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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일본 자주영화, 그리고 후루마야 도모유키의 아름다운 단편 본문
일본 자주영화自主映画는 1960-70년대 일본 영화의 쇠퇴의 시기에 나타난, 아마추어 영화 제작의 반작용적 폭발이다. 즉, 일본의 전문 영화 산업 바깥에서 전적으로 이루어지는 DIY(직접 제작) 방식의 영화 제작 형태를 말한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절정을 이룬 이 자주영화 운동은, 침체된 영화 산업과 부족한 진출 기회를 우회하고자 자비로 단편 또는 장편 영화를 제작하던 수천 명의 젊은이들—주로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당시, 전문적인 교육이나 업계 인맥이 거의 없던 이들은 뜻이 맞는 또래들과 함께 영화 제작 동아리를 결성했고, 1970년대 중반까지 보급된, 사용이 간편하고 동기화된 사운드를 지원하는 슈퍼 8(Super 8)과 싱글 8(Single 8) 필름 카메라의 상대적 저렴함을 활용해 심지어 장편 영화를 제작했고, 나중에는 16mm 영화를 만들었다.
가령, 이번 영화제에서 소개하는 히구치 나오후미의 <팬텀>(1983)과 나루시마 이즈루의 <미도리>(1986)은 놀랍게도-놀라운 이유는 한번에 3분만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8미리로 촬영된 극장용 장편 영화이고, 후루야마 도모유키의 아름다운 두 편의 단편 <여름날의 피구>(1992)와 <달리자>(1994)는 16미리로 촬영된 단편 영화다.
이렇게 8미리, 혹은 16미리로 만들어진 자주영화는 상영 또한 독립적으로 이루어졌다. 대개 영화 제작자들이 직접 조직한 ‘자주상영自主上映’에서 상영되었는데, 이러한 상영회는 영화관뿐 아니라 다양한 비(非)영화 공간들, 즉 공공회관, 대학 강당과 강의실, 야외 상영, 라이브 음악 공연장, 카페, 바 등에서 개최되었다. ‘피아영화제 Pia Film Festival’(PFF)’는 이런 자주영화를 만드는 ‘새로운 영화 제작 재능을 발견하고 육성하는 것'과 '새로운 영화 환경을 창조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아 1977년에 만들어져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후루야마 도모유키의 단편들
영화에는 되돌릴 수 없는, 늘 젊음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간의 특권이란게 있기 마련이다. 오직 그 때에만 만들어질 수 있는, 예외적인 빛을 띤 영화들이 있다. 90년대 일본 자주영화 걸작 단편선에서 소개하는, 후루마야 도모유키 감독이 20대에 만든 두 편의 단편 — 《달리자 走るぜ / Let’s Run》와 《여름날의 피구 灼熱のドッジボール / Dodge Ball in Heat》가 그런 영화다.
《여름날의 피구》(1992)에서 한 소녀는 여름의 끝자락, 전학을 앞두고 친구들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눈다. 다음 열차가 올 때까지 남은 40분, 그들은 피구를 한다. 공을 주고받는 단순한 놀이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무방비하게 드러나는 신체의 미숙과 어색함이 있다. 이 아름다운 단편은 첫사랑이나 처음의 이별처럼, 시간이 지나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처음의 감정 — 미숙하고도 눈부신 그 순간을 포착한다.
예측할 수 없는 놀라운 순간들로 가득한 《달리자》에서는 소녀가 가방을 훔쳐 도망치는 한 남자아이를 뒤쫓다 어느새 그 추격이 놀이가 되고, 달리는 행위 자체가 소녀에게는 기쁨으로 바뀌는 젊음의 질주를 보여준다-그녀는 버스터 키튼처럼 정말 잘 달린다. 그녀의 몸은 산으로, 바다로 달려가지만, 한 번 타오른 마음의 불꽃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이 두 편의 영화는 젊은 날의 시간, 이를테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고 싶어하는 시간, 낭비하는 시간, 기다리는 시간, 혹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어긋난 시간의 흔적을 그린다. 《여름날의 피구》 속에 흐르던 노래가 이런 젊음의 마음을 대변한다. “인생은 짧으니, 사랑하라, 소녀여. 검은 머릿결이 바래기 전에, 마음의 불꽃이 사라지기 전에, 붉은 입술이 바래기 전에, 뜨거운 피가 식기 전에…오늘은 다시 오지 않으니.”
절대적으로 추천하는 (아쉽지만) 단 한 번의 상영이다! 6월 28일, 영화 상영 후에는, 영화의 새로운 인재 발굴과 육성을 주제로 열리는 일본 ‘피아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인 아라키 게이코와 함께 일본 자주영화의 역사, 이번에 소개한 80-90년대 자주영화와, 현재 일본 자주영화의 현황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06.28.(토) 오후 6시 30분.
일본자주영화 단편선: 《마지막 거처 ついのすみか / A Strange Affair》 (1987), 35min, 이카와 고이치로(井川耕一郎) +《여름날의 피구 灼熱のドッジボール / Dodge Ball in Heat》 (1992), 29min, 후루마야 도모유키(古厩智之) +《달리자 走るぜ / Let’s Run》 (1994), 15min, 후루마야 도모유키(古厩智之)
+시네토크
참석 | 아라키 게이코 荒木啓子 (피아영화제 집행위원장)
진행 | 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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