엄청난 흥행을 이뤄낸 그런 재주꾼 또한 아니었다.(적은 비용으로 높은 흥행수입을 올리는 것이 독립영화의 미덕처럼 선전될 때 인용될 수 있는 그런 재능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쩐지 그의 이미지는 <바보 헨리>의 주인공 헨리와 닮아 보인다. 예술가에게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재능의 실현이 아니라 그러한 재능이 발견되고 기대되는 환경과 조건이다. 언젠가 오슨 웰스는 미국이 언제나 젊은이들을 발굴하면서 그들을 착취한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하틀리는 그런 환경과 조건을 감수하면서 완고할 만큼 자신의 세계를 지극히 한계적인 조건에서 미니멀한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했다.

시나리오 작가로, 감독으로, 편집자로, 그리고 영화음악의 작곡가로 할 하틀리는 데뷔작 <믿을 수 없는 진실>에서부터 <트러스트>(1990), 그리고 <심플맨>(1992)으로 이어지는 초기의 ‘롱아일랜드 3부작’에서 자신의 영화적 세계를 일찌감치 보여주었다. 그의 영화는 유럽적인 미니멀리즘의 미학에 근거하는데, 이는 그의 독특한 스타일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예산의 제약에서 나온 것이다. 대담한 컬러의 활용, 이미지와 사운드의 독특한 병치, 그리고 주변의 세계에 대단히 민감한 인물들(이들 대부분은 여성들이다)은 사회적으로 닫힌 관계성에서 가족과 사랑, 신뢰와 믿음의 문제를 반성한다.

그런 인물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지극히 일상적이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화면과 대화로 일관되기에 다소 유머러스하다. 특히나 그의 영화를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풍부한 대사들이다. 하틀리는 인물들의 대사로 가장 정서적이면서 충격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지극히 비자연적이라 느낄 만큼 하틀리의 인물들이 읊조리는 대사들은 시적이고 극렬한 아포리즘들로 가득하다. 긴 화면의 지속시간동안 무표정한 인물들이 말하는 아포리즘은 인물들 간의 거리, 한계적인 사회적 위치, 가족 관계에서 그들이 겪는 고충을 표현한다.

<트러스트>를 한 예로 들고 싶다. 영화 속 주인공 마리아는 비행청소년으로 학교에서 퇴학처분이 내려지고 부모 몰래 임신한 상태다. 그녀는 집을 뛰쳐나가려 하는데 아버지는 “너 같은 창녀를 집에 둘 수 없다”며 흥분하다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리아는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고등학교 중퇴에 임신까지 한 너랑 결혼할 것 같아? 하루 종일 TV 앞에 앉아 지내다 보면 네가 21살 때는 어떻게 보일지 생각해봤어? 내가 그런 걸 바랄 것 같아? 난 그런 거 싫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멋진 축구선수가 되는 거야”라는 야멸친 소리를 듣게 된다.

어찌할 바를 몰라 방황하는 마리아는 임신중절을 결심하고, 거리를 헤매다 부친과 불화를 겪는 한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이들의 사랑과 신뢰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그녀는 밤에 혼자 노트를 펼치고 거기에 ‘나는 부끄럽다. 철없는 게 부끄럽다. 어리석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조용히 적어나간다. 사랑에 의심을 품게 된 인물들이 사랑이 깨져도 신뢰를 얻게 되는 이야기는 삶에 대한 성찰뿐만 아니라 아주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1993년 작인 <아마추어>는 초기의 경향에서 그가 새롭게 변모하는 계기를 마련한 작품으로, 고독하고 질병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절망적인 탈주를 감행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의 영화를 두고 ‘연기의 놀라움, 복잡성과 모호성을 보여주는 특별한 방식, 시적이고 미학적인 유럽적 의미의 진정한 작가’라 격찬한 이자벨 위페르의 출연으로 이 영화는 대중적인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흥미를 느끼는 작품은 <바보 헨리>(1997)다. 이 영화로 하틀리는 창조적인 인간이 느끼는 곤경을 영화를 통해 자세하게 열거하며 지극히 낭만적인 예술적 작가성의 탈구축을 시도한다.

이야기는 쓰레기 수집원인 사이먼과 역사적 대작을 쓰겠다고 호기를 부리는 작가 헨리, 이 두 사람을 축으로 전개된다. 헨리는 어느 날 친구 사이먼이 정작 자신보다 더 뛰어난 문학적 재능이 있음을 깨닫고는 절망하는데, 사이먼은 이후 승승장구 노벨문학상을 거머쥐는 작가로 탈바꿈한다. 아주 사소한 계기로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꽃피운 인물과 언제나 창조적 열망을 품고 있지만 정작 그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는 인물을 대비시키면서 하틀리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예술가가 인정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성찰한다. 되돌아보면 이 작품은 90년대 할 하틀리의 작가로서의 자화상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는 재능을 어느 정도 인정받은 작가였지만 그렇다고 다른 동시대의 인디영화 감독들처럼 영화산업에서 탁월한 영향력을 얻게 된 그런 작가는 아니었던 것이다.

