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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고다르 (11)
CINEMATHEQUE DE M. HULOT
한 편의 위대한 걸작을 시간을 들여 완성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가능한 많은 작품을 사회에 내보내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60년대 고다르의 특별함은 무언가를 완벽하게 만들기보다 가능한 많은 작품을 제작하려 했다는데에 있다. 는 그런 작업 속도에 대한 강박관념의 대표적 사례로, 고다르는 1964년 5월 들로 칸 영화제를 방문해 베니스 영화제 관계자로부터 같은 해 9월에 열릴 영화제에 선보일 작품 제작을 약속받고는 불과 4개월 만에 를 완성했다. 영화의 부제처럼, 이 작품은 한 편의 영화라기보다 1964년에 촬영된 필름의 단편 모음, 즉 일종의 사회적 콜라주다. 10월 8일(일), 영화 상영 후에 검열과 스캔들로 일종의 고다르 현상을 불러온 이 작품의 배경과 사회적 단편의 고다르식 콜라주 방법론, 그리고 반..
4월에 이어 연속강좌의 성격으로 고다르의 영화를 살펴보는 두 번째 강좌를 마포의 작은 공간 ‘아틀리에 아세프’에서 시작한다. 지난 강좌에서는 현대 생활의 작가로서 60년대 고다르의 질문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전투적 정치 참여 이후 역사에의 접근을 시도한 후기 고다르의 질문을 다룰 것이다. 80년대 이후 고다르에게 영화는 비판적 도구이자 현실의 분해를 관찰할 수 있는 실험실, 변화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현장이 된다. 고다르는 정치적 기획의 실패 이후 이미지와 음향 기계의 완전한 통제를 겨냥한 독립적 실천을 시도한다. 자율적이고 정교한 실험실을 구축한 고다르 후기 작업에서 주목하는 것은 영화의 위기를 말하는 지금 더 현실화된 시기적절한 질문들이다. 즉, 영화와 그 너머로 열려 있는 영화의 가능성의 확장, ..
4월부터 고다르의 영화에 대해 네 번에 걸쳐 강의를 진행한다. 주로 60년대 고다르 작품들을 중심으로 하지만, 작품 분석만이 아닌 고다르의 질문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려 한다. 이러한 질문은 후기 고다르 영화에서 보다 분명한 것들도 있어서 시기와는 무관하게 영화적 질문의 방식으로 고다르의 60년대 작품을 다루게 될 것이다. 어쩌면 각 시대별로 연속 기획처럼 진행될 수도 있을 강좌의 첫 번째다. 고다르는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 이동하면서 영화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매번 변화시켰고, 그렇게 끊임없이 변하면서 동일성을 유지했다. *작고 아담한 아틀리에서의 강좌라서 이미 수강가능한 좌석은 현재 1좌석이 남아 있다고 한다. 강좌| 현대 생활의 작가-60년대 고다르의 질문들 고다르는 한 명의 위대한 작가가 아니라 영..
영화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게 하지만, 이는 텔레비전이 보여주는 것과는 다른, 차라리 아직 볼 수 없는, 때론 일어나지 않는 것을 이미 보여준다는 점에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것들이다. 가령, 지난 10년의 크루즈호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2010년, 고다르는 에서 지중해를 항해하는 크루즈호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를 배경으로 유럽의 정치적 이상의 파국을 지난 세기에 사라진(것으로 말해지는) 두 가지 것들, 필름Film과 소셜리즘을 결합해 그려냈다. 2012년, 고다르가 촬영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는 이탈리아 질리오 섬의 해안에서 세계의 시청자들이 텔레비전 중계로 지켜 보는 가운데 침몰한다. 2018년, 폴 그리바스는 고다르의 의 메이킹 장면과 콩코르디아호 침몰 사건을 텔레비전으로 중계한..
테니스 애호가였던 세르주 다네는 자신이 서브보다는 되받아치기(리턴)에 능숙한 비평가라 말했다. 고다르가 지적했듯이 테니스 경기의 서브와 리시브는 숏/리버스 숏의 영화의 원리와 닮았다. 요점은 교환에 있다. 교환 없는 영화란 없다. 영화 촬영 또한 대상, 사물에 이미지를 되돌려주는 행위라는 점에서 교환이 발생한다. 교환이 성립하려면 영화(혹은 이미지)가 테니스 경기처럼 둘 사이의 단절의 공허를 통과해야만 한다. 임흥순과 모모세 아야의 가 특별한 것은 두 작가가 영화에 그런 ‘교환’을 가져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절(단지 현재의 한일 관계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에 접속의 흐름을 시도한 작품이다. 두 작가는 자신이 촬영한 영상을 서로 건네주는 것만이 아닌,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되돌려준다. ..
ECM 특별행사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이번 기회에 ECM과 영화의 관계를 살펴보는 특별전을 시네마테크에서도 개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흥미로운 기획이 될 거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특별히 ECM의 대표인 만프레드 아이허도 방한하니, 직접 그에게서 고다르 등의 작가들과의 작업에 대해 듣고 싶었던 것이다. 고다르의 사운드에 관한 이야기를 만프레드 아이허를 통해 듣게 된다니! 원래 대로라면 테오 앙겔로플로스나 베르히만, 타르코프스키 등의 영화도 상영할 생각이 있었지만, 아쉽지만 이 영화들의 국내 상영은 국내배급사가 판권을 갖고 있어 도리어 상영이 어렵다. 음악인들은 생소할 테지만-때론 영화인들조차 모르는 일이기도 하지만- ECM 은 그동안 영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
지중해를 항해하는 크루즈 호의 선상에서 앞이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을 마주한 한 여인이 이렇게 말한다. ‘불쌍한 유럽이여. 고뇌에 의해 정화되기보다는 고통에 상해가는 유럽이여. 되찾은 자유에 고양되지 못하고 도리어 모욕당하고 있구나’. 고다르의 은 이렇듯 위기에 처한 유럽의 역사를 임종의 시선으로 되돌아보는 영화다. 3부로 구성된 이 영화는 전쟁과 문화, 유럽 통합과 글로벌한 세계, 예술과 문화의 등질화, 저작권 등의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이미지와 소리가 격렬하게 요동치는 마그마와도 같은 이 영화를 여섯 개의 키워드로 살펴본다. 제목: 필름과 소셜리즘고다르는 영화를 만들 때 먼저 제목을 결정한다. 아이디어보다 제목이 앞설 때가 많다고 한다. 그가 마치 과학논문이나 실험보고서를 작성하듯이 영화를 만..
1983년은 카르멘의 전성시대였다. 프란체스코 로지, 카를로스 사우라, 피터 브룩이 마치 경연이라도 하듯이 카르멘을 영화로 만들었던 것은 당시 비제의 오페라가 저작권 소멸상태가 됐기 때문이었다. 고다르 또한 작업에 착수했다. 다른 작가들과 달리 그는 비제의 오페라를 느슨하게 차용만 했을 뿐 그 유명한 음악을 쓸 생각이 없었다. 오토 프레민저의 (1954)처럼 이야기를 현대로 옮겨왔고, 처음엔 이자벨 아자니를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었다. 아자니의 바쁜 일정 탓에 당시 신인이었던 마루츠카 데트메르스가 최종적으로 카르멘 역에 캐스팅되었다(그녀는 국내에는 (1989)으로 잘 알려진 배우다). 고다르의 계획은 급진적이었다. 그는 음악을 따라가는 이야기, 혹은 음악이 이야기의 전체가 되는 영화를 구상했다. 카르멘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