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열번째다. 한 여름 시네바캉스를 처음 시작한 것이 2006년의 일이다. 그 해 7월 25일, 개막작은 빌리 와일더의 '뜨거운 것이 좋아'였다. 무려 40편의 영화를 쉬는 날 없이 하루에 네 편씩 한달간 상영했다. 에릭 로메르의 8편의 바캉스영화들, 불멸의 스타전, 특별전:비시 정권하의 프랑스 영화, 뮤지컬 영화걸작선, 공포특급, 마스터즈 오브 호러, 필름 콘서트, 씨네키드, 시네클래스 등의 행사가 열렸다. 시네바캉스 열 번의 포스터들을 되돌아보고 있으면 마치 가지 못했던 여름 휴가의-사실 그 십년간 영화제 때문에 여름 휴가를 갔던 적이 없기에-기억들을 떠올리는 것 같다. 이제 새로운 장소에서 다시 여름 바캉스를 떠난다. 2006년 첫 시작을 알렸던 개최의 변을 떠올리면서.

한 여름의 영화여행 - 시네바캉스를 시작합니다!
7월 25일부터 시작하는 ‘시네바캉스 서울’은 서울아트시네마가 해마다 5월에 개관을 기념해 개최하던 ‘시네필의 향연’을 좀더 대중적으로 확대한 행사입니다. 작품수를 약 60 편으로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기간도 늘어났고 동시에 영화감독들의 연출특강과 교육행사,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네키드’, 그리고 영화와 음악이 함께하는 ‘필름콘서트’ 등의 다양한 행사가 추가되었습니다. 영화애호가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편하고 자유롭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입니다.

‘시네바캉스 서울’은 기존의 거대한 영화제들과 비교하자면 아주 적은 예산으로 소박하게 치러지는 영화제입니다. 우리는 영화를 함께 보고 즐기며 이야기를 나누길 원하기에, 다른 호사스런 행사는 없습니다. 레드 카펫도 필요 없고 개막을 알리는 떠들썩한 이벤트 공연도 없습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혹은 여행을 떠나듯 극장을 방문해 해변의 폴린느가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재회하는 장면을, 폭풍우 속의 장 가뱅과 미셸 모르강을, 매혹적인 자태의 마릴린 먼로와 도미니크 산다를 스크린 위에서 만나며 토드 브라우닝, 사무엘 풀러, 브라이언 드 팔머, 존 카펜터, 다리오 아르젠토와 함께 공포의 휴가길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이 축제를 영화로 떠나는 ‘바캉스’라 칭한 것도, 이 단어의 본래 의미인 무언가로부터 자유롭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제도화된 영화, 시간의 속박에 갇힌 영화, 이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좀더 자유롭게 다양한 영화들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바캉스는 일주일 정도의 짧은 여행이 아니라 한 달간 지속하는 긴 여행입니다. 그리고 이 여행에서 그동안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은 열정적인 관객들과 새롭게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이 의미 있는 만남의 기회가 생기기를 원합니다.

영화는 장소의 기억과 결합한 대중문화의 역사를 이루고 있습니다. 영화의 참된 기쁨은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대형의 스크린에서 우리들은 감각, 감정과 감동을 경험하며 추억의 일부가 되는 다양한 세계의 기억과 만나게 됩니다. ‘시네바캉스 서울’은 그런 대중의 기억이 간직된 다양한 영화들을 극장에서 새롭게 다시 만나는 행사입니다. 여행은 매번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기대감과 만남을 도모하는 용기를 제공합니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영화와 함께 즐거운 휴가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200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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