진실한 픽션에서 가능한 영화로
 

90년대 인디영화의 기린아였던 하틀리의 21세기의 위치는 세기말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인생전서>(1999)에서 엿볼 수 있다. 세기말을 배경으로 ‘요한계시록’에 근거해 그리스도와 막달라 마리아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새로운 밀레니엄에 세계가 멸망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을 다룬다. 종말의 열쇠를 쥔 자는 물론 예수와 사탄이다. 예수는 인간의 영혼을 구제하기 위해 사탄과 대결을 벌이지만 인류를 구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다.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영상, 강렬한 음악, 시공을 넘나든 운명이 마치 스파이 스릴러 장르 영화처럼 전개되고 화려한 컬러의 섬광들이 관객들을 반수면의 상태로 이끈다. 그러나 이 영화의 특별함이 예언과 종말의 신학적 테마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하틀리의 새로운 영화적 전략, 즉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강요하는 ‘흥행에의 부담’에서 벗어나 지극히 한계적이지만 새로운 영화를 창조하려는 그의 독자적인 시도를 읽어가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는 디지털로 영화를 만들면서 자신이 찍고 싶어 했던 주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스탭들을 7~8명 정도 제한적으로 두고 모두에게 권한이 있는 독립적인 시스템으로 영화를 만드는 그만의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다.

최근작인 <걸 프롬 먼데이>는 이런 하틀리의 새로운 전략의 보다 분명한 표현이다. 각본, 감독, 제작을 함께 했던 하틀리는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이 영화를 선보인 후에 극장에서의 단기간 상영을 마치고, 이어 스스로 시작한 영화배급사의 웹사이트를 통해 DVD를 판매하는 전략을 시도했다. 이러한 (이렇게 말해도 된다면)생존전략은 불가피한 것이자 그만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기획이기도 하다.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하틀리는 이 영화를 촬영하기 전에 배급사에 자신의 구상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에게 되돌아온 말은 “우리도 이 영화가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저히 책임질 수는 없다. 미국에서 아마 6만 명 정도가 돈을 지불해 영화관을 찾겠지만 이 영화의 필름을 인화해 선전하는 것만으로도 그 100배의 비용이 들 것이다”라는 거절이었다고 한다.(사실 이런 일은 먼 미국의 일이 아니라 우리 영화계의 냉혹한 현실이기도 하다)

하틀리는 그러나 그런 거절의 말을 반대로 “그래, 6만 명이 각각 7달러를 지불해 이 영화를 본다면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며 그 수요에 맞춰 영화의 제작 자금과 배급을 진행하는 방법을 취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자금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에 몰두한다. 그는 인디영화 감독이 적은 예산으로 창조적인 작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궁리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여긴다. 무엇인가 부족한 예산에 변명을 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내 영화를 즐겨주고 돈을 내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면 기쁘겠지만 그 사람들에게 완전히 의지할 생각은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할 하틀리의 이런 시도를 보며 1994년 뉴욕을 방문했던 고다르와 그가 나눈 대화의 일부가 떠오른다. ‘고다르의 아들’이라 불리기도 했던 하틀리는 <아마추어>를 만들기 직전에 그와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고다르의 자화상>에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고다르와 적은 예산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해 짤막한 논의를 벌였다. 흥미로웠던 것은 그가 고다르와 영화의 배급과 관련해서 나눈 대화들이다.

하틀리는 컴퓨터와 전자통신을 이용해 영화를 작가가 직접 배급하는 것의 가능성에 대해 다소 낙관적인 견해를 내비쳤고 고다르는 이에 대해 “유럽에서 집과 아파트가 점점 작아지고 있어요. 집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그래서 점점 작아지는 스크린과 만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면 영화의 프로젝션이 사라지는 것이고,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그는 고다르에게 “나는 종종 영화로 무엇을 기대하는지가 불확실하다고 느낍니다. 점점 내가 만든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정작 무엇을 보고 있는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믿을 수 없는 진실들, 그리고 신뢰와 믿음의 문제, 그리고 영화의 가능성에 대한 모색. 하틀리의 문제의식이 여기에 있다.

하틀리는 그래도 자신의 낙관적인 생각을 그 이후로도 버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90년대에 그는 자신의 대부분의 영화를 ‘진실한 픽션 True Fiction’이란 이름의 영화사에서 만들었다. 21세기에 들어서서 그는 자신의 영화음악 CD, 영화 DVD를 판매했던 인터넷 회사와 파트너를 맺고 영화 제작에 들어섰다. 그의 새로운 영화제작사의 이름은 ‘가능한 영화들 Possible Films’이다. 90년대에 진실한 픽션을 추구했던 하틀리는 믿을 수 없는 진실들과 마주했지만 여전히 영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전’을 개최하면서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싶은 것이나 여전히 하틀리를 버리지 못하고 신뢰하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성욱: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할 하틀리 특별전'의 정보는 www.cinematheque.seoul.kr 를 참고하세요.
* 할 하틀리 특별전 상영작 목록

<트러스트 Trust>

1990 | 미국, 영국 | 107분 | 애드리언 셸릭, 마틴 도노반


폭력적이고 전제적인 홀아버지 밑에 사는 매튜는 전과 기록이 있고, 회사에서도 모니터를 집어 던질 만큼 사회부적응자다. 매튜는 철학책을 읽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아버지의 참전 기념품인 수류탄을 들고 사회에 불만을 토로하다 임신한 고등학생 마리아를 만난다. <트러스트>는 선댄스영화제 각본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수상하며 할 하틀리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심플맨 Simple Men>

1992 | 미국, 영국, 이탈리아 | 105분 | 로버트 존 버크, 빌 세이지


함께 은행을 털던 애인과 친구가 자신을 배신하자, 빌은 인간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다. 그의 동생 데니스는 과거 다저스 야구단의 명유격수로 이름을 떨쳤고, 60년대 미 국방성 폭탄테러를 가했던 무정부주의자인 아버지의 행방에만 관심이 있다. 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빌은 결국 동생과 함께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칸 경쟁부문에 출품되기도 했던 <심플맨>은 할 하틀리의 대표작이다.

