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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황벼리 작가의 ‘믿을 수 없는 영화관’을 재밌게 읽었다. 영화관이 배경일 뿐만 아니라, 주인공 풀잎이 극장 노동자이기에 극장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풀잎은 처음엔 극장 영사기사로 일했다. 영사실은 보이지 않은 곳에 숨어 있는, 엄청나게 시끄럽고 어둡고 답답한 곳이었다. 하지만, 웬지 아늑한 기분이 들었던 영사실이 좋아 그녀는 쭉 그곳에 있었다. 비록 필름 영사기는 구경도 못한, 이른바 ‘스위치 기사‘였지만 영사실 일은 그래도 평판이 좋은 직업이었다. 풀잎은 영사실에서 일하면서 어떤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워했다. 그러다 영사실이 무인화되면서 풀잎은 음료수와 팝콘을 파는 극장 매니저 일을 하게 되었다. 조용한 전락의 과정이다. 사실 극장일..
[성명] 원주시의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 결정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원주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해 1월 원주시가, 이 오래된 극장을 인수해 영화문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란 소식을 들은 지 일 년 만의 일입니다. 어찌 된 일인가 살펴보니, 원주시가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야외공연장과 주차장을 조성하겠다고 합니다. 아카데미극장은 한국에서 원형이 보존된 가장 오래된 극장입니다. 원주 외에는 어디서도 이런 극장을 만날 수 없습니다. 한국 유일의 극장을 철거하고 어디서나 있을 법한 주차장을 만들겠다는 결정은 현명한 일이 아닙니다. 저희는 지난해 1월, 원주시가 오래된 극장을 인수해 문화공간으로 바꾸겠다는 소식에 부러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도시에서..
원주 아카데미 극장이 철거된다고 한다. 지난 11일, 원주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극장을 철거하고 대신 야외공연장과 주차장을 만들 계획을 발표했다. “야외공연장에서는 ‘재래시장 및 5일장’과 연계한 문화행사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주차 공간도 확보해 재래시장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철거가 결정된 아카데미 극장은 1963년에 건립된, 단관극장의 원형을 가장 오랫동안 보존한 극장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관의 공간이 우리 사회의 다른 필요에 할당되어, 때론 슈퍼 마켓이 되거나 주차장으로 변모하는 일이 다반사라지만, 지금은 문화 유산이 자산이 되는 시대다. 부동산 가격이 아니라 공간의 가치를 계산해야 한다. 시장의 이번 결정으로 원주시가 얻는 것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건물과 주차장이다. 잃는 것은,..
팬데믹을 겪으면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 세계 극장의 폐관 소식을 부고처럼 실 시간으로 접하곤 했다. 이미 코로나 전에도 매년 폐관한 극장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이런 저런 영화제서 상영해 보곤 했는데, 이제는 더 그런 일이 많아지고 있다. 올해 ‘EIDF 2022’에도 극장과 작별을 고하는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방콕의 스칼라 극장 폐관에 관한 다큐 (2022)다. 이미 폐관 소식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전에 접했는데, 들려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너무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스칼라 극장은 1969년에 개관한 1,200석 규모의 단관 극장이다. 2020년 9월 폐관했고, 철거에 반대하는 이들이 사적으로 보존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지난 해 11월 건물 철거가 진행됐다. 조금 더 늦었을 뿐, 예전 충무로에 있던..
오키나와의 가장 오래된 영화관 슈리극장이 폐관했다고 한다. 1950년 9월에 개관한 이 극장은 지난 4월 극장주가 사망한 이후 휴관중이다, 극장 노후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인계하는 사람이 없어 폐관이 정해졌다고. 오키나와에 일주일 머물던 해에 극장에 들려 오즈 야스지로의 ‘태어나기는 했지만’과 버스터 키튼의 무성영화를 연달아 변사 버전으로 봤던 기억이 있다. 즐거운 영화였지만 마음이 편치 않던 때다. 당시 관장 킨조 마사노리의 안내로 2층 영사실도 방문할 수 있었다. 필름 상영은 멈췄지만 먼지 가득한 두 대의 영사기가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3대에 걸쳐 극장을 이어간 그는 물려받은 극장을 계속 지켜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슈리극장에 관한 다큐멘터리 ‘류큐 시네마 파라다이스’의 끝무렵에서 그..
“내게 찻집은 커피 맛이 좋은지 나쁜지가 기준이 아닙니다. 그곳에 감도는 공간이나 배어든 시간 따위를 좋아하지요.” 새로운 도시 경제 모델에 관한 글을 읽다가, 요지는 토지 이용계획에 대한 공공 부문의 재정 투입 감소와 도시의 민영화, 금융화 과정에서 물리적 특성보다 재정적 특성을 고려하여 부동산을 구입하는 상황에서 도시에 영화관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를 설명하는 것인데, 그러다 생각난 교토 로쿠요샤의 영업비결을 다룬 에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구절을 떠올린다. 도심에서 좋아하는 카페란 이런 느긋한 시간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시대에는 미지의 커피를 초대해 커피를 재해석하고 상상하고 담론을 형성하며 모험적이고 야심찬 기획을 하는 그런 카페가 되야 한다고 주장하..
무주산골영화제가 출간한 작고 예쁜 보라색 표지의 ‘정치와 저항의 시네아스트-클레베르 멘돈사 필류’를 오늘 받아 읽다가, 올해 칸 영화제서 그가 했던 발언과 지난주 브라질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일에 대해 덧붙여 말하고 싶어졌다. 올해 칸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멘돈사 필류는 기자회견에서 브라질 시네마테크가 처한 재정적 어려움을 언급하며, 세계 영화인의 관심을 촉구했다. 지난해 브라질 시네마테크는 재정 지원 중단으로 문을 닫았다. 모든 기술자와 전문가가 해고 됐고, 시설은 방치되었다. 멘돈사 필류는 이러한 상황이 문화와 영화에 대한 경멸의 증거라며 정부에 보존의 사원인 시네마테크에 지원을 요구했다. 그의 경고와 우려가 지난 주에 현실로 벌어졌다. 지난 7월 29일 목요일, 상파울루의 브라질 시네마테크 창..
종종 들리던 익선동의 ‘4.5평 우동집’이 문을 닫았다. 주로 매운우동, 오뎅우동, 비프차슈우동을 시켰는데, 어느 날은 좋아하는 냉모밀을 먹기도 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익선동의 소란에서 조금 비껴있던, 작지만 사람들이 꽤 들락거리던 음식점인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날자를 보니 이미 보름 전의 일이다. 생각해보면 늦은 종로 산책후에 문득 우동이 생각나 후배와 들렸던 지난 달의 방문이 마지막이었는데, 폐점을 앞둔 시간이라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날 불이 꺼지며 어둠 속으로 잠기던 4.5평 집의 마지막을 보았던 것이다. 내가 ‘그리워질 손님들’ 중의 한 명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은 가게를 그리워할 것이다. 사연도 모르게 사라지는 곳들이 많지만, 누군가의 한숨을 헤아릴 길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