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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너의 눈에 말할 수 있다면 본문

쓰나미가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간 학교의 헌화대에는, 수많은 꽃과 제물이 고요히 놓여 있다. 변해버린 교실로 들어선 소녀는, 누렇게 바래버린 벽과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쓰나미가 들이닥친 오후 3시 37분에 멈춰버린 시계에 시선을 멈춘다. 그리고 문득, 교실 창밖으로 서서히 물드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다 무심결에 친구에게 묻는다. “저기서 파도가 밀려왔을 때, 무슨 기분이었을까?” 뒤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던 다른 소녀가 조용히 답한다. “너도 나도, 원하는 대로 살자. 더 이상 고통스러워질 필요는 없어.”
오늘 상영하는, 사토 소노미의 중편 두 편, 《우리 곁을 지나가는 봄(春をかさねて)》(2019)과 《너의 눈에 말할 수 있다면(あなたの瞳に話せたら)》(2019)은 각각 픽션의 형식을, 다른 하나는 편지 형식의 다큐멘터리를 빌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살아남은 아이들의 생을 그려낸다. 이후의 시간은 분열적인 것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들은 여전히 지진이 덮친 그 순간에 멈춰 있지만, 남은 아이들의 시간은 계속 흐르고, 그들은 자라며 변해가기에, 그 차이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재난으로 폐허가 된 초등학교가 고통스러운 기억을 되살린다며 철거를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당시의 아이들은, 그래도 그 학교가 있어서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기에 모두의 삶의 증거를 없애지 말아달라 말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사토 소노미 역시 막대한 비용을 들여 그 건물을 보존하는 것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이었을까, 를 자문한다. 그날의 일을 아무리 전한다 해도, 다시는 아무도 돌아올 수 없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잊지 말자'는 다짐조차 점차 형식으로 굳어져 버리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시간의 흐름에 맡기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그녀는 끝내 말한다. ”그래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가 간신히라도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이유니까.“

멈춰버린 시계,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며 성장한 아이들의 변모한 모습, 그리고 저녁 노을이 물든 채 폐허로 남은 초등학교의 풍경은, 말로는 모두 담아낼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의 결을 드러낸다. 대학 휴학 중의 자주 제작과 졸업 작품으로 발표된 이 두 편의 영화는, 그동안 피해자로서 취재를 받아온 감독이 “그려지기보다 그리고 싶었다”며 만든 작품이다.

사토 소노미 佐藤そのみ 단편선
너의 눈에 말할 수 있다면 あなたの瞳に話せたら(2019) + 우리 곁을 지나가는 봄 春をかさねて(2019)
일본영화의 새로운 물결 -자주영화에서 독립영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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