<아마추어 Amateur>

1993 | 미국, 영국, 프랑스 | 105분 | 이자벨 위페르, 마틴 도노반


기억상실증에 걸린 포르노 사진작가이자 제작자였던 토마스는 포르노 소설을 쓰는 이자벨을 만난다. 파계 수녀인 이자벨은 토마스를 색정광으로 여기지만 33살에 아직 처녀인 그녀는 하루빨리 처녀성을 버리고 싶어 한다. 그런 둘은 무기 밀매 정보가 담긴 디스크 때문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결국은 경찰의 총을 맞는다. 할 하틀리의 별명인 ‘뉴욕 고다르’를 다시 한 번 입증한 작품.

<바람둥이 Flirt>

1995 | 미국, 독일, 일본 | 85분 | 빌 세이지, 파커 포시


뉴욕의 빌은 여자친구 에밀리와 문제가 있다. 베를린에 사는 드와이트는 나이 든 독일 미술상 요한과 함께 산다. 한편, 도쿄에 사는 겸손한 댄스 교실 학생 미호는 존경하던 교사 오즈에게 기습 키스를 당한다. 세 도시에서 일어나는 3개의 이야기. 3가지 사랑을 표현한 할 하틀리의 <바람둥이>는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한 그의 작품세계에 새로운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바보 헨리 Henry Fool>

1997 | 미국 | 137분 | 토마스 제이 라이언, 파커 포시


조용한 사이먼은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와 과잉 성욕을 지닌 누이와 함께 사는 쓰레기 수거원이다. 어느 날, 그들 아파트 지하에 새 거주자가 생긴다. 담배와 폭음을 일삼으며 매일매일 시끄럽게 사는 바보 헨리다. 아무도 그가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그의 출현은 모든 것을 바꿔놓는다.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바보 헨리>는 할 하틀리의 새로운 관심사를 보여준다.

<인생전서 The Book of Life>

1998 | 미국, 프랑스 | 63분 | 마틴 도노반, P.J 하비


1999년 12월 31일, 케네디 공항에 한 쌍의 남녀가 나타난다. 맨해튼으로 향하는 이들의 정체는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 이들은 혼란하고 난잡해진 세상을 심판하러 이 땅을 다시 찾았다. <인생전서>는 프랑스 문화예술 채널 La Sept ARTE가 뉴밀레니엄을 기념하여 만든 ‘2000 Seen By…’ 시리즈 중 한 작품으로, 새천년을 맞는 불안을 빠른 영상과 격렬한 음악으로 표현한다.

<걸 프롬 먼데이 The Girl From Monday>

2005 | 미국 | 84분 | 빌 세이지, 사브리나 로이드


소비자 혁명을 일으킨 MMM이 미국을 장악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구매력에 의해서 판단된다. 섹스도 마찬가지. 섹스 역시 성 구매력이 있어야 한다. 주인공 잭은 MMM의 상층부에서 일하고 있지만 사실은 반혁명 조직을 이끄는 리더다. 일이 잘 풀리지 않던 어느 날, 잭 앞에 외계에서 온 여인이 나타난다. 디지 베타로 촬영된 할 하틀리의 비교적 근작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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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세르지오 레오네가 있었다


비평적 거리를 확보하기 힘든 영화들이 있다. 이를테면 프랑수아 트뤼포가 히치콕과 인터뷰를 하면서 “<숙녀 사라지다>는 제가 일주일에 두 번씩 보기도 했죠. 영화를 볼 때마다 세세한 장면들이 어떤지, 카메라의 움직임을 어떻게 하는지 등을 자세히 봐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이게 막상 영화가 시작하면 등장인물과 스토리에 빠져버려 아직까지도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을 모르겠네요”라고 고백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로서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중후기 작품들(특히 1967년 이후에 만든 세 편의 영화)인 <옛날 옛적 서부에서>(이하 <서부에서>)와 <석양의 갱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이하 <아메리카>)가 그런 영화들이다. 레오네의 영화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열렬한 팬으로서 어떻게 그의 영화에 도취되었는지를 슬며시 고백하는 것과 같다. 나는 그의 위대한 영화가 장 피에르 멜빌과 마찬가지로 내가 태어나던 즈음에 만들어졌다는 것에 감사한다. 개인의 삶은 그렇지 않겠지만 영화적 삶이 그들의 영화와 더불어 시작됐다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믿어버리고 싶은 것이다.

<아메리카>의 복원판이 국내에서 DVD로 출시되던 즈음에 흥분을 참지 못하고 '필름2.0'에 썼던 글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나는 이 영화를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1985년 겨울 신정 특선프로로 명보극장에서 처음 접했다. 텔레비전으로 <황야의 무법자>를 봤던 것에 잔뜩 기대를 하며 이제 성인이 됐다는 해방감에 친구들과 한껏 폼을 잡고 극장을 찾았는데, 영화는 내게 상처만을 안겨줬다. 4시간 분량의 영화가 두 시간으로 대폭 삭제된 탓에 영화를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아메리카>는 마치 상흔처럼 기억의 저편에 잠복해 있다가 종종 과거에서 온 망령처럼 불쑥 모리코네의 음악과 더불어 출몰하곤 한다. 터무니없는 망상이지만 여전히 시효를 다하지 못한 레오네의 영화를 기억의 무대가 아니라 시네마테크의 스크린에 소환하는 것이 하나의 임무라 여겼다. 이제 그 때가 도래했다. ‘옛날 옛적’이라는 마법의 주문을 걸어볼 참이다.

서부극의 극한을 실험한 위대한 매너리즘의 작가

세르지오 레오네의 비범함은 그가 유희적이면서 폭력적인 세계를 놀라운 스타일로, 그것도 장엄한 오페라처럼 역사와 인물을 스크린에 담아냈다는 점에 있다. 본인 스스로는 셰익스피어가 서부극을 쓴다는 심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고, 사람들은 비스콘티가 서부극을 만드는 느낌으로 서부극 오페라를 완성했다고 환호했다. 미국 서부극을 ‘신성모독’ 했다는 중상모략을 감내하면서 레오네는 미국의 신화와 장르의 코드를 뒤틀고 누벨바그리언들의 작업에도 결코 뒤지지 않을 삐딱한 시선으로 영화적 비평을 이뤄냈다. 유럽 모던영화의 새로운 물결에 발을 담그면서도 고다르나 트뤼포의 장르 파괴의 한계를 넘어, 레오네는 그 누구도 쉽게 도달하지 못한 지극히 실험적인 작가가 어떻게 대중과 화해할 수 있는가의 성공 사례를 보여주었다. 세르주 다네의 표현을 빌자면 그는 에이젠슈테인, 찰리 채플린, 알프레드 히치콕과 같은 대중적 작가의 경지에 이른 마지막 인물이었다.

장 피에르 멜빌, 스즈키 세이준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바깥에서 할리우드 장르의 법칙과 형식의 고민을 극한까지 밀고 나간 위대한 매너리즘의 작가로서 레오네는 서부극에서 자신의 영화적 야심과 분방함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는 할리우드의 변방에서 서부극을 새롭게 창조하고, 변경하고, 완성하고,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자기 스스로 제의를 치렀다. 그는 뛰어난 영화사적 감식안을 지녔던 인물이다. 그는 미국 서부극의 위대한 작품을 만든 감독들이 대부분 유럽인들로, 가령 존 포드는 아일랜드인이었고 프레드 진네만은 오스트리아인, 와일러는 알사스인, 투르뇌르는 프랑스 사람이었기에 그런 대열에 이탈리아인으로서 영화의 역사에 참여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여겼다.

고다르가 <사랑의 찬가>에서 남의 역사를 빌려 영화를 만드는 ‘빈곤한 미국’을 조롱하듯 레오네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전 세계의 역사나 문화에서 영화의 아이디어를 끌어오기에(그들은 이탈리아의 치네치타에서 <벤허>를 찍었다!) 미국영화를 미국인들에게만 떠넘기는 것이 어불성설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유럽인이 미국의 역사를 기술하거나 그 역사를 표상하는 일에 관여하는 것은 간섭이 아니라 영화사적으로 보자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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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대한 동경과 환멸을 영화에 담아내면서 레오네는 미국인들이 영화로 서구(West)를 역사화한 것에 대응해 서부(Western)를 역사화하는 시도를 감행했다. 레오네의 이런 분방한 사고는 이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지극히 온당한 것이다. 미국이 단지 일국가가 아니기에 그 바깥인 이탈리아에서 미국영화를 ‘성립’시키려는 야심을 표출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레오네는 미국영화와 그것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력을 대차대조표로 꼼꼼히 살펴보고 하등의 불공정함이 없다는 듯이 서부극을 이탈리아에서 완성한다.

이는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서 세계영화사를 공정하게 성립시킨 경이적인 사건이라 할 만하다. 미국영화계가 에른스트 루비치, 무르나우, 자크 투르뇌르, 에드가 울머, 알프레드 히치콕, 프리츠 랑과 같은 감독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면 마찬가지로 그들은 세르지오 레오네에게도 경의를 표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는 60~70년대 미국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에 활력을 불어넣어준 장본인이기도 했다. 유혈 낭자한 서부극을 만드는 것에 잠시 주저했던 샘 페킨파는 레오네의 영화를 본 후에 <와일드 번치>(1969)를 만들 자신감을 얻었고 이에 감사를 잊지 않았다. 여담이지만 영화에서 빚진 것을 정당하게 표현해야만 영화의 역사가 제대로 성립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레오네가 서부극에 뛰어든 1960년대는 미국이 베트남전쟁으로 곤욕을 치르던 시기였다. 레오네의 서부극은 샘 페킨파의 시도 이전에 미국의 제국주의적인 폭력과 잔혹성을 고스란히 영화로 되돌려준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그는 존 포드 말년의 서부극들, 특히 <수색자>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샤이안의 가을>과 같은 작품에서 ‘이탈리아 웨스턴’의 영감을 과감히 끌어왔다.(물론 구로사와 아키라의 <요짐보>에서 ‘달러 3부작’의 첫 아이디어를 얻었던 것을 인정하고 넘어갈 일이다.) 그래서 1964년에 그가 선보인 <황야의 무법자>를 우리는 서부의 진정한 서사시를 만들어낼 심산으로 존 포드를 비롯한 저명한 감독이 제임스 스튜어트, 그레고리 펙, 존 웨인과 같은 서부극의 스타를 출연시켜 야심차게 만들었던, 하지만 실패로 끝난 <서부개척사>(1962)의 운명과 비교해야만 한다. 서부극의 영혼이 미국에서 몰락하고 있을 때 그것에 새로운 몸을 부여하고 최종적으로는 장엄한 장례를 치른 것은 정작 존 포드나 안소니만이 아니라 세르지오 레오네였던 것이다.

장엄한 오페라 서부극

레오네의 서부극은 장엄하지만 유희적이고 시니컬하다. 신사다운 영웅들이나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보안관은 그의 작품에서 얼굴을 내밀지 못한다. 그는 ‘계몽주의적 서부극’에 오줌을 갈기거나 침을 뱉었다. 지린 냄새가 나거나 오물이 몸에 묻은 것 같은, 청결함과는 거리가 먼 지저분하고 땀과 먼지투성이의 인물을 영화에 등장시켰다. 가령 <서부에서>의 한 장면에서 살인청부업자로 분한 헨리 폰다는 몰살한 가족들 틈에서 생존한 아이를 발견하고는 푸른 눈을 번뜩이며 잠시 고심하다 침을 뱉는다.

극단적인 얼굴의 클로즈업이 제공하는 친밀한 거리 때문에 그가 뱉은 침은 마치 영화를 보는 관객들(혹은 카메라나 스크린)에 튀는 불결한 느낌을 갖게 한다. 불결함은 도덕과 윤리에도 묻어나는데, 그의 서부극에서 법과 질서의 정비는 불충분하고 돈에 눈이 먼 도적과 살인청부업자는 땀을 삐질 흘리면서 메마른 황무지를 떠돈다. 무법자들은 잔혹한 폭력과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무시한다. 레오네에게 이러한 세계는 환상의 기초가 되는 현실이었다. 그는 역사적 사실, 생활양식이나 의상, 무기의 선정에 지극히 세심한 관심을 보였는데 사실에 근거하는 것이 판타지의 근원이라 여겼던 탓이다. 세심한 현실 인식은 종전의 할리우드 서부극에 결핍되어 있었던 것이다.

레오네는 서부를 무대로 역사의 현실에 근거한 우화를 만드는 작업을 동시대 고다르나 파솔리니가 했던 것 이상으로 ‘달러 3부작’에서 완수했다. 레오네의 우화작업은 고다르가 <주말>과 <동풍>에서, 파솔리니가 <매화 참새>에서 시도한 것을 웃도는 영화사적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영화가 ‘어른들을 위한 우화, 성인들을 위한 옛날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고 이러한 우화가 지극히 ‘비판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레오네의 서부극은 존 포드보다는 하워드 혹스의 영화처럼 유희적이다. 먼저 영화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즐기는 시간이 있어야만 한다. 이어 눈을 뜨는 각성의 시간이 다가온다. 그래야만 어른을 위한 우화, 성인을 위한 옛날이야기가 성립될 수 있다고 레오네는 믿었다. 깨어난 시선이 제공하는 비판적 거리는 영화의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구분 짓는다. 유희는 각성된 현실을 목표로 할 때에만 실로 진지해질 수 있는 것이다.

‘달러 3부작’보다는 <서부에서>가 그런 ‘비판적 영화’의 최종적인 완성에 가깝다. 원래 <석양의 무법자>로 ‘달러 3부작’을 마감한 레오네는 1967년부터 ‘옛날 옛적’의 미국 역사 대작을 찍는 것에 열중했다고 한다. 그중의 하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리메이크하는 기획이었다. 할리우드 제작사는 그의 제안을 묵살했고 대신 은근슬쩍 서부극을 ‘한 편 더’ 만드는 제안을 내밀었다. 망설이던 레오네가 ‘다시 한 번’ 서부극을 만들기로 결심을 굳힌 것은 헨리 폰다와 찰슨 브론슨을 영화에 주역으로 캐스팅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레오네는 원래 <황야의 무법자>의 주인공으로 헨리 폰다를 캐스팅하려 했었다. 비싼 출연료 때문에 기획이 좌절되면서 대신 찰슨 브론슨을 염두에 뒀는데, 이 또한 실패로 끝나면서 결국 당시 덜 유명했고 출연료가 쌌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의 ‘달러 3부작’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는 행운을 얻게 됐다. 그런 점에서 헨리 폰다와 찰슨 브론슨을 기용한 서부극은 정확하게 그의 서부극의 시작으로 되돌아가 그것을 완결하는 기획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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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에서>는 개척기의 서부를 무대로 철도 부설 예정지인 토지를 가진 미망인 질(클라우디아 카드리날레), 그녀를 죽이려 철도회사에서 고용한 살인청부업자 프랭크(헨리 폰다), 살인청부업자에게 과거의 복수를 감행하고 결과적으로 그녀를 지키려는 하모니카 사내(찰슨 브론슨),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샤이안(제이슨 로바즈)이 벌이는 드라마가 주된 영화다. 그러나 ‘일찍이 서부가 있었다’라는 이탈리아 원제는, 일찍이 존재했던(지금은 사라진) 서부의 대지와 개척기의 불온한 공기, 그리고 비정하게 사라진 무뢰한들의 시대가 진정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임을 일깨운다. 영화의 라스트는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철도가 개설되는 가운데 헨리 폰다와의 결투를 끝낸 찰슨 브론슨은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미망인이 “언제 이곳에 다시 돌아올거죠?”라고 묻자 “언젠가”라고 나직이 말하고는 그 주름진 얼굴을 돌려 서부 저편으로 말을 타고 떠난다. 미망인을 응시하는 깊고도 슬픈 찰슨 브론슨의 눈은 헨리 폰다의 푸른 눈만큼이나 잊기 힘들다. 이어 샤이안과 하모니카 사내의 우정과 인의의 교환이 뒤를 따른다. 총에 맞아 죽어가는 샤이안은 하모니카 사내에게 “가게나, 내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이기 싫다네”라 말한다. 하모니카 사내는 고개를 돌리고, 샤이안은 쓰러지고, 카메라는 하모니카 사내의 머리 위를 넘어 크레인 숏으로 마을에 기차가 들어와 바쁘게 마을을 건설하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런 가운데 화면에 내내 보이지 않던 ‘옛날 옛적 서부에서’라는 제목이 빙그르 회전을 하며 잠시 나타났다 사라진다. 이것이 서부극에 바치는 레오네의 진정한 레퀴엠이다. 이 영화에 대해 시나리오에 참여한 베르톨루치는 “비스콘티가 서부극을 찍었다면 아마도 이와 같은 작품이 됐을 것이다”라고 표현했는데 이건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잃어버린 시대에의 애도

감독으로서의 위치에 대한 질문에 레오네는 종종 자신이 이탈리아식 인형극의 조종사와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서부를 무대로 대지, 열차, 건물, 가구나 소지품, 복장, 그리고 총을 배치하고는 거기에 자신의 인형인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름을 부여하며 인형처럼 춤을 추게 했다. 그런데 그 춤은 진혼굿에 가깝다. 이미 사라진 것들, 머물 곳이 없는 떠돌고 방황하는 영혼을 불러내어 제의를 치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웨스턴이나 갱스터와 같은 미국식 장르는 본질적으로 죽음을 다시 불러들이는 장소이기도 했다.

종종 그의 영화의 특징을 과장된 수사, 그래픽한 장엄한 폭력, 결투의 연극적인 제의로 평가하는데 사실 레오네의 진정한 특징은 가장 강렬하면서도 터무니없는 플래시백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유령 이야기 같은 레오네 영화의 중심적인 모티프는 인물들을 과거에 묻힌 상흔의 기억으로, 손실을 반영하는 이미지로 이끌어가는 것에 있다. <석양의 갱들>의 실패한 혁명의 멜랑콜리한 기억을 거쳐(이 영화는 필히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로, 레오네의 영화에서 가장 저평가됐지만 필히 재평가해야만 하는 걸작이다) 최종적으로 레오네는 그의 유작 <아메리카>에서 판타지와 현실, 현재와 과거, 삶과 죽음이 뒤죽박죽 뒤섞인 가장 거대한 환영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파시즘을 견디며 성장해야만 했던 레오네는 레지스탕스의 아픈 기억을 지녔던 멜빌처럼 공식적인 역사의 진실에 의문을 표하면서 너무 많은 약속들과 꿈이 파멸하고 사라진 것에 애도를 표했다. 피카레스크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 그로테스크에 대한 그의 독특한 취향, 유희적인 것에 대한 선호가 여기서 나왔다. 슬픈 현실에 눈물을 보이는 것보다는 웃는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석양의 갱들>에서 로드 스타이거와 제임스 코번이 보여주는, 혹은 <아메리카>의 마지막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관객을 당황케 하는 웃음이다. 그는 60~70년대의 혼란스런 혁명의 시기를 파괴적인 스타일로 영화에 강렬하게 담아낸 거장이었다. 레오네의 영화에 한국의 올드팬들은 한동안 열광했었지만 사실 그의 영화가 무엇이었는가를 제대로 관찰할 기회를 얻지는 못했었다. 무엇보다 그의 영화가 온전하게 제대로 상영되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레오네의 영화를 다시 상영하는 것은 영화 부활의 조건을 협상하고 죽음에서 되돌아오는 주문을 거는 것이다. 마법의 주문으로 영화의 귀환을 반겨보고 싶다. 옛날 옛적, 세르지오 레오네가 있었다!  (김성욱)

신고

2006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시네바캉스 서울’은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운영하는 서울 유일의 비영리 시네마테크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여름 영화축제입니다.

‘시네바캉스 서울’은 고전영화와 함께 떠나는 즐거운 여름휴가로, 과거에 영화를 접했지만 이제는 영화관을 찾지 않는 중장년층 관객들, 고전 영화를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었던 젊은 관객들, 그리고 함께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가족 관객 등 서울 시민들이 자유롭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영화제입니다.

‘2008 시네바캉스 서울’ 프로그램으로는, 이탈리아 웨스턴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의 대표작 <황야의 무법자>(1961), <석양의 건맨>(1965), <석양의 무법자>(1966), <옛날 옛적 서부에서>(1968), <석양의 갱들>(1971),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 등을 모은 '세르지오 레오네 회고전', 90년대 미국독립영화의 기린아였으며 어느덧 21세기 세계영화의 거장이 된 할 하틀리의 대표작 <아마추어>(1993) 등을 모아 소개하는 '할 하틀리 특별전', 빌리 와일더의 <당신에게 오늘 밤을>(1963), 얼마 전 타계한 줄스 다신과 시드니 폴락의 <리피피>(1951)와 <야쿠자>(1975), 캐롤 리드의 <제3의 사나이>(1950), 니콜라스 뢰그의 <워커바웃>(1971) 등 언제 보아도 행복한 고전영화를 소개하는 ‘명화극장’ 등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또, '작가를 만나다 - 홍상수'등 매달 열리는 기획 프로그램은 물론,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화사적 가치를 국내외 영화인들이 풀어내는 '영화사 강좌 - 원스 어폰 어 타임, 세르지오 레오네' 등 특별 행사도 마련됩니다.

무더운 여름, ‘시네바캉스 서울’과 함께 도심에서 편안한 바캉스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no THE TITLE OF FILM DIRECTOR EXTRA INFO
개막작 Opening Film
00. 옛날 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세르지오 레오네 1968ㅣ165minㅣ이탈리아/미국ㅣColor
세르지오 레오네 회고전 (6편)
01.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 세르지오 레오네 1964ㅣ101minㅣ서독/스페인/이탈리아ㅣColor
02.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 세르지오 레오네 1965ㅣ130minㅣ이탈리아/스페인/서독/모나코 Color
03.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세르지오 레오네 1966ㅣ181minㅣ이탈리아/스페인ㅣColor
04. 옛날 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세르지오 레오네 1968ㅣ165minㅣ이탈리아/미국ㅣColor
05. 석양의 갱들 A Fistful of Dynamite 세르지오 레오네 1971ㅣ이탈리아ㅣ157minㅣColor
06.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세르지오 레오네 1984ㅣ227minㅣ이탈리아/미국ㅣColor
할 하틀리 특별전 (7편)
07. 트러스트 Trust 할 하틀리 1990ㅣ107minㅣ미국/영국ㅣColor
08. 심플맨 Simple Men 할 하틀리 1992ㅣ105minㅣ미국/영국/이탈리아ㅣColorㅣ16mm
09. 아마추어 Amateur 할 하틀리 1993ㅣ105minㅣ미국/영국/프랑스ㅣColor
10. 바람둥이 Flirt 할 하틀리 1944ㅣ100minㅣ BWㅣ미국
11. 바보 헨리 Henry Fool 할 하틀리 1997ㅣ137minㅣ미국ㅣColorㅣDigi-Beta
12. 인생전서 The Book of Life 할 하틀리 1998ㅣ63minㅣ미국/프랑스ㅣColor
13. 걸 프롬 먼데이 The Girl From Monday 할 하틀리 2005ㅣ84minㅣ미국ㅣB&W/Color
명화극장 (5편)
14. 제3의 사나이 The Third Man 캐롤 리드 1950ㅣ104minㅣ미국ㅣB&W
15. 리피피 Rififi 줄스 다신 1955ㅣ119minㅣ프랑스ㅣB&Wㅣ35mm
16. 당신에게 오늘 밤을 Irma La Douce 빌리 와일더 1963ㅣ142minㅣ미국ㅣColor
17. 워커바웃 Walkabout 니콜라스 뢰그 1971ㅣ100minㅣ오스트레일리아ㅣColor
18. 야쿠자 The Yakuza 시드니 폴락 1975ㅣ112minㅣ미국/일본 Color
작가를 만나다 - 홍상수 (3편)
19. 극장전 Tale of Cinema 홍상수 2005ㅣ89minㅣ한국/프랑스ㅣColor
20. 해변의 여인 Woman on the Beach 홍상수 2006ㅣ127minㅣ한국ㅣColor
21. 밤과 낮 Night and Day 홍상수 2008ㅣ144minㅣ한국ㅣColor
서울아트시네마 교육 프로그램 - 영화관 속 작은 학교
22. 별별 이야기2 - 여섯 빛깔 무지개 If You Were Me - Anima Vision 2 안동희 外 2007ㅣ95minㅣ한국ㅣColor
애니충격감독열전 - 장형윤 편 (5편) *공동주최 : 애니충격전 연합사무국
23. 어쩌면 나는 장님인지도 모른다 May be I am blind 장형윤 2002ㅣ한국ㅣ5minㅣ2D DVCam
24. Tea time 장형윤 2002ㅣ한국ㅣ4minㅣ2D DVCam
25. 편지 The letter 장형윤 2003ㅣ한국ㅣ10minㅣ2D DVCam
26. 아빠가 필요해 Woolf Daddy 장형윤 2005ㅣ한국ㅣ10minㅣ2D DVCam
27. 무림 일검의 사생활 A coffee vending machine and it's sword 장형윤 2007ㅣ한국ㅣ30minㅣ2D DVCam
영화 희망 나눔, 영화인 캠페인  
28. 멋진 그녀들 She Is 주현숙 2007ㅣ62minㅣ한국ㅣColor
서울아트시네마 일본영화걸작 정기 무료상영회 (2편)
29. 권총은 나의 패스포트 Colt is My Passport 노무라 타카시 1967ㅣ일본ㅣ84minㅣB&W
30. 모래의 여자 Woman in the Dunes 데시가와라 히로시 1964ㅣ일본ㅣ123minㅣB&W
금요단편극장 - 인디스토리 쇼케이스 (5편)
31. 느린 여름 Heavy 박찬옥 1998ㅣ한국ㅣ20minㅣColor
32. 비오는 날의 부침개 Happy Rainy Day 김경란 1998ㅣ한국ㅣ6minㅣColor
33. 샌드위치 Sandwich 유선동, 임우정 1998ㅣ한국ㅣ16minㅣB&W
34. 동시에 Simultaneity 김성숙 1998ㅣ한국ㅣ16minㅣColor
35. 체온 The Body Temperature 유상곤 1998ㅣ한국ㅣ8minㅣColor
 
S1/ S2/ S3/
07.11.fri - - 18:30
개막식

옛날 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65min
07.12.sat 13:30
해변의 여인
Woman on the Beach
127min
16:00
밤과 낮
Night and Day
144min
홍상수 GV
20:30
극장전
Tale of Cinema
89min
07.13.sun
13:00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229min
강좌-오승욱 : 세르지오 레오네와 웨스턴
19:00
옛날 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65min
07.14.Mon
-휴관
-
-
07.15.tue 13:00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81분
16:30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
130min
19:00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
101min
강좌-허문영
웨스턴의 무의식
07.16.wed 11:30
석양의 갱들
A Fistful of Dynamite
157min
14:40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229min
19:00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81min
07.17.thu 13:00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
101min
15:00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81min
18:30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
130min
강좌-김영진
웨스턴 영화의 매혹
07.18.fri 12:00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229min
16:30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
130min
19:00
상영 전 영화소개 (도나티)
석양의 갱들
A Fistful of Dynamite
157min
07.19.sat 12:30
옛날 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65min
16:00
강좌Lecture
로베르토 도나티-
세르지오 레오네와 노스탤지어
19:30
석양의 갱들
A Fistful of Dynamite
157min
07.20.sun 11:30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
101min
14:00
특별좌담Cine-Talk
(로베르토 도나티 외)
세르지오 레오네를 말한다
18:00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229min
07.21.Mon - - 일본영화걸작 정기 무료상영회
19:00 **
권총은 나의 패스포트
Colt is My Passport
84min
07.22.tue 14:00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
101min
16:30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
130min
19:00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81min
07.23.wed 13:30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
130min
16:00
석양의 갱들
A Fistful of Dynamite
157min
19:00
옛날 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65min
07.24.thu 12:30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81min
16:00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
101min
18:10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229min
07.25.fri 13:00
석양의 갱들
A Fistful of Dynamite
157min
16:00
옛날 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65min
20:00
금요단편극장
Indiestory Showcase
07.26.sat 11:30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
101min
14:00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229min
강좌- 김성욱
레오네의 아메리카
20:00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
130min
07.27.sun 12:00
석양의 갱들
A Fistful of Dynamite
157min
15:30
옛날 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65min
19:00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81min
07.28.Mon - - 19:00
영화 희망 나눔, 영화인 캠페인*
07.29.tue 15:00
바람둥이
Flirt
85min
17:30
바보 헨리
Henry Fool
137min
20:30
걸 프롬 먼데이
The Girl From Monday
84min
07.30.wed 15:00
트러스트
Trust
107min
17:30
인생전서
The Book of Life
63min
19:30
아마추어
Amateur
105min
특별 강연 (홍성남)
07.31.thu 15:30
심플맨
Simple Men
105min
18:00
바람둥이
Flirt
85min
20:00
바보 헨리
Henry Fool
137min
08.01.fri 16:00
인생전서
The Book of Life
63min
18:00
걸 프롬 먼데이
The Girl From Monday
84min
20:30
심플맨
Simple Men
105min
08.02.sat 14:00
아마추어
Amateur
105min
16:30
트러스트
Trust
107min
시네토크 (진원석, 김성욱)
20:30
바람둥이
Flirt
85min
08.03.sun 15:00
바보 헨리
Henry Fool
137min
18:00
심플맨
Simple Men
105min
20:30
걸 프롬 먼데이
The Girl From Monday
84min
08.04.Mon - - -
08.05.tue 16:00
아마추어
Amateur
105min
18:30
인생전서
The Book of Life
63min
20:30
트러스트
Trust
107min
08.06.wed 15:00
영화관 속 작은 학교
별별 이야기2 *
Education Program
18:30
트러스트
Trust
107min
21:00
인생전서
The Book of Life
63min
08.07.thu 15:00
바보 헨리
Henry Fool
137min
18:00
심플맨
Simple Men
105min
20:30
아마추어
Amateur
105min
08.08.fri
애니충격감독열전-장형윤
Animpact in Seoul Art Cinema - Hyung-yun Chang
08.09.sat
15:00
제3의 사나이
The Third Man
104min
17:30
리피피
Rififi
119min
20:00
당신에게 오늘 밤을
Irma La Douce
142min
08.10.sun 15:30
워커바웃
Walkabout
100min
18:00
야쿠자
The Yakuza
112min
20:30
제3의 사나이
The Third Man
104min
08.11.Mon - - 일본영화걸작 정기 무료상영회**
19:00
모래의 여자
Woman in the Dunes
123min
08.12.tue 15:30
야쿠자
The Yakuza
112min
18:00
리피피
Rififi
119min
20:30
워커바웃
Walkabout
100min
08.13.wed 15:00
당신에게 오늘 밤을
Irma La Douce
142min
18:00
제3의 사나이
The Third Man
104min
20:30
야쿠자
The Yakuza
112min
08.14.thu 15:00
워커바웃
Walkabout
100min
17:30
당신에게 오늘 밤을
Irma La Douce
142min
20:30
리피피
Rififi
119min
08.15.fri 15:00
당신에게 오늘 밤을
Irma La Douce
142min
18:00
야쿠자
The Yakuza
112min
20:30
제3의 사나이
The Third Man
104min
08.16.sat 13:30
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
101min
16:00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
130min
19:00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81min
08.17.sun 11:30
옛날 옛적 서부에서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65min
14:50
석양의 갱들
A Fistful of Dynamite
157min
18:00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229min

●모든 외국어 영화에는 한글 자막이 제공됩니다.
GV : 관객과의 대화
*'영화 희망 나눔, 영화인 캠페인'과 '영화관 속 작은 학교'는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가 가능합니다.
'영화관 속 작은 학교' 상영작 <별별이야기2>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과 함께 상영합니다.
**서울아트시네마 일본영화걸작 정기 무료상영회는 선착순으로 무료 입장하여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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